아버지를 따라 카자흐스탄에서 8년을 살다 온 선영이. 현재 모 여고 2학년생이다. 그녀에게 새 학기 학교 풍경과 생활에 대해 잠시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재미없다.”였다.

 

작년 하반기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비슷하게 물었었지만 그때의 대답과는 180° 달라진 대답이다. 지난해에는 학교생활이 모든 게 재미있다며 만면에 웃음을 머금던 아이였는데,…

‘그 재미가 얼마나 갈까?’ 하며 우려했던 현상이 불과 몇 개월 만에 현실화되었다.

선영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꿈이 무엇인지 물었었다. 그녀는 없다고 했다.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질문한 내가 잠시 당황할 정도였다. 나는 그녀가 꿈을 갖도록 수시로 얘기했지만 아직도 선영이는 꿈이 구체적으로 없다.

돌이켜보니 난 선영이가 꿈을 갖는 게 정상인 것처럼 성인들에게나 먹힐 얄팍한 자기계발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선영이 같은 나이일 때 나는 어떠했던가!

세상에 대한 경험도 없고 학교라는 좁은 틀 안에서 교과서만 접하고, 인맥이라고는 또래의 고만고만한 친구들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잘 설계된 꿈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렇다고 어린아이들이 즉흥적으로 내뱉는 장래희망 같은 것을 듣고 싶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 나이 때는 어쩌면 꿈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도 모른다. 오히려 없다는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선영이의 솔직함이 나를 일깨워준다.

그러면 학교생활은 왜 재미가 없을까?

요약하면 이렇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귀다보니 다 비슷비슷한 모습이란다. 각자의 개성이 매몰된 모습, 색다른 관심사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자는 아이들은 거의 매일 엎드려 자고, 선생님은 무시하고 수업을 진행하거나 간혹 삐치는 분도 있단다.

특히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손을 들고 질문하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만 매일 질문하려니 이젠 슬슬 눈치가 보여 고민이란다. 소위 공부를 잘한다는 학생들은 필기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선영이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들려준 이야기는 선생님들에 대한 것.

카자흐스탄에서는 선생님들이 몸이 정말 아픈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업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단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몸이 조금 피곤하다며 자습을 하게하고, 학부모님이 찾아오셨다고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선생님들이 종종 있단다.

학생들은 다 안다. 열과 성의를 다 하는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을,…

선영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온 학생들은 한국 교육 시스템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적응해 나가고 있다. 힘들어 하는 그들뿐만 아니라 문제의식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한국학생들이 안쓰럽고 알아도 항변조차 할 수 없는 그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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