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시작 전, 강제로 재생되는 광고는 더이상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은 낙후되어 의미가 바래고 있다. 광고 대행사들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으며 업계는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사라져야 한다.

무시무시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주장은 모두 펩시의 고위 임원 브래드 제이크맨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최근 미국 오를란도에서 열린 전국 광고 연합회의 연례행사 ‘마케팅 마스터’에서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펩시의 글로벌 음료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제이크맨은 ‘광고’ 라는 단어가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고까지 주장했다. 무려 2,700명의 광고업계 관계자가 참관한, 주최 기관의 이름에도  ‘광고’가 들어가는 행사에서 말이다. “훌륭한 콘텐츠를 오염시키는 끔찍한 행위 (광고)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는 딱 잘라 말했다. “특히 저는 프리롤 (동영상 시작 전, 강제로 재생되는 광고. 대개 5-10초 후에 넘길 수 있다) 광고를 혐오합니다. 우스운 건 광고 업자들도 고객이 프리롤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죠. 그렇지 않고서야 15초, 20초, 30초만 기다리면 이 광고를 넘길 수 있다고 유혹하겠습니까? 프리롤 광고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방해할 뿐입니다.”

‘개혁을 위한 설계’ 라고 명명한 제이크맨의 연설은 전통있는 특히 대형 광고 대행사들을 날카롭게 공격했다. 그는 “광고 대행사의 사업 모델은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한 이래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그가 광고업에 종사한지 25년이나 흘렀다는 점을 강조했다. “광고 대행사의 오너들은 아무 변화도 꾀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자리에 앉아 단골 고객들이 재계약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하나의 광고 회사와 지속적인 관계를 쌓아왔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어요.” 제이크맨은 또한 “글로벌 스케일의 거대한 광고 대행은 낡은 컨셉” 이라며 광고 업계에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문제는 큰 회사들이 혁신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개혁을 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정말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될거에요.”

그는 광고 업계에 존재하는 차별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제품 매출의 85%가 여성 고객인데도 브랜드 마케팅 회의에는 백인 이성애자 남성들만 참석합니다. 저는 이제 이런 회의가 지긋지긋해요. 단일화된 팀은 혁신을 논할 수 없습니다.”

이번 행사는 여러모로 대형 광고 대행사들에겐 조금 꺼림칙한 자리였다. 제이크맨 외에도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왔던 것. 행사 첫 날 오전에 발표를 진행한 할리 데이비슨의 최고마케팅책임자 마크-한스 리처도  “우리가 대형 광고 회사와 일하지 않은지 벌써 5년이 지났다”며 여러 개의 광고사와 일하는 부티크적 접근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광고주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참여해야해요. 큰 광고 대행사에 모든 걸 맡기고 손을 놓는 방식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제이크맨의 연설대로 기존 광고 체제를 깨부수는 개혁은 이번 행사의 중요한 테마였다. 프레젠테이션을 한 상당수의 마케터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거대 캠페인이나 TV CF를 설명하는 대신 광고사 내부 혁신의 필요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잘못된 싸움: x세대 vs. 베이비붐 세대’ 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한 리처는 최근 마케팅 업계에 유행처럼 번진, 젊은층만 광고 타깃으로 삼는 추세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젊어야만 멋있는 건 아닙니다. 젊음만이 성장하고, 젊음만이 혁신을 가능케 하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중년층도 성장 가능성이 농후한 훌륭한 시장입니다.”

놀랍게도 제이크맨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정작 펩시를 광고하는 부분은 전무했다. 그가 발표하는 동안 목을 축이기 위해 한 손에 들고 나온 펩시 콜라캔을 제외하고는. 무대 위에서는 그는 시종일관 혁신을 미루고 있는 광고 대행사와 온갖 마케팅 관련 업체를 힐난했다. 그는 수많은 마케팅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정말 멋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많이 봤지만 정작 우리가 아직도 거론하는 건 “TV에 방영되는 30초” 에 국한된다며 광고 업계의 보수적 성향을 비판했다.

제이크맨은 광고의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우린 아직도 광고비 점유율 (SOV, share of voice: 한정된 광고 매체 내에 광고주들이 차지하는 비율로, 예를 들어 조선일보에 4개의 기업이 균등하게 광고를 한다면 각 기업의 광고비 점유율은 25%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광고비 점유율이 TV 광고를 위해 도입된 낙후된 기법이라고 주장한다.

제이크맨은 또한 아직도 상당수의 소비재 회사들이 순수익 대비 광고비를 마케팅 효과 예측 잣대로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사고 방식은 유료 광고만이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직접 후기를 올리고 사용기를 공유하는 현대 시대에는 기업이 직접 돈을 들이지 않고도 훌륭한 마케팅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디지털 마케팅’ 이라는 용어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오로지 마케팅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중요한 건 요즘 세상엔 마케팅의 대부분이 디지털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는 광고 업계의 동료들에게 회사에 디지털 부서를 만들지 말고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 가라고 충고한다. “우린 디지털 마케팅을 전통적 광고 옆에 달린 부록쯤으로 취급하는데, 이제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제이크맨은 혁신과 개혁의 성공 사례로 케이틀린 제너를 꼽았다. 과거 올림픽 철인 10종 경기 챔피언이었던 남자 운동선수 브루스 제너는 최근 여성으로의 성전환을 밝히고 당당하게 방송 및 다양한 매체에서 이를 밝힌 것. 제이크맨은 그녀가 스스로의 이미지를 정말 멋지게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체에 공개된 그녀의 이야기는 진정성이 넘쳤으며 대중에게 심오하고 깊은 울림을 남겼다며 “세상은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제이크맨은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다. “우리가 광고를 진행한 브랜드 중, 케이틀린 제너의 변화처럼 멋진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훌륭한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 곳이 있나요?”

콘텐츠 마케팅 가이드북

저자: E.J. Schultz

출처: PepsiCo Execs Has Tough Words for Agen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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