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타 작가 인터뷰 시리즈 1. 

‘더 잘 만든 것’의 아름다움 – 목수 김윤관을 만나다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찾아간 전시. 이미지에 담긴 아름다움은 실물과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지닐까? 궁금했다. 숙명여대 한 켠에 자리잡은 문신미술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설레였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구성된 미술관에서 이미지와 실물 사이에 증폭되는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듯 나무의 결 그대로가 전해지는 가구였다. 나무는 곧고 단단했으며, 미쳐 알지 못했던 결의 아름다움이 ‘가구’라는 물건 안에서 치우침 없이 드러나 있었다. 문득, ‘단아하다’는 단어를 형태로 만들면 저렇지 않을까 싶어 그 가구들을 만든 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목수 김윤관을 만났다. 그가 말하는 목가구와 공예에 대한 조금은 낯선 생각들.

목수 김윤관

Q. 화제가 되었던 문신미술관에서의 전시 <끌과 나무 – 조각가 문신으로부터 목수 김윤관에게로>가 끝났습니다.  이번 전시에 대한  성과  혹은 아쉬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각과 목가구가 함께 놓이는 전시는 사례가 거의 없던 터라 저 역시 기대가 컸습니다. 더구나 디자이너가 아닌 목수의 가구를 미술관에서 초대해주는 경우는 드문 것이여서 전시작품을 제작하며 개인적으로 조금 더 욕심을 낸 부분이 있었습니다. 미술과 공예, 디자인과 공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라는, 결국 공예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목수인 제게는 의미가 더 깊은 전시였습니다. 성과라고 하면 문신이라는 훌륭한 작가의 조각품과 목가구를 함께 전시하며 미술과 구분되는 공예의 모습을 확인했다는 부분이고,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대중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미술과 공예에 대한 구분이 명확치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것입니다. 가야할 길은 분명해졌으나 그 길이 얼마나 먼 길인지를 함께 확인한 전시였다고 할 수 있겠죠.  마음 한 편은 경쾌하고, 또 다른 한 편은 아득한, 그런 심정입니다.

목수 김윤관

 

Q. 말씀하신 미술과 공예의 차이점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미술의 덕목은 기본적으로 ‘새로움’에 있습니다. 현대미술로 넘어와서는 더욱 그렇지요. 디자인 역시 그러합니다. 디자이너가 의자를 디자인할 때는 어떻게 하면 더 새롭게 ‘디자인’하여 소비자의 눈에 띄게 하느냐를 고민합니다. 그러나 공예는 기본적으로 새로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공예의 덕목은 ‘더 잘 만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술의 덕목은 기본적으로 ‘새로움’에 있습니다. 현대미술로 넘어와서는 더욱 그렇지요. 디자인 역시 그러합니다. 디자이너가 의자를 디자인할 때는 어떻게 하면 더 새롭게 ‘디자인’하여 소비자의 눈에 띄게 하느냐를 고민합니다. 그러나 공예는 기본적으로 새로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공예의 덕목은 ‘더 잘 만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가 ‘아돌프 로스’의 말을 차용하자면, 목수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의자’가 아니라 ‘더 잘 만든 의자’인 것입니다. 이전에 만들어진 의자보다 ‘더 잘 만든’ 의자를 만드는 게 목수의 목표입니다. 이 차이점을 모르면 공예품의 참모습을 감상할 수 없습니다. 실제 이번 전시에서도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은 분들은 “뭐 ‘새로운’ 게 없네”라는 반응이었고, 호평을 해주신 분들은 “참 ‘잘 만든’ 가구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공예에 대해 이해가 깊거나 혹은 공예품을 생활에서 써본 분들이 보여준 반응인데, 그런 분들이 많지 않아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끔 이 문제로 글도 쓰고 인터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윤관목수

 

Q. 목수로서 글을 쓰는 이유도 공예와 가구에 대해 알리기 위함일거 같은데 전문분야 말고도 다양한 방면에 글도 쓰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침 발린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목수로서의 자의식이 생긴 순간부터 하루종일 ‘가구’만 생각합니다. 영화를 봐도 가구가 먼저 들어오고, 꿈도 가구 만드는 꿈을 꾸고, 책도 공예나 미술에 관한 책만 읽게 됩니다. 몇 년째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바보가 된 저를 발견했습니다. 목수가 되기 전에는 이런저런 관심과 호기심이 너무 많아 문제였는데, 어느날 그 모든 게 없어진걸 알게 됐습니다. 한 분야만 아는 바보 전문가, 저 역시 그런 모습이 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무술, 영화, 책 등 청탁이 있는 글은 다 썼습니다. 때로는 제가 먼저 써서 기고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글을 쓸 때 잠깐이나마 비로소  ‘목가구’에서, ‘공예’에서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떠남이 제가 만든 가구를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가구를 남의 가구처럼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에서 톱과 끌을 놓고 펜을 들어 글을 쓸 때  ‘목수 김윤관’ 이전에 그저 ‘사람  김윤관’임을 느끼는데, 가끔 그게 참 좋습니다.

 

손에서 톱과 끌을 놓고 펜을 들어 글을 쓸 때 ‘목수 김윤관’ 이전에 그저 ‘사람 김윤관’임을 느끼는데, 가끔 그게 참 좋습니다.

 

Q. 목수로서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하나는 2016년 안에 공예 관련 책을 하나 내는 것. 또 하나는 아카데미를 열어 동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의 공예는 너무 미미하고 분절적이여서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공예가들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모여야 더 잘 먹고도 살고 사회적 위치도 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같이 모여 전시도 하고, 디자이너들처럼 소위 돈이나 이름이 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작게나마 공예운동도 벌일만한 목수들을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많은 젊은 목수들이 있는데 왜 그럴까, 를 생각해 보니 그들의 출발이 ‘목공학원’이였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들었죠. 본인이 만든 가구를 팔거나 작품활동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목수에게 목공을 배운 게 아니라 목수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르쳐 먹고 사는 목공’학원’에서 목공을 시작한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목공을 목수한테 배운 게 아니라 목공<강사>에게 배운 것이죠. 그래서 목공학교를 졸업하면 다들 가구를 팔아 살아갈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목공학원을 여는게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좀 건방진 이야기겠지만, 그래서 목공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원은 4명, 딱 4명만 받아 일 년 동안 같이 손잡고 정말 독하게  ‘목가구’에만 집중해 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1, 2년쯤 지나면 같이 작업도 하고, 전시도 하고, 목가구 쪽에 작은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동료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적어도 목수와 공예를 주제로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는 생기겠지, 하는 기대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원대하게도 이 두 가지가 다 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담고 돌아오는 길, 이미지와 실물 사이에서 미묘하게 전해지던 아름다움의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았다. 그가 낼 책에 담긴 더 긴 이야기들이, 그가 만나고 만들어 갈 ‘동료’들과의 작업이 다시 궁금해졌다.

그는 지금 책에 쓰일 생각과 아카데미에서 만날 미래의 ‘동료’들을 찾고 있다. 찾고 있는 사람, 목수 김윤관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윤관 목가구 공방 & 아카데미 http://cafe.naver.com/yjfactory

목수 김윤관의 아카데미에 참가하려면

목수 김윤관의 전문가반은 4명의 참가자만 받는다. 서둘러 가지 않으면 늦을지도.

인터뷰어 : 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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