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곳에 천만 명이 모여 사는 아주 큰 도시입니다. 한국의 수도답게 정치,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시민들의 생활을 위한 주택, 교통 등이 합리적인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과 등교길을 도와주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 택시들이 저렴하고도 정교하게 운영되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곳입니다.

3년 전만 해도 12시가 넘으면 지하철과 버스가 끊기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자정 이후에 택시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연말에는 더욱 그러해서 추운 길가에서 한 두 시간씩 보내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오랜만의 회식으로 한 두 번 타는 택시비야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매번 늦게 끝나는 직업이거나 늦은 시간까지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세계에서 저렴하기로 소문난 서울의 택시비도 버거운게 사실입니다.

그런던 어느날 한 대학생이 서울 시장에게 트위터로 제안을 합니다.

한밤중에도 버스가 다니면 안될까요?

서울시 심야버스 브랜드명 의 캐릭터

서울시 심야버스 브랜드명 <올빼미버스>의 캐릭터

물론 24시간 내내 버스도 다니고 지하철도 다니면 이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편하겠지만 그 운영을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고, 그 비용은 돌고 돌아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 되어야 합니다.  그 어려움을 최소화하면서 시민의 편의를 위해 서울 시장은 시범적으로 심야 버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합니다. 10여 개의 노선을 만들어 운영해보고 효과와 문제점을 점차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말이죠.

서울시 교통 정책을 결정하는 서울시 교통 본부에는 많은 교통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버스 노선 뿐 아니라 각종 교통 정책을 수립해왔기 때문에 심야 버스 10개의 노선을 정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게 아닌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심야 시간에 단지 10개 버스 노선으로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노선을 선정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교통 데이터는 주로 낮 시간대에 시민들이 이용하던 것들이라 심야 노선을 결정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심야 시간에는 시민들이 어디에 많은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강남역이나 신촌과 같은 유흥가가 밀집한 지역에 늦게 까지 시민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그 분들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알 길이 없었죠.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열정으로 심야 버스 노선을 정할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좀 더 과학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우 리의 문 제는 현 장에 답 이 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본적인 것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0개의 효율적인 심야 버스 노선을 정하고 싶다면 당연히 늦은 시간에 시민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들을 다니면 될 것입니다. 즉, 현장에서 그 해답을 찾는 것이죠.

현장에서 시민들의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는 빅데이터 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빅데이터는 문제를 둘러싼 모든 데이터들, 심지어 사람의 능력으로 해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거나 복잡하더라도, 그런 데이터를 이용해서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입니다. 단지 좀 더 큰 데이터가 아니라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데이터를 서로 융합하거나 다른 해석 방법을 도입하거나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서 기존의 해석 능력을 뛰어 넘어보려는 시도입니다.

서울시에서 주목한 빅데이터는 서울 시민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생성하는 데이터입니다.

밤 늦은 시간에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콜데이터를 안다면 어느 지점에 많이 모여 있는지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서울을 육각형으로 촘촘하게 1500여 개로 나눈 다음, 각 지역의 심야 시간에 얼마나 많은 콜데이터가 사용되는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핸드폰 데이터 사용량을 이용한 0~5시 사이의 유동인구 밀집지역> - 서울시 제공

<핸드폰 데이터 사용량을 이용한 0~5시 사이의 유동인구 밀집지역> - 서울시 제공

예상대로 강남역, 홍대 입구역 근처에서 많은 콜데이터가 발생했습니다.

자, 이제 사람들이 심야에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진짜 어려운 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강남역이나 홍대 입구역에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는 콜데이터만으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좋은 빅데이터가 존재하지만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상황입니다.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열정은 불현듯 좋은 답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마치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알고 나면 너무나 간단한 해결책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가정을 합니다.

‘통신사에 등록된 사용자들은 청구서를 받을 주소를 등록하니 늦은 시간에 통화나 문자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주소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집으로 갈 것이다’

라는 가정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빅데이터를 다룰 때에 그런 적은 숫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는 구체적으로 누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만 알면 됩니다.즉, 시민들의 사생활 정보가 전혀 필요 없습니다.

서울시는 이동통신사와 협력해서 심야 시간에 서울 시민들이 어디에 많이 머물다 통계적으로 어디로 이동할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게 됩니다. 이 데이터가 있다면 버스 노선을 설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워집니다. 시민들의 예상 이동 방향대로 운행하면 되니까요.

, - 서울시 제공

<노선검증 알고리즘>, <통행량 산출 알고리즘> - 서울시 제공

이렇게 해서 서울시 심야 버스 9개 노선이 최종 선정됩니다.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30~50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 약 100일을 운영하고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 실제 데이터를 통해서 검증해 봅니다. 컴퓨터의 예상치와 실제 운영 실적 그래프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일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심야 버스 정류장을 기준으로 500미터 근처에 살고 있는 서울 시민들이 전체 천만 서울 시민의 약 42%에 해당 된다는 놀라운 결과도 알아냅니다. 단지 9개의 노선으로 서울 시민의 절반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그리고 심야 버스는 그해 서울 시민이 뽑은 가장 좋은 정책으로 선정됩니다.

 

세계가 주목한 빅데이터의 활용

심야 버스 빅데이터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아주 흥미로운 결과로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연구 주제로 삼기도 하고 어떤 도시들은 자신들의 버스 노선 전면 개편에 서울시의 아이디어를 쓰려고도 합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책 수립은 만들어진 정책에 효율성을 높혀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행정 당국의 신뢰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행정 당국은 정책 설립과 추진에 있어서 시민과의 협력을 더욱 넓혀 나가게 됩니다. 시민과 함께 한다는 서울시의 철학이 구현된 빅데이터를 이용한 심야 버스 노선 선정은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수집하여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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