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라고 하면 다른 회사나 국가의 비밀 정보를 삼엄한 방어 시스템을 뚫고 털어가는 나쁜 의미로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원래는 일반인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추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20세기말 우리에게 다가온 새로운 기술, 인터넷 역시 해커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 아주 초창기 일반인들은 그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시절에,  해커들은 이 기술의 가능성을 직감하고 몰두하게 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또는 이메일 같은 것들이 아니라 그들의 관심과 목표는 ‘사이버 섹스’였습니다.

해커 하면,  두터운 뿔테 안경을 쓰고 어두컴컴한 방에서 여러대의 컴퓨터 모니터를 두리번 거리는 낯선 모습이 연상됩니다. 인기많은 멋쟁이하고는 거리가 멀죠.  요즈음 많은 세계적인 부자들이 인터넷 기반 기술로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기도 합니다만, 너드라고 불리기도 하는 해커들은 보통은 멋진 이성들과 데이트를 할 현실적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해커

 

현실 세계의 지진아 해커들은 그래서 가상공간에서 멋진 데이트와 섹스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만지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실제 존재하지 않은 사람을 마치 옆에 있는 실제 사람처럼 느끼게 해야 합니다.

사람이 뭔가를 만졌을 때 전해지는 느낌을 촉각이라고 하죠. 딱딱한 돌을 만졌을 때 혹은 차가운 얼음을 만졌을때, 부드러운 털을 만졌을 때 우리는 보지 않고도 촉각을 통해서 그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이버섹스를 위해서는 우선 컴퓨터나 로보트가 사람과 같은 수준의 촉각을 가져야 합니다.

삼성 헵틱 Heptic 스마트폰을 기억하시나요? 초창기 휴대폰은 정보를 보는 화면과 입력하는 패드가 나뉘어져 있고,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폴더 형태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LCD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입력패드가 사라지고 삼성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과 같이 한 화면에서 입력도 하고 정보도 출력되는 방식이 가능하게 진화합니다.

실제 키보드는 아니지만 화면에 나오는 키보드 그림을 보고 숫자나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이 지금은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지만 초창기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막상 보고 나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 같지만 키보드나 마우스가 없이 휴대폰 (또는 컴퓨터 내지는 기계)과 사람이 직접 ‘터치’하게 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발전입니다.

 

제 3 의 매개체 없이 직접 소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촉각기술, 헵틱 기술이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헵틱을 통해 사람이 기계를 느낄 수 있고 반대로 기계가 사람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애인의 뺨을 직접 만지지 않고서도 기계가 그 느낌 정보를 대신 획득해서 멀리 있는 해커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한층 사이버섹스에 가까워집니다.

촉각느낌 뿐만 아니라 실감나게 시각적으로 보기도 원합니다.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합니다. 오큘러스라고 불리우는 스키 고글같은 것을 쓰면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경치들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3D로 펼쳐집니다.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 갈수도 있고 야구 경기장 한가운데를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전쟁 장면에 직접 들어가서 이리저리 돌아 다니면서 전투를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약간 어지럽고, 진정한 현실이 아니라 가짜 화면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2016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전자기기박람회 CES 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한층 발전된 가상기기들을 소개할 전망입니다.

 

이제 해커들은 오큘러스를 쓰고 헵틱기기를 부착한 채 인터넷에 연결하면 전화로만 사랑을 속삭이던 시대보다 훨씬 더 리얼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술에 만족한다면 해커일 수 없겠죠.  더 리얼한 무엇을 원해야 합니다.

인간의 신체 모든 곳에서 보거나 듣거나 느끼는 정보들은 신경을 통해서 뇌로 이동되고 처리됩니다. 차가운 얼음을 만졌을 때 발생하는 생물학적/화학적 신호를 해석하고 생성할 수 있으면 굳이 얼음을 만지지 않고서도 만진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청각신경을 속이면 귀가 듣지 않아도 소리가 들리게 할 수 있고, 시각신경을 적절하게 자극한다면 보지 않은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굳이 오큘러스를 쓰거나 바이오센서를 부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머리, 대뇌의 적당한 곳에 컴퓨터를 연결하고 필요한 자극을 주면 보지 않고도 보고, 듣지 않고도 들으며, 느끼지 않고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

 

사이버섹스와는 별 연관성이 없지만 영화 메트릭스에서 네오가 모피어스가 내민 두 개의 약 중에서 빨간 약을 먹고 매트릭스의 실체를 보는 장면은 놀라운 과학적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멀쩡하게 지구에서 살고 있다고 믿었던 네오는 어렴풋이 사이버세계에 뭔가(메트릭스)가 있다고 느꼈고 그 실체를 쫓고 있던 중, 자신이 살고 있던 현실이 현실이 아닌 가상인 것을 알게됩니다.  거대한 기계가 수없이 붙어 있는 캡슐에 넣어져서 길러지고 있었던 것이었죠. 캡슐 속에서 길러지면서 마치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졌던 겁니다. 이 장면은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나오는  감독의 높은 통찰력을 볼 수 있는  명장면입니다.

기계들이 마치 사람처럼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은 정교하고도 복잡한 센서들을 요구합니다. 특히 그런 복잡한 센서들로부터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들을 사람의 수준으로 지능적으로 처리하는 기술 즉 인공지능이 요구됩니다. 사람의 지적 능력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느낌까지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으로 말입니다.

인류와 기계와의 전쟁이 올지는 누구도 알기 어렵습니다만 인터넷 초창기 해커들이 꿈꾸던 사이버섹스는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해질 듯 해보입니다. 아이언맨 헬멧 같은 것을 쓰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원하는 상대 또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손가락도 꼼작하지 않고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될겁니다.

가상 현실을 통해 사랑을 나누게 되면 우리는 현실을 택할까요 ? 가상을 택할까요 ?  구분이 무의미해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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