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sns와 포탈 등 온라인에 ‘필리버스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도대체 뜻이 뭐냐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어떻게 필리버스터가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이것은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남긴 그 분의 생각과는 달리 필리버스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 아니다. 필리버스터는 네덜란드어를 어원으로 둔 외국어다. 물론 읽는 순간 한국어가 아님은 다들 알았겠지만 정확히 하기위해 해외의 필리버스터 사례를 살펴보자. 그러면 그 분도 이해의 폭을 넓히시지 않을까?

 

필리버스터

미국의 공화당은 2011-2012 기간동안 104번의 필리버스터를 구사했다. 92년이후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필리버스터를 40%이상 더 많이 사용했다는 통계. 이미지 출처 : Cory M. Grenier via Flickr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는 1957년 제임스 스트롬 서먼드(James Strom Thurmond) 미국 상원의원의 연설을 꼽는다. 총 24시간 18분 동안 지속하여 현재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로 남아있다. 민권법안(인권법 ; 흑인에게 투표권을 주기 위한 법안) 저지 목적으로 시작한 발언으로 그의 바램과는 달리 그 법안은 통과되었다.

두번째로 오랜동안 한 기록은 23시간 30분으로 미국의 상원의원 알폰스 다마토가 1986년 훈련용 제트기의 예산을 삭감하는 군사법안에 반대하고자했던 필리버스터이다.

 

필리버스터로 뜬 정치인

필리버스터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한 인물 등도 상당하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10년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 연장안을 막기위해 8시간 30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갔고 당시 연설 내용을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법안은 통과되어 2년 동안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이뤄졌다가 2012년에 폐지 되었다. 그가 전국구 스타가 된 것은 이 필리버스터를 통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

사진 : 버니 샌더스 via wikimedia

 

2013년 3월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브래넌 CIA국장 인준을 반대하는 연설을 13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이 연설에서 그는 국장 인준 반대 뿐 아니라 드론의 무제한 사용으로 미국시민에 대한 공격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함께 논하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언론의 주목과 함께 수십만 달러의 기부금,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음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계속되는 한 자릿수의 지지율로 선거운동 중단 선언을 했지만 한때는 공화당 대선 후보 1위를 하기도 했었다.

필리버스터

사진 : 랜드 폴 via wikimedia

 

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주자이자 유력 후보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도 2013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막고자 21시간 19분의 필리버스터를 했다. 동화책 읽기,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스타워즈 이야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등을 하면서 시간을 채웠던 필리버스터 직후 ‘오바마케어 예산’을 포함한 2014년도 예산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정작 크루즈 의원도 찬성을 했다는 결과다. 법안 저지는 못했지만 초선의원이 갖지 못한 정치적 주목을 받으며 대선 후보로의 입지를 다졌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를 뒤이어 공화당 대선후보 2위를 달리고 있다.

필리버스터

사진 : 테드 크루즈 via wikimedia

 

2013년 공화당의 낙태제한법을 반대하며 11시간 필리버스터를 한 웬디 데이비스 민주당 전 상원의원은 이를 계기로 전국구 정치인이 되었다. 그가 필리버스터를 하는 동안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결국 그 법안이 통과 되지 못하게 하는 성과를 이뤘다. 심지어 그날 그가 신었던 미즈노 운동화는 새로운 이슈로 떠올라 엄청나게 팔렸다는 뒷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스스로 미화시킨 그의 과거가 거짓으로 드러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함께 꺼져 버렸다는 것이다.

사진 : 웬디 데이비스 via Guardian

 

 

세계의 필리버스터

계속 미국 이야기만 한다고 해서 필리버스터를 미국에만 한정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영국 노동당 의원 존 골딩은 1983년 통신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으려고 11시간 동안 연설을 했다. 이 회의는 참석자들이 모두 서서 대화를 나누는 스탠딩 회의였다고 하니 듣는 사람도 함께 힘들었을 것이다. 경청한 그들에게도 박수를!

2007년도에는 영국의회 의원들이 정보자유법을 적용받지 않아도 되도록 한 법안이 자유민주당 사이먼 휴즈와 노먼 베이커 두 의원에 막혀 무산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는 2011년 6월 우편노동자들의 노동계약과 관련된 법안을 막기 위해 신민주당(NDP)이 장장 58시간 동안 의사진행을 지연시켰다. 103명의 신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해 약 20분씩 돌아가면서 연설을 했고, 10분씩 질의응답과 코멘트 시간을 가졌다. 안타깝게도 집권 보수당은 끝내 법안을 통과시켰다.

필리버스터

 

프랑스는 법적으로 무제한 토론을 중단 시킬 수 있기에 연설이 아닌 다른 방식의 필리버스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드프랑스의 정부 지분을 대폭 낮추려는 민영화법을 막기 위해 2006년에 프랑스 사회당은 무려 13만 7449건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 모두를 표결로 처리하려면 10년이 걸린다고 계산됐다.

이와 비슷한 방법을 홍콩의회에서도 사용했다. 2012년 당국이 한번 사임한 의원의 보궐선거 재출마를 막는 방안을 추진하자 민주화운동 세력인 ‘인민역량(人民力量)’ 소속 앨버트 찬웡육만 의원은 1306건의 개정안을 내는 방법으로 막으려 했다. 이때 홍콩은 민주화 개혁을 요구하는 의원 5명이 사퇴하고 재출마를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안은 통과됐고 사퇴했던 의원들은 재출마를 하지 못했다.

영국, 캐나다, 미국, 프랑스, 홍콩 등 의회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는 필리버스터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1973년 국회법 개정으로 발언시간제한 조항이 만들어지기 전에 분명히 존재했던 일이다.  

잠시 잊으셨겠지만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하면서 부활한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의 법안이었다. 국회에서의 몸싸움을 없애고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소수당이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를 위해서 말이다. 지금은 책상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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