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전 세계 5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지만, 영어로 번역된 책은 14권이다.  영어로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다른 하루키의 책이 궁금했던 Colin Marshall은 서울의 서점에서 영어로 번역되지 않았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하루키의 책을 찾아나선다.  그가 발견하고 너무나 기뻤다고 밝힌 책은 <밤의 원숭이 Spider Monkey of the Night >.  일러스트와 함께 짧은 단편을 수록한 단편소설집이다.

하루키 밤의 원숭이

이 단편소설집에는 ‘홀리오 이글레시아스’,’도넛,다시’,’밤의 거미 원숭이’ 등이 실려 있는데 이 단편들은 어디서 왔을까?

Neojaponism에 실린 설명에 의하면 이 단편소설들은 하루키가 광고를 위해 쓴 글들이다.

‘온워드’라는 일본 의류 회사는 1974년 미국의 아이비 리그 스타일 패션 브랜드  J. Press 를 일본 시장에 들여온다.  1970년와 80년데 온워드는 인쇄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주로 잡지의 뒤표지에 실리는 전형적인 잡지 광고로 일본이나 미국 모델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에 대해 매력적인 스토리를 말하는 형식이었다.

 온워드

 

1985년 온워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놓았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아가던 작가 무라카리 하루키에게 잡지에 실을 단편소설을 의뢰한 것.  당시 온워드가 광고를 싣던 잡지는 뽀빠이 Popeye, 박스 Box, 그리고 맨스 클럽 Men’s Club.

온워드는 하루키에게  J.Press 를 언급하라든가, 패션이나 아이비 리크 스타일에 대해서 얘기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쓰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하지만 J.Press 가 추구하는 스타일, 그 타겟 고객과 무라카미 하루키는 잘 맞는 조합이었다.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월 1회 하루키는 짧은 단편(단단편이라고 칭함)을 썼고 이 초단편 소설은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와 함께 잡지에 실렸고 잡지의 왼쪽 하단에 J.Press 의 로고를 달았다.  그 와중에 무라카미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이 대 히트를 기록하고 전세계적인 작가가 돼 고향에 발을 디딜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바빠졌지만 이 광고용 초단편소설을 쓰는 일을 하루키는 여전히 즐거워했다.

J. Press 를 위해 쓴 하루키의 초단편 타이틀들

1. Apr 1985 – “호텔 로비 오이스터Hotel Lobby Oysters” 「ホテルのロビー牡蠣」
2. May 1985 – “파티 The Party” 「”THE PARTY”」
3. Jun 1985 – “코끼리 Elephant” 「象」
4. Jul 1985 – “피크닉 Picnic” 「ピクニック」
5. Sep 1985 – “호른 French Horn” 「ホルン」
6. Nov 1985 – “연필깎이Pencil Sharpener (Or Watanabe Noboru as Fate)”「鉛筆削り (あるいは幸運としての渡辺昇)」
7. Dec 1985 – “홀리오 이글레시아스Julio Iglesias” 「フリオ・イグレシアス」
8. Jan 1986 – “타임머신Time Machine (Or Watanabe Noboru as Fate Part 2)” 「タイム・マシーン (あるいは幸運としての渡辺昇 ②)」
9. Mar 1986 – “크로켓Croquette” 「コロッケ」
10. Apr 1986 – “트럼프 Cards” 「トランプ」
11. May 1986 – “신문Newspaper” 「新聞」
12. Jun 1986 – “도넛화Donut-ization” 「ドーナツ化」
13. Jul 1986 – “안티테제Antithesis”「アンチテーゼ」
14. Sep 1986 – “장어Eel”「うなぎ」
15. Oct 1986 – “타카야마 노리코상과 나의 성욕 Takayama Noriko and My Libido”「高山典子さんと僕の性欲」
16. Nov 1986 – “문어Octopus”「タコ」
17. Dec 1986 – “스패너 Wrench”「スパナ」
18. Jan 1987 – “도덧, 다시 Donuts, Again” 「ドーナツ、再び」
19. Feb 1987 – “무시쿠보 노인의 습격 Attack of the Mushikubo Old Guy”「虫窪老人の襲撃」

 

1993년에는 만년필 필기구 회사 파커Parker가 그에게 24편의 단편을 의뢰하기도 했다.  Taiyō 라는 잡지에 1993년 4월부터 1995년 3월까지 실렸다.  

Parker 를 위해 쓴 하루키의 초단편 타이틀들

1. Apr 1993 – “밤의 거미 원숭이 The Spider Monkey Comes at Night” 「夜のくもざる」
2. May 1993 – “아주 오래전 고쿠분지에 있었던 재즈 카페를 위한 광고 An Ad for a Jazz Cafe That Was in Kokubunji Long Ago” 「ずっと昔に国分寺にあったジャズ喫茶のための広告」
3. Jun 1993 – “말이 표를 파는 세계 The World Where Horses Sell Tickets” 「馬が切符を売っている世界」
4. Jul 1993 – “방콕 서프라이즈Bangkok Surprise” 「バンコック・サプライズ」
5. Aug 1993 – “맥주 Beer” 「ビール」
6. Sep 1993 – “속담 Proverbs” 「ことわざ」
7. Oct 1993 – “구조주의 Structuralism” 「構造主義」
8. Nov 1993 – “자동응답전화기 Answering Machine” 「留守番電話」
9. Dec 1993 – “스타킹 Stockings” 「ストッキング」
10. Jan 1994 – “새빨간 고추 Bright Red Poppies” 「真っ赤な芥子」
11. Feb 1994 – “책읽는 말 Reading Horse” 「読書馬」
12. Mar 1994 – “무즙 Grated Daikon” 「大根おろし」
13. Apr 1994 – “동물원The Zoo” 「動物園」
14. May 1994 – “인도 장수 아저씨 Mr. India” 「インド屋さん」
15. Jun 1994 – “천장속Under the Roof” 「天井裏」
16. Jul 1994 – “굿 뉴스 Good News” 「グッド・ニュース」(translation Rubin)
17. Aug 1994 – “모쇼 모쇼 Mosho Mosho” 「もしょもしょ」
18. Sep 1994 – “거짓말쟁이 니콜 Lying Nicole” 「嘘つきニコル」
19. Oct 1994 – “능률좋은 죽마 The Efficient Stilter” 「能率のいい竹馬」
20. Nov 1994 – “서신 Correspondence” 「往復書簡」
21. Dec 1994 – “세찬 비가 내리려 한다 A Hard Rain’s A-Gonna Fall” 「激しい雨が降ろうとしている」
22. Jan 1995 – “사랑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Love” 「愛なき世界」
23. Feb 1995 – “한밤중의 기적에 대하여, 혹은 이야기의 효용에 Steam Whistle at Night, Or the Utility of Stories” 「夜中の汽笛について、あるいは物語の効用について」
24. Mar 1995 – “마지막 이야기 Final Message” 「最後の挨拶」

 

온워드와 파커의 스폰서쉽을 받아서 썼던 실험적인 이 초단편 소설들을 모은 소설집이 《밤의 거미원숭이》이다.

《밤의 거미원숭이》출판사 서평은 이 초단편 소설집을 이렇게 소개한다.

하루키 특유의 신선한 문체뿐만 아니라 그 상상력이 더욱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난 호른은 나뭇가지로 땅바닥을 긁어대며 “바이올린이나, 플루트가 하는 일은 난 잘 몰라”라고 부끄러운 고백을 하고,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밤마다 집 주변에 출몰하던 바다거북이 진정 원했던 것은 그저 다 같이 둘러앉아 트럼프 한 번 제대로 쳐보는 것이다. 지하철 긴자 선에 출몰하는 큰 원숭이가 승객이 읽는 신문의 글자 좌우를 바꿔버린 채 키득거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하루키의 상상력의 샘은 언제나 넘쳐흐른다.

하지만 하루키 단편의 진정한 힘은 그 상상력의 향연을 넘어선 철학에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단편 <도넛화>에서 도넛화한 애인은 주인공에게 말한다. “우리들 인간 존재의 중심은 무(無)예요. 아무것도 없는 제로라구요. 왜 당신은 그 공백을 똑바로 직시하려고 하지 않죠?”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은 그의 작품 속에서 가슴이 텅 빈 현대인들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형상화한다.

또 다른 단편 <굿 뉴스>에서는 하루키 특유의 현실 비판이 두드러진다. “나쁜 뉴스는 없습니다”라며 시작된 뉴스 앵커의 멘트는 멕시코의 대형 유조선이 갑작스럽게 폭발했으나 120명의 승무원 중 35명이 기적적으로 구출되었다는 뉴스를 통해 “죽는 사람이 있으면 사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천연덕스레 전하거나, 자살 시도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배우에게 “죽어서야 꽃이든 과실이든 맺을 수 있겠는가”라는 위로를 건네는 등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하루키는 《밤의 거미원숭이》 서문을 통해 자신이 “이 정도 길이의 짧은 스토리를 즐겨” 쓰며, 특히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정말 “술술 써 내려갔다”고 고백했다.

사실 하루키처럼 돈을 받고 쓰면서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은 예외에 속할 것이다.  광고를 위한 글쓰기는 몇 가지 조건들이 붙기 마련이다. 하루키 이전에도 광고를 위해 글을 썼던 유명한 작가가 있다. 살만 루슈디다. 루슈디는 ‘오길미 앤 매더’라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명성을 쌓았다.  한 시상식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광고의 가장 위대한 점 하나는 아주 적은 단어로 많은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몇 개의 이미지나 짧은 말로 큰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짧다. ”

광고나 홍보를 위해 글을 쓰다 보면 이런 원칙을 끊임없이 훈련하게 된다.  짧고 함축적으로 명확하게 뜻을 전달하기.  짧은 시간안에 시선을 사로 잡기.

광고회사나 홍보회사의 일을 통해 작가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도중에 배우게 되는 아주 중요한 또 한가지는 글쓰기를 ‘취미’처럼이 아니라 ‘일’처럼 하는 것이다. 데드라인 반드시 지키기!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글쓰기.

데드라인 지키기, 창의성, 함축적인 카피 등은 광고용 글쓰기의 기본이지만 동시에 문학적 글쓰기를 위한 기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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