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진한(辰韓) 땅에 여섯 마을이 있었는데, 어느 날 고허촌(高墟村) 촌장 소벌공(蘇伐公)이 양산 밑의 나정(蘿井)이라는 우물 곁에 흰 말이 무릎을 꿇고 우는 것을 이상히 여겨 가 보았더니, 말은 간 곳 없고 커다란 알이 하나 있었다. 깨 보니 아기가 있어 소벌공이 데려가 정성껏 길렀다. 이 아기는 점점 준수해져 나이 열세 살에 뛰어난 젊은이가 되었다. 이에 여섯 마을 촌장들이 모여 이 아이를 임금으로 삼고, 박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박(朴)이라 하였으며, 세상을 밝게 다스린다는 뜻으로 이름을 혁거세라 하였다고 한다.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 신화입니다. 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로마의 건국신화에서 로물루스(Romulus)가 출현하는데, 로물루스는 어려서 늑대에게서 자랐고 후에 인간에게 양육되어 로마를 건국하게 됩니다. 이렇게 건국 신화나 민족의 탄생신화를 보면 범상치 않은 ‘신비로움’이 스토리의 전제가 됩니다.

브랜드 탄생 스토리도 그랬습니다. 오리온 ‘닥터유’ 스토리는 유태우 박사와 오리온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의사인 유태우 박사와 제과회사인 오리온의 만남. 이 역시 의사와 가공식품회사라는 이종교배(異種交配)가 신비로움을 주며 스토리텔링됩니다.

만약 건강에 도움 되도록 영양소를 설계한 과자 ‘닥터유’가 단지 오리온연구소에서 나왔다면, 그 신비로움과 신뢰는 한계를 보였을 겁니다. 제과회사와 의사와의 만남은 신비롭고 새로운 힘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알에서 깨어나 신비로운 박혁거세처럼, 늑대들에게서 자란 신비한 힘의 로물루스처럼 말입니다.

신천 함소아도 그렇습니다. 이혁재 원장은 물리학과 출신 한의사입니다. 이 원장은 우주(대우주)의 이치를 탐구하는 물리학자를 꿈꾸던 물리학도였습니다. 최소한 ‘인간이 바로 우주’라는 걸 깨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허나 물리학도의 길을 걷던 중 인간 자체가 이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우주(소우주)임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단지 우주의 작은 부속품이 아니었던 겁니다. 물리학적인 우주가 품고 있는 ‘사물(事物)의 이치’와 또 다른 우주인 인간이 담고 있는 ‘심신(心身)의 이치’가 만나면서, 심신사물(心身事物)이 어우러진 ‘나의 우주’를 누구나 서로 다르게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거죠.

박혁거세와 로물루스의 건국신화, 닥터유의 브랜드 스토리처럼 한의사 이혁재의 심신사물의 우주는 동질(同質)의 것과 썸을 탄 것이 아니라 서로 종(種)이 다른 이질(異質)의 것과 썸을 탄 이종교배 스토리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백성들에게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과 건국의 당위성을 주었으며, 소비자와 방문객에게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흥미도 주고 왠지 더 믿을 수 있다는 신뢰도 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종교배는 영어로 Hybridization입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하이브리드(Hybrid)죠. 이 하이브리드의 키워드는 ‘이질과 융합’으로 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들의 ‘짬뽕’이죠. 그런데 이 짬뽕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동이불화(同而不和) 이렇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진정한 이종교배, 하이브리드는 어떤 걸까요. 바로 ‘조화롭되 서로 다양함’의 화이부동입니다. ‘일률적이되 썸을 타지 않음’인 동이불화와는 같은 짬뽕이지만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죠. 그러고 보니 ‘하이브리드’나 ‘화이부동’은 발음까지도 비슷한 걸 보면 한 번 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질과 융합의 화이부동에 대해 이혁재 원장은 “신천 함소아를 찾는 엄마 아빠 중에 때때로 물리학을 전공한 한의사라는 이력에 호기심을 갖는 분들이 있지만 사물과 심신을 분리하지 않고 다루는 한의학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논어(論語)>에서 군자는 화이부동이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고 할 만큼 하이브리드나 화이부동은 사물의 우주와 심신의 우주에 모두 편함을 주는 이치라고 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부분의 이종교배는 놀랄만한 스토리를 낳곤 합니다. 브랜드 스토리를 발굴하는 마케터라면 밋밋한 동종끼리보다는 서로 연계성이 낮은 ‘이종과의 썸’을 만들어 보길 권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전무후무한 기발한 스토리가 생식되고 생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바로 이렇게 동이불화가 아닌 화이부동의 그릇에 그 스토리를 담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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