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Google Blog

 

한국 정부의 인공 지능 대책 환영한다

알파고 대국이 진행되는 도중에 한국정부는 기민하게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미래부에 인공지능(AI) 총괄팀을 만들고, 인공지능 산업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한국내 주요 민간기업과 협력해서 ‘AI 개발 콘트롤타워’를 설립할 계획도 세워졌습니다.  정부의 즉각적인 인공지능 대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보입니다.  ‘K 알파고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 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높습니다. 아마도 그간 정부 주도의 정책이 학계,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거나 전시행정용으로 반짝 진행된 사례가 있어서 그런 점을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 인공 지능 종합 대책

 

결론적으로 저는 이번 정부의 AI 대책을 환영합니다. 사실 그 내용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대체적으로 짐작이 가기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그리 놀랄만한 방안이 나왔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무대응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라도 움직이려고 하는 점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우리는 자주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할 때 외국과 비교를 하곤 합니다. 내부에서 스스로를 평가하기 어려우니 다른 사례들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은 보통 현명한 방법입니다. 다만 이럴 때 각자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가를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인공지능 대책을 비판하는 글에서 미국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대한 통계 자료나 구글같은 초일류기업의 투자규모 등에 대한 인용을 종종 발견합니다. 알파고의 승리를 지켜보고 있으면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전략들이 매우 타당해 보이고 그런 사례들에 비해 우리의 정책은 주먹구구처럼 보입니다.

 

하이에나가 사자처럼 싸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한국은 결코 미국이 아니며, 우리 나라에는 구글도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전략이 미국의 그것과 같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초원의 하이에나가 사자처럼 행동해서는 결코 먹이감을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세계 일류 대학을 갖고 싶고, 출퇴근이 자유로우면서도 고액 연봉을 주는 회사가 바로 옆에 있었으면 합니다.  사자처럼 일대일 싸움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내키는 대로 큰 먹이감을 사냥할 수 있으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전략이 부족하다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런 의문이 듭니다. 과연 한국은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국가인가? 사자 무리처럼 근사하게 포메이션해서 얼룩말같은 큰 먹이감을 사냥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가졌는가? 세계 정치, 경제 구조에서 한국이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이에나가 잘못된 사냥기술만 고집했을 때 굶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이 미국의 전략을 따라했을 때 효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선택해야 하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지난 20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선배들이 선택했고 효과를 보았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해 보입니다. 바로 순발력, Agility입니다.

 

순발력 Agility,  그것이 필요하다

주변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산업화 시절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감지되었을 때 누구보다 더 빨리 팀을 만들고 공장을 가동했던 때를 떠올려 봅시다. 반도체, 조선 등 한국이 세계에서 최초로 생각해내거나 양산하지는 않았지만 재빨리 따라붙어서 초일류가 되었던 그런 전략이 여전히 유효해 보입니다.

인공지능의 발판이 되는 컴퓨터나 계산이론 등은 한국이 식민지를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고 있었던 100여년 전에 이미 서양에서 고안되었고 발달되어 왔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5,60 년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특별한 계기없이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으로 봤을 때는 세계 어느 학자들 못지 않게 뛰어난 분들이 많습니다만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국가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테러와 같이 잔인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전염병처럼 무섭게 혹은 알파고처럼 충격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 국가의 리더십은 대책을 준비합니다. 알파고와 관련된 정부의 대책들이 쏟아지는 것은 국가가 인공지능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만큼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이런 순발력을 환영합니다.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되면 즉시 움직여야 합니다. 한국은 밀림이나 사바나를 지배하는 맹수가 아닙니다. 바스락 소리가 들리면 그것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인지 사자의 발자국 소리인지 판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움직여야 합니다. 호기심을 갖거나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목숨이 걸린 문제니까요.

 

장기적이고 완벽한 전략이 꼭 필요할까

세계 가전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와 곡면 TV를 시장에 들고 나왔을 때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지만 잘못된 방향은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주요 가전업체들이 3D TV와 곡면 TV의 경쟁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의 관심과 요구가 사라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을 기술이 시장에서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죠.  1등 전략, 최초 전략은 언제나 이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선두에서 경쟁하는 것은 그래서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반면 따라가면 이점이 있습니다

지금의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순발력 있게 따라 붙어서 2등을 하는 전략입니다.  2등도 결코 쉽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알파고나 구글을 한꺼번에 뛰어 넘을 그런 중후장대한 계획이 우리에게 필요할까요?  세계 최고의 컨설팅 업체를 고용하여 미국의 일류 기업들처럼 장기전인 전략을 짜고 세부적인 지침을 수립하다가 그 사이에 시장 상황이 변해서 훅 갈 뻔한 기업의 사례들에 시사점이 있습니다.

장기적이고 세부적인 전략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일단은 뛰고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정부가 주도해서 임시적인 조직이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문가들이 모이고 무슨 이야기라도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요. 누구든지 인공지능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면 우선은 여기에 동참해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급하게 달리는 만큼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갔던 길을 또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뭐라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K-알파고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이 지금 가진 자원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판단하지 않고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면 미처 결과를 보기도 전에 베타고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자 무리가 득실대는 사바나 한 귀퉁이에서 별로 빠르지 않은 식구들을 데리고 있는 하이에나 우두머리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저 큰 얼룩말을 차지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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