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2일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이 열렸다. 2010년과 2012년에도 그랬듯,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불변의 테마인 ‘자연과 인간’은 그 범주만으로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번에 열린 ‘내셔널 지오그래픽전-미지의 탐사 그리고 발견’ 전시도 잊힐 뻔한 모험심을 자극하는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이전의 전시와 차이를 말하자면, ‘탐험하는 인간’에 대한 사색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

 

위대한 탐험가의 전당

이번 지오그래픽전은 위대한 탐험가의 전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성층권에서 뛰어내리는 공군 대위.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선 인간. 인류 역사의 진정한 기원을 찾는 제인 구달의 손길. 잠수정을 타고 마리아나 해구로 향하는 제임스 캐머런 등. 인간이 한 차례 더 도약하는 순간들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같은 인간이라는 자부심과 동시에 어릴 적 위인전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부끄러움이라는 이율배반적 정서를 환기해 준다.

탐험유전자로 밝혀진 DRD4-7R이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일까. 아니면 공작새에게 적용되는 핸디캡이론의 역설(죽음이라는 결정적 핸디캡이야말로 개체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탐험하는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일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인류는 ‘안정적 생존’과 ‘미지의 호기심’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본능 사이에서 끝없이 경주해왔다. 수많은 실패 후에야 향유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성공. 그 사건들은 인류를 열광시키고 사진으로 남아 2016년의 나와 지금 마주하고 있다.

 

탐험, ‘마사크르’에서 ‘사크르’를 향해

탐험은 탐욕과 피로 얼룩진 제노사이드로 마무리되는 일이 빈번했다. 1532년 잉카 원정이 그러했고, 신대륙의 아메리카 원주민 강제이주, 오스트레일리아 정착 과정에서 학살당한 태즈메이니아인 또한 그랬다.

특히, 잉카를 상대로 한 피사로 형제의 만행은 그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스페인의 곤살로 피사로는 1532년 11월 6일, 보병 106명, 기병 62명을 이끌고 4만의 군대가 주둔해 있던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를 급습했다. 그 결과, 피사로는 7000~8000명의 잉카 군인을 학살했고 아타우알파를 볼모로 삼아 막대한 황금을 요구해 부를 축적했다. 이러한 사실은 서구권이 비서구권보다 우월하며, 그들을 서구권 아래에 굴복시켜야 한다는 제국주의와 인종 간 우열이론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번 지오그래픽전의 사진에서 우뚝 서 있는 하이람 빙엄이라는 인물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1875년 호놀룰루에서 태어난 빙엄은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유망한 역사학자였고 여행과 모험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1909년 잉카의 도시 빌카밤바에 관한 이야기를 카를로스 로메로라는 역사학자에게서 듣게 되고, 1911년 탐사에 대한 계획을 세운 후 실행에 들어갔다. 빙엄은 우룸밤바 강을 겨우 건너 밀림을 헤치고, 결국에는 거대한 유적 마추픽추를 발견했다. 그의 첫 탐험이었다. 비록 그토록 원했던 빌카밤바는 아니었지만, 거대하고 장엄한 유적인 마추픽추의 발견은 1900년 당시에 만연하던 사회진화론과 인종생물학에 찬물을 끼얹고 상대주의에 큰 기여를 했다. 하나의 잉카에서 빙엄과 피사로는 전혀 다른 세계인식을 가져다준 것이다.

1913년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파격적 작품인 ‘봄의 제전’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였을 때, 관객과 기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벌떡 일어서며 ‘천재다!’ 라고 소리쳤지만, 부정적 반응을 보인 한 기자는 제전(사크르)을 학살(마사크르)로 칭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우리가 갖는 세계인식은 단선적 인종이론에서 다양성으로, 배척의 역사에서 통합의 역사로, 즉 마사크르에서 사크르로 흘러야 한다고 하이람 빙엄은 사진에서 미소 지으며 말하고 있다. 관객들은 사진 속 위대한 탐험가들이 말하는 이야기들에 주목해야 한다.

 

나. 그리고 나를 제외한 모든 것.

GeoContents2

‘성공과 실패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나는 종종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1914-1916년 남극 대륙 횡단을 마친 섀클턴

 

1관의 탐험가들을 지나면 문명, 우주, 오지, 수중을 주제로 한 사진들이 펼쳐진다. 인류는 그 자신의 기원과 인류가 사는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 탐험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 왔고,  이제는 우주까지 그 발을 넓히고 있다. 본 전시는 그 역사를 맘 편히 선 채 관람할 기회를 제공한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해저와 북극과 남극, 그리고 나사에서 제공한 우주 사진들. 그리고 그 영광의 그늘 속에 감추어져 있던 희생의 역사를 담담하게 서술한 설명은 우리를 놀라움과 경이로 채워준다.

지오그래픽 매거진을 구독하고 있는 관람객이라면 이번 전시에서 다른 관객보다 한 가지의 즐거움을 더 찾을 수 있다.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나무, 영화 제작자인 제임스 캐머런의 마리아나 해구 단독 잠수 사진 등은 이미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거진에 소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내부

평소 자연과 환경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관객에게도 해저에 있는 타이타닉 호의 사진, 영화 아바타와 타이타닉으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의 해구 탐사 등은 호기심과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면 자연에 대한 관심이 으레 생기기 마련이다. 지오그래픽 협회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거진 구독을 신청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놓았다. 다소 뻔해 보이는 마케팅이지만, 이 기회에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을 확장할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그 수법이 마냥 미워 보이지는 않는다.

 

전시 정보

일시 : 2015년 12월 12일(토) ~ 2016년 3월 20일(일)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제 3,4 전시실

관람시간 : [12~2월] 11:00~19:00(입장마감 18:00) / [3월] 11:00~20:00(입장마감 19:00)

관람요금 : 성인 13,000원 / 초중고 10,000원 / 유아 8,000원(36개월 이상)

문의전화 : 02-6263-2621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세요 ?

콘텐츠 작가에게 콘텐츠 주문하기

&nbsp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