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립 복권에 당첨돼 엄청난 상금을 받은 복권 당첨자에게 언론사 기자가 다가갔다. 그리고는 복권 번호를 고르는 전략을 물었다. 당첨자는 자신만의 비밀 전략을 털어놓았다.

“저는 48로 끝나는 복권을 선택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48인가요?”
“제가 꿈속에서 7일 밤 동안 연속해서 ‘7’이라는 숫자를 보았거든요.”
“아니, 그 꿈이 48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7곱하기 7은 48이잖아요.”

설마 7곱하기 7의 답이 48이 아니라 49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첨자가 마치 자신의 탁월한 추론으로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 결과는 전적으로 운(運)에 의한 것임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이처럼 운이 작용하여 성공한 것임에도 오로지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엘런 랭어(Ellen Langer)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통제 착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이름 붙였다.

 

“경영 성과, 경영자의 능력일까? 운일까?”

 

오늘날 경영학의 많은 사상과 저술에서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넌지시 비치는 믿음은, 아주 유능한 경영자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학자는 이를 ‘슈퍼-경영자’ 의식이라고 말한다. ‘경영자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나 상황은 없다’는 믿음이다. 과연 그럴까?

아이러니하게도 크게 성공하고 많은 존경을 받는 경영자일수록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많고 중요함을 잘 안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성공의 비결을 물으면 대개 이렇게 대답한다. “그저 운이 좋았을 따름입니다.” 라고.

예컨대 지금의 삼성그룹은 전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 때문에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일까? 이 회장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만약에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IMF 시기에 국가적인 차원의 빅딜이 없었더라면? 그래도 삼성이 오늘과 같은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지금과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듯 경영에는 경영자가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그것을 우리는 흔히 ‘운(運)’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역사적인 특수한 사건도 그 운 가운데 하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핫(hot)한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Tesla) 또한 참으로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생산기지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프레몬트 공장인데 이 공장은 축구장 88개가 들어갈 수 있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 공장은 매주 1,000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내는 테슬라의 심장과 같은 곳이며 테슬라 경쟁우위의 핵심적인 원천이다.

이러한 수준과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소규모 신생 기업에 불과했던 테슬라에는 그만한 자금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떻게 이 경쟁우위의 원천을 확보하게 되었을까?

프레몬트 공장의 역사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GM이 처음 이곳에 공장을 지었으나 1982년 구조조정으로 공장 문을 닫았고 2년 후 GM과 도요타가 누미(NUMMI)라는 합작 회사를 설립해 공장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GM과 도요타의 프레몬트 공장은 2009년 GM이 파산 선언을 하면서 다시 도요타에 넘어간다. 그리고 이 공장이 테슬라에 넘어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2010년에 발생한다. 바로 2010년의 도요타 대량 리콜 사건이다.

도요타는 대량 리콜 사태로 위기에 빠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매출액이 크게 줄었고 그 여파로 도요타 아키오 최고경영자는 한 달 안에 프레몬트 공장을 폐쇄할 계획을 세웠다. 마침 전기차 양산 방안을 모색하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Elon Musk)에게 이 소식이 알려졌다. 참으로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역사 속의 사건들과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머스크는 그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금을 모아 4,200만 달러를 제안했다. 그리고 절벽 끝에 몰린 도요타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 제안을 받아들여 무려 10억 달러 가치의 공장을 20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테슬라에 매각했다.

오늘날 테슬라의 경쟁우위의 원천인 ‘프레몬트 생산기지’ 확보는 이처럼 GM과 도요타라는 기업이 내린 역사 속의 결정들에서 시작됐다. 또 도요타가 겪은 2010년의 대량 리콜이라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현재 테슬라의 손에 이르게 된 것이다. 현재 다른 신생 전기차 업체가 테슬라의 프레몬트 생산기지와 같은 역량을 4,200만 달러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확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렇게 볼 때 결국 테슬라의 성공은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과는 다른 컨셉트로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한 엘론 머스크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이러한 능력을 떠받쳐준 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경영에는 경영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 다시 말해 운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경영자의 능력을 폄하하거나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모름지기 경영자는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슈퍼-경영자’ 의식을 버리고 늘 겸손한 자세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만심을 경계하라”

 

기원전 3000여 년 당시 이집트는 사방 600마일에 이르는 초강대국이었다. 이집트인들은 그 어떤 나라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풍요롭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풍요는 안정을, 안정은 나태를 낳았다. 결국 이집트는 그들이 미개한 부랑자라고 얕보았던 힉소스인들에게 멸망 당하고 말았다.

국가와 기업은 물론 어떤 조직이든 성공은 필연적으로 자만을 낳게 되고 이때부터 그 조직은 쇠퇴와 멸망의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경영 역사상 잘 나가던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자만심에 사로잡혀 쇠퇴하거나 멸망했다. 지난 130년 동안 전화기의 역사를 만들어왔던 AT&T의 쇠락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 최대 장거리 전화 회사인 AT&T는 1947년 말에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 진공관을 이용한 장거리 전화의 불편함을 단숨에 해소한 혁신적인 발명이었다. AT&T의 산하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과학자 세 명은 195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이 발명한 트랜지스터는 20세기 후반 통신업계의 혁명을 불러왔고, 컴퓨터와 인공위성의 개발 등 IT 기술의 발전에도 매우 큰 공헌을 했다. AT&T는 트랜지스터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으며, 1984년에는 직원 수가 1백만 명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신기술의 발명으로 통신 혁명을 이끈 AT&T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또 다른 기술 혁명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1983년 AT&T 경영진은 무선 전화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무선 전화 사업을 지역 회사가 맡도록 하는 실책을 범했다. 뒤늦은 1993년에 무선 전화 업체를 인수한 뒤 AT&T 와이어리스로 분사했으나, 결국 2004년 싱귤러 와이어리스에 인수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2005년 1월 말 미국 2위의 지역 통신업체인 SBC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합병당함으로써 AT&T는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설적이지만, 성공은 조직을 자만에 빠뜨리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에 장애가 된다. 성공은 사람을 도취하게 하며, 성공의 단맛을 조직은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다. 그래서 성공한 기업일수록 변화와 혁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저항이 더욱 강해진다. 직원들이 제안하는 잠재가치가 큰 아이디어가 리더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용을 앞에서 이끌어야 할 경영자들조차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 편에 서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세상이 놀랄만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각종 단체로부터 우수 기업으로 평가를 받는 등 잘 나가고 있을 때일수록 경영자는 조직이 성공에 도취하여 지나친 자신감을 갖게 되거나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되는 순간 그 기업은 이미 위기의 문턱을 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초심(初心)을 잃지 마라”

 

‘커버 스토리의 저주(cover story curse)’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이는 런던비즈니스스쿨 도널드 설(Donald Sull)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업의 CEO가 비즈니스 잡지의 표지모델로 등장하게 되면 몰락할 징조’라는 것이다.

그는 한 때 잘나가던 기업이 몰락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활동적 타성(active inertia)’으로 설명한다. 활동적 타성이란, 시장 상황이 극적으로 변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거에 했던 활동들을 더 가속화해서 하려는 기업의 일반적 성향을 말한다. 기업이 활동적 타성에 빠지면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고 시장의 흐름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시장 상황이 변하였는데도 오히려 과거 잘 나가던 시절의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여 부진에 허덕이다가 결국 몰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경영자는 늘 자만심을 경계하고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소매업과 IT를 넘어 우주까지의 진출을 꿈꾸는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Amazon)의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를 들 수 있다. 그는 창업 때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아직도 ‘문짝 책상(door-desk)’을 쓰고 있다.

1994년 창업하여 20년이 지난 현재 10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의 반열에 선 아마존의 역사는 시애틀의 베조스 집 차고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은 단열 처리도 되어 있지 않은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는데, 한가운데 크고 검은 배불뚝이 난로가 있었다. 베조스는 홈 디포(Home Depot) 매장에서 사온 60달러짜리 밝은 갈색 문짝으로 책상 두 개를 만들었다. 지금 베조스가 쓰고 있는 책상은 그때의 책상과 같은 형태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CEO 베조스의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아마존의 성공이 가능했고, 또 미래의 가장 유망한 기업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리라. 모쪼록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경영자라면 위의 제프 베조스의 사례와 함께 델(Dell)의 CEO 마이클 델이 모토로 삼은 아래의 말을 참고할 일이다.

“나노 초(秒) 동안 축하한 다음 계속 전진하라!”

* 이 글은 월간 <공구 사랑> 2016년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곽숙철의 혁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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