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제의 대상 영속성
철학과 수업중 인지발달이론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나머지는 다 기억 저편으로 떠나버렸지만 그때 꽤 인상 깊었던지 아직까지 기억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피아제의 ‘대상 영속성’에 관한 실험인데, 여기서 대상 영속성이란 물체 혹은 대상이 시야에서 사라져도 그 물체는 계속 존재한다고 믿는 능력이다. 이러한 대상 영속성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10~11개월의 기간을 거쳐 점차 성숙하면서 생겨나는 인지발달 단계의 하나이다.
생후 6, 7개월 이하의 아기 눈앞에서 장난감을 천천히 뒤로 숨겼을 때, 아기들은 장남감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 그 물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때에는 ‘눈 앞에 보이지 않음 =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음’ 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12개월 이상이면 숨겨진 위치에서 장난감을 찾을 만큼 대상 영속성이 성숙한다. 그러다 18개월~24개월 이상이 되면 아이는 숨겨진 장난감이 어딘가 다른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갈만큼 인지발달이 이루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음 = 일하지 않음’ 공식
오후 3:00 옆자리에 있어야 할 직장동료가 오랜 시간동안 자리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무슨 생각이 먼저 들까?
아직도 안들어왔어? 어디가서 농땡이 치고있는거 아냐?
이러한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음 = 일을 하지 않음’ 공식하에 성립이 된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아직 이러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잠시 직장을 다녔을 때, 사무실이 너무 답답해서 2층의 휴식 공간에서 자주 일을 하곤 했다. 단지 휴식 공간에서 일이 더 잘돼서 올라왔을 뿐인데, 스스로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 불편히 일을 하다 얼마 안돼서 다시 내려가곤 했다. 사무실 자리에 앉을 때까지 왠지 모를 눈치를 봐야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난다.
불안한 노마드 초기단계

불안한 노마드의 초기단계
처음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시작할 때는 아직 기존의 공식이 잔존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불안하였다.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팀원들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
팀원들과 효과적인 일정 관리를 위해 서로의 일정을 체크하고 업무 진행 정도를 체크할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얼마든지 속일 수 있었다. 가령 실제 업무 진행 완성도는 10%인데 일정 체크는 59%로 체크할 수 있었다. 나중에 한번에 몰아서 정해진 날짜까지 체크하면 되는거 아닌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점차 성숙해지는 시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 스스로 업무를 강행하게 하는 몇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서로의 업무에 대한 공유 시간이었다. 온라인 미팅을 할때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고 시작하는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는 공유할 것이 없고, 팀원들의 화려한 공유로 내 차례가 될수록 부담이 배로 다가온다. 이런 것이 싫어 일을 제대로 하게 되고 이미 정해놓은 일정을 최대한 잘 지키려고 스스로 압박을 가했다.
나머지 하나는 팀원들이 나에게 주는 믿음이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 자신이 일정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또 그 일정을 팀원들이 믿어주는 것. 팀원들이 나에게 주는 믿음이 너무 감격스러워 나 스스로 그 믿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을 하게 되었다. 믿음을 한 번 잃으면 결코 되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어떨 때 가장 효율이 나는지, 또 반대로 어떨 때는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지, 스스로 터득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처음에 망나니처럼 날뛰던 나를 점점 잘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는데, 나는 나를 너무 몰랐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으며 일을 하면 할수록 나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내가 직장을 다니며 깨닫지 못한, 여러가지에 가려 절대 알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노마드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이 믿음은 내가 그러하다는 것을 전제함에서 비롯된다. ‘눈에 보이지 않음 = 일을 하지 않음’ 공식은 깨진지 오래고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음 공식이 다시 세워졌다. 그만큼 더욱 성숙해졌다는 뜻일까. 직장에 계속 있었다면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큰 깨달음은 애초에 디지털 노마드는 이러한 신뢰가 바탕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팀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노마드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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