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오랜 단골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다.  담당 헤어 디자이너 옆에서 도와주는 새로운 얼굴의 두 분이 있었다.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

남자분은 옆의 손님을 보조하고 있었는데, 경상도 사투리에서 서울말로 전이되는 중간 단계의 말투에 뛰어난 유머감각을 장착한 분이었다. 이 단계의 사투리는 본인은 정확한 서울말을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누구나 경상도 사람임을 알아채는,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어디서 경상도 티가 나는지를 이해할 수 없는 단계다.  내 머리를 도와주는 여자분은 손놀림이 날렵하고 단단해서, 머리를 감겨줄 때 그 시원함에 주책맞게 신음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그 날, 나의 기억 구석에 있는 뭔가를  슥 건드린 일은 머리를 다하고 떠날 때 일어났다.

 

haircut-834280_640

 

보통은 그냥 안에서 인사하고 끝나는데, 그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남자 분이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하며 인사를 했다.

“다음에 머리하러 오면 더 잘 해드리겠습니다.”

 

유머 감각에다 이런 태도까지 갖추었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많은 단골을 확보할 수 있을거다.  훌륭한 젊은이일세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한 마디를 더 얹었다.

“오늘 더 신경써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가르치느라 바빠서 신경을 못써 드렸어요. 다음에 오시면 더 잘해드릴게요.”

 

이 말, 이 말이 뭔가를 건드렸다.

‘보조 인력 두분 중 이 분이 선임이구나.  다른 여자 보조 분을 가르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중이었다.

그 때,  내 안에서 ‘잠깐! 무슨 소리야. 둘 다 그냥 자기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오히려 그 여자 보조분이 더 경험이 많아보였는데….’라고 뭔가가 소리를 냈다.  그리고 든 생각은 ‘ 뭐지 이사람? 뭐하는 거지?’  그의 친절한 인사말 뒤에 그냥 따라붙은 이 사소한 말에 내 기억의 한 조각이, 혀 끝의 좁쌀같은 돌기처럼, 쎄하게 반응해 왔다.

 

그때 그 포식자

이전의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아무런 느낌없이 그 헤어샵을 나왔을 거다.  그가 두 분의 보조 중 더 ‘선임’이거나 ‘더 재능있는 쪽’이라는 인상을 나도 모르게 담고서 말이다.

어떤 유형의 사람에게 한번 당하고 나면 그런 유형을 만나면 바로 알아차리게 된다.  인간이 뱀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뭔가 본능적으로 조심하라고 말한다.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서열이 애매한 남자 직원이 있었다. 나의 직함은 부장, 그는 실장이었는데 그 실장이란 것이 딱히 팀원이 있는 건 아니고 팀원없이 직함만 실장이어서 그의 서열은 늘 좀 애매했다.  직장의 서열은 누가 누구에게 보고하는가로 정해지기 때문에,  서열을 인식시킬 수 있는 보고 체계가 없으면 애매해진다.  그런 그가 자신의 서열을 인식시키는 방법, 그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방법이 있었다.

 

영화  이미지출처 : 다음영화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이미지출처 : 다음영화)

 

그는 나를 ‘OO씨’라고 불렀다.  금자씨~ 이런 식으로.

직원들 앞에서 뭔가 부탁할 일이 있을 때 그렇게 불렀다. 거슬렸지만 그는 언제나 환하고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있어서 나는 그냥 그가 외국 생활을 많이 해서 수평적인 호칭을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우리 팀원 중 한 명이 그 사람이 회사 안에서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 속상하다고 얘기를 해서, 그 얘기를 그 사람에게 전달하며 더이상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기를 바랬다.  직장 내에서 성없이 이름에 씨를 붙여서 부르는 것은 자신보다 확연하게 아래이면서 동시에 어린 사람에게만 쓰는 호칭이다. 그는 나와 동갑이었다.

말을 한 후에 그가  바뀌었던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지만 인간 관계에서 작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직장에는 적절한 호칭이란 게 있는데 그런 관례를 잘 모른다 정도로 생각했다. 뭔가 조금씩 툭툭 걸리는 게 있었지만 그게 뭔지 정확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참석해야 할 회의를 나만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보면 그가 전달하겠다고 하고 까먹었다든지 하는 일이었다. 해외 본사와의 전화회의도 이상하게 자꾸  빠지게 되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나도 그 회사를 떠났고 그는 승진해서 싱가폴의 아태지역본부로 갔다.  몇년이 흐른 뒤에 그의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됐다.  그 분은 분노에 가득차서 그를 ‘maniputalive Evil(교활한 악마)’이라고 불렀다. 그가 들어간 회사에서 임원 둘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동시에 다 해고된 일이 있었는데 해고된 임원 중의 한 명이었던 그 분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모든 것이 그의 조작이라고 말했다.  둘이 떠난 후 그 자리에는 그가 승진하여 올랐다.  이후에도 계속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대표이사를 몰아내고 본인이 대표가 되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그와 나의 인연은 가끔씩 다시 닿았다.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이후로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가 다 보였다. 정말 위험한 사람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나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사람이었다. 그의 끝은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가 여전히 무서웠다. 똥은 더럽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조직내 포식자들 

<FBI 행동의 심리학> 저자인 ‘존 내버로’는 범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여  나르시시스트형·감정불안형·편집증형·포식자형을 위험한 성격으로 꼽았다.  포식자형은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포식자형에게 다른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기회 혹은 방해물이다. 살인이나 폭력 따위의 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조직 안에도 이런 포식자형이 있다.  그들은 친절하고 유쾌하며 심지어 매력적이기도 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뭔가 신호가 왔을 때 조심하라.

 

8901110806_f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조직 내 포식자 유형

조직에서 가장 표시가 나는 유형은 약탈적인 상사다.  팀원을 키우는 것을 기쁨으로 느끼는 양육자형 리더가 있는가 하면 유유히 놀다가 조직원의 성과를 가로채는 약탈자형 리더가 있다.

두번째로는 사내 정치를 이용하는 유형. 이런 포식자 유형은 일의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사내 역학 관계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권력 있는 사람이 애용하는 식당과 메뉴까지 꿰뚫고 있고, 소문과 뒷담화는 이들의 전공이다.  실력에 비해 남들에게 보여 주는 능력은 훨씬 뛰어나다. 다른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회를 귀신같이 가로채서 당한 사람은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영화  (이미지출처 : 다음영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미지출처 : 다음영화)

이런  포식자들을 어떻게 알아챌까?

우선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윗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유머감각이 넘치고 유쾌하고 책임감이 강해보이지만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때 냉정하게 돌변하기 쉽다.  선민의식과 피해의식을 다 가지고 있어서, 자신만만하고 득의양양해 보이다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소평가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서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놓게 하는 데 재능이 있다.  하지만 이런 특성들만으로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나같은 경우에도 뭔가 툭툭 걸리면서 이게 뭐지 이런 느낌은 있었지만, 스스로 자신을 나무랐다. 그럴리가 없는데 괜히 동료를 오해하는 것같아 미안한 마음도 가졌었다.

이런 신호가 올 때 그냥 넘기지 말고 잘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남들 앞에서 당신을 은근히 낮추는 동료가 있다면 그건 그냥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

특히, 당신이 뭔가 사소하게라도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느낀다면  ‘좋은 게 좋은거지, 내가 너무 예민한거야. 좋은 사람인데 이런 거 가지고 시비걸지 말자.’ 와 같은 생각을 버리고 아주 분명하게 당신이 불쾌하게 느낀 점에 대해 얘기해라.  그가 대응하는 방식을 잘 보고,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는 포식자형일 확률이 크다.  그런 사람들을 대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별것 아닌 걸로 신경쓰는 자신이 쪼잔하게 느껴진다든가, 상대의 농담에 정색하고 달려드는 것같아 무안하다든가, 따위의 느낌이다.  그런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무엇보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최대한 멀어져라.

 

콘텐타

콘텐츠 마케팅의 힘든 과제 중 하나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이제 브랜드 블로그나 매거진, 기사, 기고문, 보도자료 등의 콘텐츠 제작을 온라인에서 전문작가에게 아웃소싱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콘텐츠를 직접 분야별 전문 작가에게 개별 주문하거나, 콘텐츠 마케팅 컨설팅을 의뢰하세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