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가이자 프로듀서로 에미상을 세 차례 수상하고 골든글로브 수상경력도 있는 모이라 베켓이 각본을 맡아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던 넷플릭스의 앤<Anne with E>은 격한 환호와 격한 분노를 동시에 받았다.  시즌 프리미어가 방영된 후, <브레이킹 배드>로 에미상을 수상한 모이라 베켓을 비꼬아 이러다 시즌 2에서는 앤이 마약을 파는 것 아니냐는 빈정거림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실망한 팬들은 #notmyanne이라는 해쉬태그를 달기도 했다.

 

‘나의앤’이 아니야 

앤에 분노하고 있는 팬들은 이 작품이 ‘배신’이라고 느낀다. 굳이 원작에 자세히 나와있지 않은 앤의 어두은 과거를 플래쉬백으로 보여주는 것, 입양아에 대한 부서지기 쉬운 믿음을 보여주었던 ‘브로치 에피소드’를 크게 키운 것, 그리고 앤이 새로운 마을에 도착해서 겪는 사람들의 경계와 비웃음을 꼭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보여주어야 했을까라는 의문.  앤을 떠올리면서 팬들이 떠올리는 따뜻한 ‘감정’, ‘행복한 기억’을 이 작품이 망쳤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팬들의 반감은 1985년 설리반 감독의 빨간 머리 앤에 대한 그리움에서 나온 면이 크다.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85년의 “빨간머리앤”은 잊을 수 없는 많은 장면을 남겼다.  그 중의 한 장면은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를 앤이 빡쳐서 석판으로 내리치는 장면. ” How dare you!”  네가 뭔데라고 소리치며 분노에 찬 눈으로 석판을 내리치는 이 장면은 둘의 오랜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짖궂은 남자아이들의 장난을 참아내야 한다고 배우고 그대로 따르던 다른 여자애들과 앤이 전혀 다른 아이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새로운 시대의 앤

넷플릭스 앤

많은 언론은 넷플릭스의 앤에 찬사를 보냈다.  아틀란틱의 리뷰는 “넷플릭스의 앤은 원작의 행간을 읽은 최고의 각색”이라고 평가했다.  원작의 첫 챕터를 떠올려보자. 매튜가 역에 도착해 남자아이가 아니라 여자아이가 도착한 걸 발견했을 때 역장은 “자네가 찾는 브랜드의 남자아이가 떨어진 모양이지”라고 마치 아이를 입양하는 게 아니라 화장실 휴지 사듯이 얘기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말을 거는 앤은 정작 마릴라가 앤의 과거를 물어봤을 때 “앤은 자신을 원하지 않았던 세상에서 일어난 경험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프리미어와 에피소드 1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던 앤보다 어두웠지만 각색이라기 보다, 원작을 더 정확하게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2017년은 아이들이 학대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때이다.

앤이 미래의 남편이기도 한 길버트의 머리를 석판으로 내려치는 장면은 사랑이 싹트는 귀엽고 로맨틱한 순간이 아니라, 새학교에 들어온 이후에 줄곧 앤이 받아온 왕따의 고통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에피소드의 1,2회에서 앤은 보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끌어내는데,  당황스러운 순간은 앤이 기억하던 것처럼 사랑스럽지만은 않고 오히려 짜증을 일으키는 때이다. 앤은 놀랍도록 똑똑하고 한계가 없는 상상력을 갖고 있는 아이지만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캐릭터이다.  앤을 처음 보는 시청자가 바로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없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3-4회를 넘어가면 어떤 상황에서도 확고하고 결연하게  “낙천성”을 유지하는 앤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넷플릭스의 앤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전작보다 “어두운” 버전이라는 평이 있지만 어둡다기 보다 “깊이있는”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앤은 현실의 우리들이 그렇듯이 다양한 면을 내보인다.  고아로 자라면서 학대받은 앤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이 사실은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고 시청자에게 그대로 보여진다. 하지만 앤은 자신의 상상력을 방어 메커니즘으로 장착하고 가장 힘든 상황에서도 낙관적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과거의 기억 때문에 상처받고 오해하기 쉬운 면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자존심과 자긍심이 강하고, 자신의 어두운 기억을 두려워하면서도 내면으로 파고들며,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공상을 즐기는 앤은 우리가 때로 마주하는 자신과 닮아있지 않을까?

새로운 앤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그 주위의 인물들이다.  어쩌다 독신으로 나이가 들어 농장에서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찾다 얼떨결에 앤을 입양하게 된 매튜와 마릴라 남매는 두 사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나의앤’이 아니라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나의앤’이  20세기 후반의 해석이듯, 이번 넷플릭스의 앤이 누군가에는 ‘나의앤’이 될 것이다.  오프닝은 환상적이다.  이 새로운 시리즈는 기다린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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