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논리학을 공부할 때 알게 된 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 의 철학 중에 ‘말로 할 수 없는세상 Unsayable World ‘개념은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세상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세상 Sayable World ‘과 그렇지 않은 세상으로 나눠지는데요, 종교나 윤리와 같은 문제들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것을 정의하고 또 풀 수 있을까 상상이 잘 안됩니다. 우주에도 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럼 그 끝의 밖에는 뭐가 있나요라고 질문했는데, 거기는 시간도 공간도 없는 그런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 느낌입니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세상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해는 어림 없는 일이지만, 다만 이런 접근방법을 따라해 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해한 세상과 이해하지 못한 세상이 혼재되어 있는 시공간을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또는 공부를 하면서 점점 더 이해한 세상이 넓어지기도 하고 때론 잘못 이해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새로운 기술도 만들어지고 미처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나 현상들도 접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이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지는 기분입니다. 살아가면서 더 현명해져야 하는데 세상이 더 빨리 발전,변화하면서 오히려 뒤쳐지고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세상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왜 알레포 Aleppo 에는 그렇게 많은 폭탄이 떨어져야 하는지, 정권을 잡고 있는 측이 옳은 건지 혁명을 끌고 있는 쪽이 옳은 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 누구는 그렇게 트럼프 Trump 대통령에 열광하고 또 누구는 그렇게 미워하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도 잘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딸도 잘 이해 안되고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도 잘 이해 안됩니다. 팔십을 바라보는 부모님들 역시 잘 이해 안되고요,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도 왜 그런 결정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 잘 이해 안됩니다. 버스 옆자리에 타고 있는 청년도 그렇고, 앞에서 느리게 운전하는 분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조깅하는 사람도, 어떻게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게 있나 싶습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도 잘 이해가 안될 때가 많으니 말입니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 라는 말은 들을 때에도 혹은 말하게 될 때에도 당황스럽습니다. 이 말을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이 나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거나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일테고, 말하게 된다는 것은 상대방이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뭔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개의 경우 시간을 더 가진다고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멈추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뭔가는 해야 합니다. 잘 이해가 안되더라도요.

‘도대체 왜 그랬지? 도대체 왜 그런거야? 왜 그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돼.’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자주 쓰는 말들입니다. 사실은 저 너머에 있겠지만 당장 내가 알 수 없기에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게 될 때 쓰게 되죠. 세월을 보내면서 차츰 뭔가 단정하고 바로 비난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간단한 상황도 짐작한 것과 전혀 달라진 경험을 많이 해서 그럴 겁니다.

지난 3, 4년 동안 그동안 살던 환경과는 어떤 의미에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지내다 보니 관찰자로서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여기에도 속하지 않고 저기에도 속하지 않은 채 경계인으로 보고 듣고 했습니다. 공무원 세계를 경험하면서 바깥에서, 민간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랑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반대로 공무원들이 일반 세상에 대해서도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에서는 짐작하지 못한 여러 가치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교포들이나 외국인들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는 또 다른 오해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구나 느끼게 됩니다.

그 동안 익숙했던 박스 Box 를 벗어나면 뭐가 옳고, 누가 그른지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줄 알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좀더 혼란스러워진 듯하기도 합니다. 새로 얻은 것도 물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세상에는 참 이해 안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이해 안된다고 해서 그게 불편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은 적어도 내 주변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우물 안에 있을 때에는 하늘만 바라보면서 잘 살 수 있었지만, 일단 우물을 벗어난 이상,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잘 이해 안되는 것들과 잘 살아 가는 법을 깨우쳐야 합니다.

 

콘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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