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발표되고 찬반 양론이 나오고 있다. 환경에도 좋고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를 확보하자는 것이 공통의 목적이고 이를 위해서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자는 데는 아무 이견도 없을 것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이슈를 하나하나 이해하기가 어렵다 보니 해외의 사례를 들어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논리로 많이 이용한다.  같은 사례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를 확인해 보자.

 

사례로 가장 많이 꼽히는 나라는 독일

탈원전의 모범사례인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을 10년 더 앞당겨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의 사례를 얘기하면 종종 반박하는 논리로 등장하는 것은 독일이 이웃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75%를 원자력으로 충당한다. 독일이 사실상 탈원전을 한 것이 아니라 이웃의 원전에 기대는 것이다라는 비판인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곡에 가깝다.  독일의 마을 중 프랑스 접경한 지역은 가까운 프랑스의 전기를 쓴다. 거꾸로 독일과 접경한 이웃 나라에서도 독일의 전기를 갖다 쓴다. 전기를 수출하기도 하고 수입하기도 하므로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한다는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독일은 에너지 순수출국가다.

아래에서 보듯 2011년 이후 독일의 에너지 순수출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생산량은 늘어나고 소비는 티가 잘 안나긴 하지만 줄어들고 있어서, 에너지 순수출량은 2003년 대비 42.9 TW만큼 증가하였다.

 

 

독일에 대한 염려는 오히려 화력발전 비중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2016년 석탄의 비중은 40.3% (리그나이트 23.1% + 석탄 17.2%)인데 환경오염에 가장 피해가 큰 석탄 등의 화력발전 비중이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보면 태양광은 5.9%, 풍력이 12.3%로 비중이 크다.

 

 

원전을 없애는 것을 더 우선 순위에 두긴 했으나 독일의 녹색당은 얼마전 전당대회에서 가장 유해한 석탄화전 20기의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2030년까지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발전시설을 모두 종식한다는 강령을 채택했다. 녹색당이 집권정당은 아니지만  탈원전 달성을 앞둔 마당에 이제 다음 목표는 화력발전을 줄이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독일의 경우 이미 신재생에너지 원가가 석탄 발전 원가보다 낮아졌다고 하니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가 바람이 불거나 해가 있을 때만 발전 가능한 간헐 에너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탈원전, 탈석탄이 동시에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탈원전을 대비하면서 독일은 신재생에너지와 석탄에너지 설비를 이중으로 갖추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설비는 거의 두배다.  바람이나 해가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석탄발전을 그리고 이웃국가에서 수입한 전기를 사용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는 이웃 국가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한다.

 

독일과 대비되는 이웃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는 전체 에너지의 75%정도를 원자력으로 충당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석탄 화력 발전의 비중이 4% 정도로 아주 낮다. LNG가 4% 내외, 나머지는 수력과 재생에너지다.

 

독일과 프랑스의 CO2배출은 어떨까?  2016년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CO2 배출이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로 EU 전체 배출량의 22.9%를 차지했고, 영국(11.7%), 이탈리아(10.1%), 프랑스(9.8%) 순이었다.

화력발전을 거의 몰아낸 프랑스는 이제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58기 원전을 운영 중인 프랑스는 올해 5월  G7 환경장관회의에서 전력 생산의 원전 비중을 현재 75%에서 2026년까지 50%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올릴 계획이다.  원자력 발전과 신쟁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전력 수급이다.

앞으로 두 나라는 모두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독일은  화력발전을, 프랑스는 원전을 통해 기본전력을 수급한다.

 

아시아는 어떨까?

<세계의 석탄 생산량 1980-2010>

 

중국과 일본, 한국은 모두 화력 발전의 비중이 아주 높은 나라다.   2013년 기준으로 볼 때, 세계 석탄 수입량의 1위, 2위, 4위, 세계 석탄 전력생산량 1위, 4위, 6위 국가가 바로 동아시아 3국이다.  석탄화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 뿐 아니라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파악되면서 중국도 석탄감축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보고는 있으나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등에 진땀이 난다.  중국의 석탄화력의 발전 비중은 설비용량 기준으로 무려 65.7%.

 

중국 에너지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도 늘어났지만 소형 석탄화력발전소 신설 역시 급증,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6%나 늘어나면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CO₂ 배출량이 적으면서도 발전 효율이 높은 설비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래 표에서 보듯 LNG와 석탄 발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2017년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해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수력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미미한 상태에서 당장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맞고 일본도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3%이상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의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은 39%로 만만치 않게 높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거의 꼴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녹색 성장 지표 2017’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에너지 공급 중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은 2015년 기준 1.5%로 조사대상 46개국 가운데 45번째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이 적은 국가는 세계 3대 산유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0%)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새 정부는 2016년 현재 30.7%인 원자력에너지 비중을 2030년 18%까지 낮추고 신재생에너지(4.7%)비율을 20%까지 높일 계획이다.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로 올리는 것은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지만 현실을 고려한 목표라고 본다. 탈원전 얘기가 나오자 그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탈원전이라는 방향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폐기비용과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사고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원전의 폐기는 불가피하다.

정부의 재생 에너지 목표치 20%를 높으니 어쩌니 하는 반론은 엉뚱하다. 어떻게든 힘을 합쳐서 달성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다만, 고민스러운 점은 원전을 끄는 것이 먼저인지 석탄 화력 발전을 줄이는 것이 먼저인지인데,  언뜻 사소해 보이는 문제가 사실 좀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탈원전을 하면서 탈석탄도 가능한 것인가?

서울대 성원용 교수는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공급확대는 동시 달성되기 어려운 정책목표이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는 국토여건상 충분히 늘리기가 쉽지 않으며 또한 간헐전원이기 때문에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을 대치하기 힘들다. 원전폐쇄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은 석탄의존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원자력과 석탄을 동시에 포기할 경우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가스의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도가 커지고,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방지 골든 타임 3년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지구의 위험한 환경 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3년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하고 있는데, 네이처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탄소 배출량을 대폭 낮추지 못한다면 2020년 아주 위험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논문은 60여명의 과학자들의 공동 서명을 받았다.

새로운 정부의 탈원전 선언을 뜯어보면, 원전 수명 연장 10년을 금지하고 추가 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번 정부 안에서 추가로 닫게 되는 원전은 월성 1호기 한 개 뿐이다.  나머지 고리 2~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는 순차적으로 폐쇄하는데 가장 먼저 도래하는 수명 만료일은 2023년 8월(고리2호기)이다.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 등 3기는 이미 공정률 100%에 가까워서 사실상 중단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임기 내에 원전은 오히려 늘어나는 셈이다.  따라서 임기도중에는 화력발전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그 이후 원전의 비중이 줄어들 때 발생한다.

전기세 폭등을 경고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당장은 아니지만 다음 정부에서 현실화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걸 이용해서 정부정책을 비판할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설득해야 한다 . 정부의 정책이 성급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실제로 원전 신규 건설 중단의 효과가 발생할 때까지 시간이 있다. 재생 에너지 설비를 확장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무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자체의 반대로 부지 선정이 어렵다는 점을 들곤 하는데, 정부의 의지와 함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최근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가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는 건 시간문제”라며 “화성과 달에 식민지를 세우고 그곳에 노아의 방주처럼 보관 시설을 세워 지구 동식물의 종(種)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를 떠나 어디로 간다 말인가? 화성 식민지 건설은 멋지게 들리긴 하지만 그곳은 지구에서 인간이 살기에 가장 힘든 사막보다 더 인간에게 적대적인 환경이다.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감수해야 할 비용과 희생이 따를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경고나 신재생 에너지를 위한 부지 확보 등의 문제제기는 모두 일리가 있다. 과장이라고 무시할 문제들은 아니다. 다만 이런 문제들은 우리가 함께 극복해야할 문제다.  탈원전과 동시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석탄화학발전을 줄이는 것은 아무 비용이나 대가없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 비용은 예상보다 클 수 있지만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다. 다음 세대가 누릴 모든 것들을 빼앗고 피해는 뒤로 미루는 이기적인 세대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콘텐타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