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도 누군가에게는 영웅, 영웅도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악당이 될 수 있습니다. 뻔하고 예상하기 쉬운 권선징악 스토리는 이제 그만! 선과 악 그리고 영웅과 악당의 경계를 허무는 섹시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나볼까요?

 

‘나르코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나르코스’는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과 이들을 쫓는 미국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 마약단속국) 요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특히 시즌 1과 2에서는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공권력 간의 전면전을 그렸다는 점에서,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악당, 그리고 DEA 요원들을 영웅으로 그리기 쉬우나 ‘나르코스’는 이들의 대결을 차분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보죠.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아주 흥미로운 일생을 살았는데요. 20대에 이미 콜롬비아 최대 마약 카르텔의 보스가 되었으며, 30대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약을 유통하는 악행을 통해 부자가 되었지만, 자신의 고향이자 빈민가였던 메데인이 콜롬비아 제2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곳에 병원, 학교, 전철 등 여러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했죠. 메데인 주민들이 그를 좋아하고 지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이러한 주민들의 지지는 DEA가 파블로를 체포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에스코바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콜롬비아의 현실을 마주하는 마약 단속국 요원 스티브 머피의 시선 또한, 냉랭하기만 합니다. 에스코바르와의 싸움이 길어지면서 콜롬비아의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안위에만 신경 쓰는 미국을 보며 지쳐가기만 하죠. 이런 그의 모습은 지금껏 우리가 알던 힘차고 에너지 있는 영웅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검은 해적’

해적 선장 캡틴 플린트

 

‘검은 해적’은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을 각색한 이야기로 플린트와 존 실버, 에드워드 티치, 잭 래컴 등 그 능력과 매력이 각기 다른 해적들이 해군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이름만으로도 바다를 벌벌 떨게 만드는 해적 선장 플린트는 한때 영국군 장교로 근무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청년이었죠.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장교직을 박탈 당하고 사랑하는 이마저 잃게 되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해적 선장이 되고 말았는데요.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존 실버는 어디에서 왔고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지만 뛰어난 두뇌를 가진 수수께끼의 인물! 이 둘은 친구이자 동료이며 라이벌로서 바다를 항해합니다. 그리고 서로 힘을 모아 그들 앞에 놓인 장애물을 해치우기 위해 노력하죠.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라도 내일을 위해 한 팀이 될 수 있는 해적들의 세계에서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을 설정하는 건 너무 복잡한 문제처럼 보입니다. 해적을 소탕하려는 해군, 백인들의 노예가 되어 처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흑인, 그런 흑인들과 동맹을 맺고 해군으로부터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나소와 바다를 지켜내고자 하는 플린트와 그의 동료들을 보고 있으면 진정한 악이 무엇이며 영웅과 악당의 경계는 어디인지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페니 드레드풀’

초자연적 힘을 가진 바네사 아이브스

페니 드레드풀

 

‘페니 드레드풀’은 괴물에게 납치된 딸을 되찾기 위해 용병을 모으는 탐험가 말콤 그레이 경과 그 동료들의 이야기입니다. 늑대 인간, 프랑켄슈타인, 도리안 그레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뱀파이어, 루시퍼 등 19세기 영국의 어둠 속에서 뛰쳐나온 주인공들이 총출동하죠.

정의를 구현하는데 반드시 정의롭고 선한 힘만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라진 말콤 경의 딸 미나를 찾고 구하기 위해 그녀의 소꿉친구인 바네사는 초자연적인 어둠의 힘을 빌리는데요. 이 장면은 섬뜩하고 괴기스럽지만 어쩌면 자신이 벌인 일로 인해 실종되었을지 모를 친구를 되찾고 과거를 속죄하겠다는 바네사의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죠. 악과 선의 경계에 서 있는 그녀가 과연 어둠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지가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재미와 긴장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흉측한 모습으로 창조되어 자신의 창조주이자 아버지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압박하는 크리쳐, 자신의 어두운 본 모습을 숨긴 채 미스터리에 감춰져 있는 과거와도 싸워야 하는 이단 챈들러, 불멸의 삶을 얻었으나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인 도리안 그레이와 또 다른 불멸의 존재인 브로나 크로프트까지. 페니 드레드풀의 다른 주인공들 또한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페니 드레드풀(Penny Dreadful)은 원래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했던 싸구려 간행물들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하는데요. 이와 반대로 드라마 ‘페니 드레드풀’은 너무나도 섹시하고 세련된 영상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콘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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