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은 저녁 약속을 잘 잡지 않습니다. 서울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저녁을 먹고 집에 가는 경우가 허다해서 여기서도 비슷한 생활을 상상했었지만, 이르게는 4시부터 늦어도 6시 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총총 집으로 가는 겁니다. 혼자 학교에 있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 일찍 집에 오게 되는데요, 캘리포니아는 봄에도 해가 제법 깁니다.  6, 7시까지 날은 훤하고 집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해 버리면 시간이 남아 돕니다.

시간의 의미

뭐라도 해서 시간을 때워야 할 판입니다. 시간이 넘쳐 나니까요.

집 근처에 식당도 없고 시간은 남고 그래서 요리를 합니다.

한국 마트에 가서 된장, 고추을 사고 양파, 고기, 꽁치통조림도 사고 무, 파도 사봅니다. 박사과정 시절에 옥탑방에서 혼자 지내면서 라면이나 끓여 먹던게 부엌 경험의 전부이니 막막하긴 합니다.

네이버를 뒤져보면 레시피가 사진과 함께 잘 나와 있습니다. 설탕 몇 큰술, 한소끔 끓이고.. 가늠은 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같이 아주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큰 술은얼마나 큰 술인지 작은 술은 얼마나 작은 술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끓이고 볶고 하면서 인터넷을 다시 보고 하다 보면 타버리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네요.

 

요리,  최고의 덕목은 ‘관대한 입맛’

하지만 요리의 최고의 덕목은 바로 ‘관대한 입맛’. 어차피 내가 먹을 거 부담없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다가 어쩌다 입맛에 맞는 요리가 나오면 즐거움은 아주 커집니다. 흐뭇한 마음에 내 솜씨가 제법인데, 요리에 재능이 있었던 것인가 슬며시 누구에겐가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요리의 즐거움은 만드는 것에만 있는게 아니라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에도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해지고, 만드는 경험까지 같이 소비하게 되어서 먹는 즐거음을 더 크게 만듭니다. 이런 놀라운 사실을 지금에야 알게 되다니요 !

그렇게 만드느라 씨름하고 먹고 또 치우다 보면 제법 시간이 가고, 낯선 집에서 저녁 7시, 8시가 지나가게 됩니다.

제법 저녁이 으슥해지면 그 리듬은 익숙하기 때문에 다시 책을 보든지 인터넷을 검색하게 되죠.

이런 짓도 해버렸습니다.

혼자 먹는 저녁상에 이런 짓도 해봅니다.

 

 잉여 시간이 필요한 이유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오히려 사람에게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늘 쉬고 싶다거나 놀고 싶다거나 생각하지만, 사실은 뭔가에 집중해서 일할 때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빈 시간이 생길 때 그 시간에 늘 무언가 할 것을 찾게 되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쉴새 없이 돌아가는 요즘 우리들에게는 그런 빈 시간이 없습니다. 지치고 쓰러져 잠들고 다시 애써 일어나서 또다시 그 날 해야할 일들을 끝내려 버티다 보면 남는 시간이 없습니다. 학생들도 직장인과 비슷한 일과를 보냅니다.  아침부터 학교에, 끝나면 학원에 저녁 늦게 집에 오면 다시 인터넷이나 소셜로, 그냥 아무 것도 안하는 그런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뭔가 새로운 걸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남는 시간, 심심한 시간, 잉여가 있을 때, 아무 것도 안하다가 심심해서 못 견디겠을 때,  그 때 뭔가 새로운 걸 해보자는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회사에도 주기가 있어서 1년 중에 바쁠 때와 한가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1, 2월이 한가한 편인데요 회사에서는 농한기라고 부르곤 하죠. 이럴 때 보면 개발자들은 회사가 시키지 않아도 남는 시간을 창의적인 일에 쓰곤 합니다. 그럴 때 오히려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구글 같은 대단한 회사들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에는 직원들에게 완전한 자유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노는게 노는게 아니라는 거죠.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이란 말을 빌어서 표현해 보자면, 일하라 내라 하면 놀게 될 것이요, 놀아라 하면 성과가 날 것이다 이렇게 될까요 ?

지금의 우리들에에게 시간이 필요한건 일하기 위한 재충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게 바로 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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