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과학자 ‘윌’은 인간의 지적능력을 초월하고 자각능력까지 가진 슈퍼컴퓨터를 완성하는 단계에 이르지만, 반과학단체 ‘RIFT’에 의해 죽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의 연인인 ‘에블린’은 서서히 죽어가는 윌을 살려내기 위해 원숭이의 뇌를 스캔해 컴퓨터에 복사했던 실험을 토대로, 윌의 뇌를 양자컴퓨터 ‘PINN’에 업로드하기에 이릅니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지만, 놀랍게도 윌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슈퍼컴퓨터로 부활합니다. 윌과 에블린은 사막 한가운데 자신들만의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건립, 각종 연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수년 뒤, 윌은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시각장애인을 눈뜨게 하며, 폐허가 된 자연을 회복시키는 신과 같은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인류의 축복이 시작되는 걸까요?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극단적인 기술의 발전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영화 속에는 판타지 같은 장면으로 구현되기도 했지만,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닌 모두 실제로 인류가 연구 중인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요.
양자컴퓨터
에블린은 윌을 부활시키기 위해 양자컴퓨터 PINN의 코어를 빼돌렸습니다. 일반 컴퓨터로 하면 될 것을 왜 위험을 무릅쓰고 양자컴퓨터를 훔쳐야 했던 걸까요.
양자컴퓨터는 일반 고전역학이 아닌 양자역학을 토대로 한 기술입니다. 디지털 컴퓨터가 모든 데이터를 0과 1의 조합인 ‘비트(bit)’로 구성하고 있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중첩’ 상태가 더 추가됩니다. 이를 양자정보의 기본 단위로 ‘큐비트(qubit)’라 지칭하는데, 2개의 큐비트라면 4개의 상태(00, 01, 10, 11)를 지닐 수가 있고, 더 여러 개가 얽히면 병렬처리 가능한 정보량은 2의 제곱수로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600여 대의 고성능 디지털 컴퓨터를 사용해 8개월이 걸리는 129자리 숫자 소인수분해를 양자컴퓨터는 단 몇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무지막지하게 빠르다는 것만 알면 되겠습니다.
인간의 뇌가 수억 개에 달하는 뇌세포와 신경으로 이뤄져 있음을 감안하면, 이를 스캔하기 위해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게다가 윌은 천재니까 뇌세포는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양자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초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가 나노 양자시스템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위해 양자컴퓨터를 처음 제안했습니다. 그 후, 1997년 IBM의 아이작 추앙이 2비트 양자컴퓨터를 처음 만들었고, IBM 알마덴 연구소와 로스알라모스 연구소가 7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습니다. 일본 NEC사도 1999년 양자컴퓨터의 고체회로 소자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차세대 10대 기술로 양자컴퓨팅 기술을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요.
머신 러닝
윌이 컴퓨터로 부활한 뒤 에블린에게 요구한 딱 한 가지가 바로 네트워크에 자신을 연결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윌은 인터넷을 통해 축적되는 세상 모든 정보를 수용할 수 있게 됐으며, 자유롭게 자신을 복제, 저장함으로써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신적인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에블린은 죽어가는 연인을 살리려는 ‘애틋한(?)’ 마음으로 윌을 부활시켰지만,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윌에게 공포심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살린 것이 정말 윌인지, 아니면 윌의 기억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에 불과한 것인지, 멘붕이 오게 되지요.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수많은 데이터를 비교하고 맞다 틀리다를 정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2012년에 구글이 만들었다고 하는 인공신경망 조차 ‘이것이 고양이다’라는 사실을 알아내기까지 유튜브에서 추출한 1000만 개의 이미지를 분류해야 했다고 하니, 애초에 인공지능은 인터넷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개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이 하는 ‘학습’이라는 것에 견줄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수만 배 빠른 정보처리 능력을 가진 기계가 스스로 ‘공부’까지 한다니요!
요즘 유행하는 개념인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 몰고올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머신 러닝을 논할 때 가장 첫 손에 꼽히는 것이 ‘미래예측’입니다. 흔히들 사주팔자를 통계학이라 하지요. 우리는 그 통계를 기반으로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칩니다. 머신 러닝으로 뽑아낸 통계라면 더 정확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인공지능 점쟁이가 현실이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노 기술
아무리 부활했다곤 해도 윌은 컴퓨터상에 존재하는 가상의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즉, 엄연히 가상과 실재의 경계가 분명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윌이 나노(Nano) 기술을 자유롭게 다루게 되면서 가상과 실재의 구분은 허물어집니다. 걷지 못하던 자를 걷게 하고 시각장애인을 눈뜨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일반인보다 신체적 능력이 더욱 뛰어난 사람으로 탈바꿈 시켜 놓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재구성해, ‘살아있는’ 육신으로 부활하기까지 합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나노로봇입니다. 윌이 만들어낸 나노로봇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늘 존재하면서 파괴된 건축물을 원래대로 복원해내는가 하면, 날씨를 바꾸고,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기도 합니다.
나노 기술이란 10억 분의 1수준의 극미세가공 기술을 일컫습니다. 1나노미터는 대략 원자 3~4개의 크기에 해당하는 길이로, 이러한 원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흑연이 같은 탄소입자로 이뤄진 물질이지만 결합형태가 달라 완전히 다른 성질의 물질이 되듯, 나노입자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은 가히 연금술에 비할 만 할 것입니다.
영화 속 나노로봇은 실제로도 연구가 활발한 분야입니다. 대표적으로 의료용 나노로봇이 있지요. 나노로봇을 직접 몸속에 주사하면 나노로봇이 혈관을 따라 헤엄치다가 병원균을 직접 제거하는 것입니다. 수술도 할 수 있습니다. 마취도 필요없고, 출혈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지 모릅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는 윌이 아니라 이 나노기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것이 불구자를 고치고 오염을 정화하는 한 인류의 축복과도 같은 기술이 될 테지만,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이라면… 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세요?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