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좋아하시나요?
혹자는 변태 혹은 싸이코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공포영화를 매우 즐겨보는 편입니다. 모든 공포영화를 ‘챙겨보는’ 것이 아닌, ‘즐겨본다’는 말은 나름 네티즌의 입소문과 평론가들의 평점을 고려한 뒤 엄선해서 본다는 말도 되겠지요. 왜냐하면 타 장르 보다 유난히 수준 이하의 영화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을 투자해야 하는데 시간이 아까운 영화를 만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지금은 공포영화의 침체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게 엄선해서 고른 공포영화는 허투루 보아선 안 되지요. 더욱 무섭게! 200% 즐겨야 마땅합니다.
공포영화 더 무섭게 보는 방법! 한 번 따라 해보시면 공포영화에서 난데없는 명작의 향기를 느끼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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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공포심을 자극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역시나 시각에 의한 것이겠지요. 처녀귀신, 살인마, 저주인형 등 단어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이미 우리는 무서워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을 끈다 – 영화 감상시 불을 끄는 건 기본입니다. 하지만 공포영화를 볼 때에는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둠이 주는 근원적 공포! 화면의 불빛을 제외하고 주변을 감싸고 있는 어둠 속에서 제3의 눈이 나를 지켜볼 지도 모를 일입니다.
고전 위주로 본다 – 개인적으로 시각적인 공포는 요즘 영화보다 옛날 영화가 훨씬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어설프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온갖 컴퓨터 그래픽과 뛰어난 특수효과로 무장한 요즘 영화는 오히려 화면상의 그것이 실재가 아닌 판타지스러운 느낌을 주기 십상입니다. 옛날 영화는 화면 자체가 저화질인데다 아날로그적이면서 거칠고 투박해 기괴스러운 느낌이 훨씬 배가 됩니다.
주변에 큰 거울을 둔다 – 공포영화 중에서도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오컬트 무비를 볼 때 제격입니다. 시야에 적당히 들어오는 곳에 나의 전신을 비추도록 큰 거울을 둡니다. 영화를 보다가 조금만 자세를 바꿔도 거울에 그 모습이 비치는데요. 한창 감정이 고조됐을 때 그 언뜻 비친 움직임이 주는 소스라침이 아주 제 맛(!)입니다. 거울이 2개 있으면 자신의 뒷모습을 비추게 하는 것도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영화보다 자기 뒷모습을 더 보게 되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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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
촉각이 주는 공포도 상당하다는 걸 아시나요. 사실 시각적 공포는 눈을 감아버리면 그만이지만 피부가 느끼는 감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매개체를 없애는 것이 핵심입니다.
찬물 샤워를 한다 – 낮은 온도에서 공포심이 배가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깔끔하게(!) 찬물로 샤워를 합니다. 보일러도 끄는 게 좋겠지요. 근데 공포영화 제대로 보려다 감기까지 걸리면 안 되니 몸은 제대로 닦되 머리는 축축한 느낌을 어느정도 살려 영화를 감상합니다.
알몸 상태로 본다 – 찬물 샤워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샤워 후 옷을 입지 않으면 되겠습니다.-_-;; 샤워를 안 하더라도 알몸 상태는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알몸이야말로 나를 보호해줄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느낌을 주기에 딱 좋기 때문입니다. 저 유명한 영화 싸이코의 샤워 씬이 왜 그리 무섭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대거나 눕지 않는다 – 말그대로 등을 기대거나 눕지 않습니다. 즉, 방이나 거실(최대한 넓은 공간) 한 가운데에서 상당히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며 보는 것이 좋습니다. 주로 공간이 주는 공포를 다룬 작품을 감상할 때 효과가 좋습니다.
먹지 않는다 – 영화에 팝콘이 빠져선 안되지만 공포영화일 때만은 예외입니다. 살짝 출출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효과가 있어 공포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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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사실, 공포영화 즐기기의 최고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떤 요소보다 귀를 괴롭히는 소리만큼 공포감을 극대화 시키는 건 없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명작 반열에 오른 공포영화엔 공통적으로 뛰어난 음향효과가 있습니다.
헤드셋을 낀다 – 빠방한 음질을 자랑하는 홈시어터를 구축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근데 홈시어터를 구축했다 해도 옆집에서 항의할까봐 크게 소리를 높이지 못 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이에 헤드셋을 추천합니다. (귓구멍만 꽂는 이어폰이 아니라 귀 전체를 덮는 헤드셋입니다.) 가격도 싸고 주위 잡음을 차단함과 동시에 다채널 사운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공포영화 감상에 있어 헤드셋을 끼고 안 끼고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 저는 예전에 헤드셋 없이 본 공포영화를 찾아 다시 헤드셋을 끼고 감상하기도 하는데요. 영화에 대한 인상 자체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본다 – 사운드 하나는 확실히 보장되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할 수 없이 최신 영화를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말 좋은 공포영화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보통 공포영화는 혼자 보는 것이 무섭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공포는 전이됩니다. 옆 사람이 질러대는 비명 때문에 공포가 배가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니가 더 무서워짐 주의: 거실에서 불 끄고 헤드셋 끼고 알몸으로 웅크린 채 ‘컨저링’을 감상하는 저를 보곤 아내가 까무러치더군요.-ㅅ-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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