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스마트폰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만능기기로 진화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너무 많은 것을 할 수 있기에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기기도 한둘이 아니지요. 그 많던 MP3 플레이어는 물론, 동영상 재생을 위한 휴대기기 였던 PMP, 한 때 반짝(?) 할 뻔 했던 전자책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가슴은 아프지만, 워낙 뛰어난 컨버전스 능력을 발휘하는 스마트폰이기에 그들의 운명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커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입니다. 예전에 비해 아무리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다곤 하지만 게임 몇 분 하고 나면 배터리의 녹색잔량이 온데간데 없습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않으면서도 하루종일 배터리 잔량을 걱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충전케이블이나 보조배터리를 항상 구비해놓고 있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트렌드는 모바일로 가는데 현실은 자꾸 케이블을 끼우라니요!
만능 스마트폰의 딜레마
재미있는 조사가 하나 있습니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가 ‘2016년 휴대폰 제조사가 가장 주력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1위가 ‘더 길어진 배터리 수명’으로 나온 것입니다. 2위는 ‘스마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3위는 ‘카메라 성능 개선’이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응답비율은 63.7%, 16.17%, 7.48%로 배터리 문제를 지적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배터리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른 기능 다 필요없으니 배터리나 좀 늘려달라!
제조사 입장에서도 배터리는 참 골치거리입니다. 용량을 키우자니 배터리의 부피가 늘어나 영 디자인이 안 예쁩니다. 간간이 들리는 스마트폰이 폭발했다는 뉴스도 대부분은 배터리 문제지요. 이에 제조사들은 저전력 기술이나 급속충전 기술을 개발하는 데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배터리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뭐니뭐니해도 무선충전 기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말 그대로 케이블 없이도 충전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무선충전 기술의 기본 원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변압기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지요. 그러나 아직도 변변한 제품이 없는 이유는 충전효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충전이 되긴 되는데, 세월아 네월아 완충될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일단 켜진 상태에선 배터리를 소모합니다. 그 소모되는 양을 상쇄할 만큼 충전이 더 많이 돼야 하는데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폰을 아예 꺼버리면 충전은 빨라지겠지만 그동안 지인으로부터 연락두절인 상황은 감내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온 전화라면 다음날 무슨 욕을 먹을지 모를 일입니다.
해결은 무선충전 기술!?
무선충전 기술은 크게 자기유도(magnetic induction) 방식과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 방식으로 나뉩니다. 자기유도 방식은 충전효율이 비교적 높지만 충전기와 휴대폰간 간격이 수cm 이하로 제한됩니다. 즉, 둘을 거의 붙여놓다시피 해야 비로소 충전이 됩니다. 케이블을 끼워야 되는 번거로움만 사라졌을 뿐 특정 지점에 위치해야 되기 때문에 은근 불편합니다. 현재 무선충전 제품으로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이 자기유도 방식을 채택한 것입니다.
자기공명 방식은 수십cm에서 수m까지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가능하며 특정지점에 위치해야 하는 제약이 훨씬 덜합니다. 게다가 하나의 충전기로 여러 개의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인체에 미치는 전자파의 영향도 없어 우리가 생각하는 무선충전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공명 방식이 훨씬 좋은데 왜 자기유도 방식 제품만 출시될까요. 자기유도 방식은 기술장벽이 그리 높지 않고 ‘Qi(치)’라는 국제 기술규격이 이미 정립돼 있어 제조사들이 개발하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공명 방식이 무선충전 기술의 대세가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자기공명 방식이라면 특정 공간을 충전 전용구역(zone)으로 조성할 수 있습니다. 마치 와이파이존처럼 말이죠. 그렇게 되면 집이나 사무실 등 사람이 오랫동안 머무는 곳에선 배터리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버스정류장, 도서관, 커피숍 등 공공장소를 충전존으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그렇다면 서두에 밝혔듯 무선충전 기술이 과연 모든 IT산업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전부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현재 지지부진한 IT 산업의 상당 수를 구원하는 것은 가능해 보입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한 필요조건
대표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있습니다. 스마트 와치, 스마트 글래스, 피트니스 밴드 등이 그것입니다. 사람 몸에 직접 착용해야 하는 이러한 기기들은 스마트폰 보다 훨씬 가벼운 무게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할 수 없습니다. 무선충전이 가능해진다면 이러한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면서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성도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드론은 또 어떻습니까.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드론은 10분도 채 못 띄웁니다. 무선충전 기술을 이용해 특정구역을 드론이 충전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드는 건 어떨까요. 충전 거점이 생긴다는 것은 일종의 드론 전용 비행구간이 생긴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는 중구난방 날아다니는 드론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전기차 역시 무선충전 기술이 구원할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인 요소와 함께 기름값 걱정 없는 메리트가 있음에도 그리 확대되지 않고 있는데, 이유는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는 건 비용도 비용인데다 따로 연결장소를 확보해야 하지요. 하지만 무선충전 기술로는 훨씬 저렴한 비용에 차량이 있을만한 곳이면 어디든 충전존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주차장, 버스정류장, 신호등 주변 등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배터리 걱정이 없는 세상, 우리는 배터리 소모를 걱정해 꺼두었던 스마트폰의 각종 기능을 켜두어도 됩니다. GPS 기반의 위치정보 서비스, NFC 기반의 모바일결제 서비스, 블루투스 비콘 기반 데이터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무선충전이 바꿔놓을 세상, 진짜 모바일은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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