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스쳤던 사소한 일들이 주는 긍정적 힘에 대하여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 작품은 소설집 ‘대성당’에 수록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이다. 견디기 어려운 극도의 불안과 슬픔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고 소소한 것들로 인해 위로 받을 수 있다는 짧지만 강렬한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너무나 평범하고 단란했던 앤과 하워드에게는 다음 주면 8살이 되는 ‘스코티’라는 귀여운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앤은 늙은 빵집 주인에게 케이크를 주문한다. 그러나 생일 당일 스코티는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여러 날의 혼수상태를 지나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이들 부부에게 정체 불명의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그것이 결국 빵집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앤과 하워드는 상황도 모르고 줄기차게 전화로 자신들을 괴롭혔던 빵집 주인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나 상황을 이해한 빵집 주인은 미안해하며 이들에게 갓 구운 따뜻한 롤빵을 대접한다. 사소한 롤빵과 커피 한 잔에 이상하게도 지치고 힘든 마음이 따듯하게 위로가 된다.
불행은 의식의 확장을 도와주는 또다른 차원의 축복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크고 작은 문제와 사건, 사고들로 가득 차 있다. 언론 매체에서 접하는 각종 불행한 일들이 나에게만은 오지 않고 스쳐 지나기를 원한다. 나의 삶은 언제나 환희와 평안함으로 가득차기를 소망한다. 앤과 하워드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단란한 일상의 행복을 살아가는 이들이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부부가 되었다. 너무나 귀여운 아들 스코티가 차에 치였다. 그것도 생일날 아침에,…
쇼크로 깨어나지 않는 아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비친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의 모습은 너무나 건조하고 사무적이다. 닥터 프랜시스는 아들이 곧 깨어날 것이라며 형식적인 답변만 건네준다. 갑자기 닥친 사고에 정신이 없는 부부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아들의 상태에 조금씩 익숙해 질 무렵 칼에 찔린 아들 ‘프랭클린’을 걱정하는 애벌린이라는 여자를 병원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슬픔에만 충실했던 모습을 돌아보며, 앤과 하워드는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
별 볼일 없는 사소함이 가르쳐주는 위대함에 대하여
극도의 불안과 슬픔이 엄습했을 때 우리는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행위만으로도 크나큰 위안을 얻는다. 극도로 화가 났을 때 따뜻하고 달콤한 빵 한 조각이 마음을 진정시켜준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고 신기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주변의 모든 것은 사소하지만 또한 위대하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소소한 일상들에서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고 나에게 닥친 불행이 알고 보면 결국엔 나만이 아닌 타인들의 삶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불행도 어쩌면 사소한 것이 될 수 있다.
일상의 모든 경험은 타인을 이해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16시간 내내 좁은 공간에서 빵을 만드는 일을 하는 늙은 빵집 주인의 삶은 건조해 보인다. 하지만 그가 만든 작은 케이크 하나에 많은 이들이 즐거운 기념을 할 수 있고, 그의 따뜻한 빵 한 조각에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가 하는 일의 위대함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통해 무심하게 스쳐 보냈던 사소한 일들이 주는 긍정적 힘에 대하여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
그들은 지치고 화가 나 있었지만, 빵집 주인이 하고 싶어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빵집 주인의 외로움에 대해서, 중년을 지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회한과 무력감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들에게 아이없이 그런 시절을 보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그가 수없이 만들었던 파티를 위한 음식, 축하 케이크, 손가락이 푹 잠길 만큼의 설탕, 케이크에 세워두는 작은 신혼 부부 인형들, 생일들, 그 많은 촛불들이 타오르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는 빵집 주인이었다. 그는 반드시 필요한 일을 했다. 그리고 그는 그게 좋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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