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내다보니, 오래 전에 친구로부터 들은 영어발음에 대한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당시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던 친구는 새로 온 외국인 상사가 이 근처에 ‘맥다날’이 어디있냐고 물어서 당황했답니다.  일본에서는 McDonald 를 마그도나르도라고 한다며 웃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맥도날드나 마그도나르도나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니까요.

영어공부라고 하면 발음을 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에 배우지 않으면 어차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니 포기하는게 낫다고도 하고 또 혹자는 문법보다는 발음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발음이 좋아야지 VS 말만 통하면 발음은 중요하지 않다.

 

말만 통하면 발음은 중요하지 않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은 분들이 많을겁니다. 나이들어서 미국에 와 1년 정도를 지낸  생초보의 경험으로 보면, 발음이 제대로 안되면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한글 표기의 우수성에 갇히지 말자

영어 발음 이야기를 하기전에 한글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 가겠습니다. 한글은 사람의 구강구조를 본따서 만들어서 사람의 소리를 표현하는데 아주 좋은 문자체계입니다. 동물의 울음소리나 자연에서 나는 소리들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다른 언어들이랑 비교해보면 한글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이 정도에서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한글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나 발음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까지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한글로 먹고 살고 있고, 한글날이면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영릉)에 꼭 다녀올 정도로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글이 소리를 표현하는 데에는 좋은 문자이지만 거기에 갇히게 되면 외국어 공부에 불필요한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한글 발음을 잊어버리고, 영어를 이야기할 때에는 영어발음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국어 발음은 어디나 어렵다

나이 들어서 외국어를 배울 때,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충 발음하려면 배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대충 발음하면 외국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어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업차 베이징을 처음 갔을 때 천안문에 가고 싶어서, 파트너에게 가는 방법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말처럼 천안문이라고 소리내지 않고 ‘티엔안먼’ 이라고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서 자신있게 물어봤지만, 10번 정도 이야기 할 때까지 제 말을 못 알아 들었습니다. 결국 한자를 썼고, ‘아~ 티엔안먼’ 이라고 하더군요. 저한테는 똑같이 들리는데 말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파리 (Paris)나 유명한 브랜드 루이비통(Loui Vuitton)도 프랑스어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정확하게 발음하기 어렵습니다. 러시아어의 R 발음은 영어와도 달라서 ‘롸시아’ 보다는 오히려 ‘르르러시아’ (혀를 떨면서) 에 가깝더군요.

작년 중미 콜롬비아의 Medellin 이라는 도시를 갈 때에는 스페인어를 몰라서 한동안 ‘메델린’이라고 발음했는데요, ‘메데진’이라도 하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멕시코시티 세관에서 자신있게 ‘메데진’이라고 했더니, 한참을 멍하니 보더니 ‘아 메데진’ (말도 제대로 못하냐는 표정으로) 하더군요, 제 귀에는 똑 같이 들리는데 말이죠.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우리가 외국어를 발음할 때 생기는 문제는 반대의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한국에서 살거나 자주 방문한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그쪽 대화가 이어집니다. 어디에 가봤냐 등등이죠. (싸이는 아느냐 이렇게 묻지는 않습니다 ㅠ.ㅠ). ‘준주에 가봤다’ 라고 하면, 아 거긴 ‘전주’다, 한옥마을이 있어서 한국 전통가옥을 구경하기 좋다라고 설명하려고 하는데, 거기가 아니라 공군비행장이 있었고 하면, 오케이 거긴 ‘충주’다 라고 바로 잡아줍니다.  그러면 ‘아 준주’ 거기 맞다라고 하죠. 외국 사람들도 한국어를 정확하게 발음하기 어렵습니다.

 

발음이 안되면 팔다리가 고생

뉴욕 Dulles 공항에 가야 하는데, 텍사스 Dallas 시를 갔다는 믿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고, Yale 대학이 있는 Connecticut state는 백번 이야기해도 못 알아 듣습니다. 지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운전할 때에는, 심지어 집을 찾아올 때도, 구글 맵을 사용하는데  음성안내에서 나오는 도로명을 알아듣지 못해서 오히려 헷갈려서 한동안 꺼두고 다녔습니다.

사람이름, 거리이름, 도시이름과 같이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말하지 않고서 대화하거나 정보를 얻기는 불가능하죠. 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잔 사기도 어렵습니다.

 

이름 제대로 발음하기

우선 이름에 대한 발음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스타벅스에 가서 줄서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뭐라고 뭐라고 물어봅니다. 음악소리에 커피 내리는 소리, 사람들 이야기 소리에 잘 안들리지만, 뭐 먹겠냐고 묻는거 이외에 뭐가 있겠습니까. 마시고 싶은 걸 말하면 얼마라고 하는데, 그냥 카드를 내밀면 됩니다. 알아서 계산해주겠죠.  영수증 필요 없다고 하고 카드 받으면 끝인데 뭐라고 더 물어봅니다. 나중에 커피 나왔을 때 부르는 이름입니다. 한국에는 널려있는 부르르 떨리는 기계를 안 쓰고 굳이 시끄러운데 왜 사람이름을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이 쪽 시스템이 그렇습니다. 이때 바쁜 알바생에게 이를테면 제 이름 ‘경서 Kyeongseo’를 시도하면 서로 당황하게 됩니다.

‘케이와이이오엔지에스이오’ 하면 대충 적어버리죠, 나중에 저쪽에서 ‘키엔세이’ 뭐 이렇게 대충 부르면 그게 바로 제 커피입니다. 커피를 마시면 그만입니다만 매 번 이럴 수는 없겠죠.  그래서 저는 Gunso 라고 간략한 영어이름을 씁니다. 어차피 정확하게 발음도 못하는거 간단하게라도 쓰자라는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는 성씨 Last Name 을 부르는게 이상하지 않으니 보통 김, 이, 박, 송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케이 아이 엠’ 하면, ‘오~ 키임’,

‘송, 에스오엔지’ 하면, ‘오~ 쏘옹’,

‘박, 피에이알케이’ 하면, ‘오~ 파앍’

‘이, 엘이이’ 하면, ‘오~ 리이’

 

이런 반응들이 나오죠. 왜 항상 ‘오~’ 가 나오는걸까요? 그건 아마도 ‘아니 왜 그걸 그렇게 발음하는거냐?’ 라는 반응일겁니다.

왜,

키임을 김이라고,

쏘옹을 송이라고,

파앍을 박이라고,

리이를 이라고 하지… 하는 반응입니다.

 

표기 체계

이건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 성씨를 재미있게 부르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렇게 쓰면 그렇게 발음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한국 사람들이 ‘로보트’라고 쓰여 있는 걸 ‘롸버트’라고 읽지 않고, ‘오렌지’를 ‘오륀지’라고 읽지 않는 것과 같죠.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KIM 이 김이 아니고, Song 이 송이라는 발음이 아닌 것이죠.

그래서 만약 자신의 성이나 이름을 Kim, Lee, Park, Song 이라고 썼다면 킴,리이,파앍,쏘옹이라고 말해주고 읽어주는게 소통하기 편합니다. 파앍이라고 불리 싫다면 박세리 골프프로처럼 Pak 을 쓸 수도 있습니다만, 미국 캐스터들은 ‘세리박’이 아니라 ‘쎄리팩’이라고 소개합니다.

김, 이, 박, 서울 같은 간단한 우리말도 제대로 발음 못하는게 야속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파리나 베이징, 로버트, 오렌지를 정확하게 발음 안하는 것 생각하면 서로 공평해 보입니다.

 

모아쓰기와 풀어쓰기

다시 한글의 창제 원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천지인의 원리에 따라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뉜 소리들을 모아서 한글자로 만드는 것이 한글의 제자원칙입니다.  소리를 본따 만든 소리문자에 이렇게 예쁜 표기법까지 있다니 한글을 정말 훌륭한 문자체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아쓰기를 하기 때문에 한글은 음절의 구별이 아주 뚜렷합니다. 끊고 맺음이 확실하죠.

이에 비해 라틴/영어는 기본 알파벳의 자음과 모음을 옆으로 나란히 풀어서 씁니다. 그러다보니 음절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한글의 모아쓰기에 익숙한 우리는 풀어쓰는 영어도 모아서 발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해보입니다. 우리한테 익숙한 방식이니까요. 하지만 이 익숙함이 영어를 발음하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발음체계가 언어의 우수성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방식일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SEOUL 로 표기합니다. 라틴계 언어를 쓰는 많은 외국인들은 ‘쎄오울’이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자음 하나 모음 하나 음운 단위로 모두 발음합니다.  제가 위에서 굳이 ‘키임’, ‘리이’, ‘파앍’, ‘쏘옹’ 이라서 쓴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한글로 한음절로 표현된 것을 영어로는 풀어쓸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게 풀어쓰다 보면 음절이 아니라 음운 하나 하나를 정확하게 발음할 필요가 생깁니다.

 

계속 : 생활 속의 영어 발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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