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환경.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는 것 같은 이 둘 사이의 논쟁은 늘 뜨겁고, 답이 없으니 생각만 해도 고단해진다. 옷을 사고 버리는 개인의 패턴만을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세계 60억을 웃도는 인구가 끝없이 옷을 사고 입고 버린다는 거대한 일련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으스스해지기도 한다. 와 닿지 않는다고?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동안 64,050,000장의 청바지에 해당하는 의류가 쓰레기로 버려진다!
UNIQLO를 비롯한 SPA 브랜드들은 우리로 하여금 옷을 더욱 쉽게 사고 그만큼 쉽게 버리게 만들었다. 구조적인 문제는 논외로 하고, 한 명의 소비자로서 겪는 우리의 고뇌에 주목해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싸고 예쁜 옷들을 완전히 거부하기는 어려운 일만 같다. 경제학의 대전제에 따르면 우리는 대체로 합리적이다. 그리고 저렴하게 트렌디한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는 뿌리치기 힘든 매력적인 효용이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싸고 예쁨’과 ‘착함’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의미와 같을 것이다. 멋지고 착하면서도 합리적인 패션 소비자가 되고 싶은, 나와 닮은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 여기,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패션계의 기발한 제안 하나를 소개한다. 다시 태어남을 뜻하는, REBIRTH가 바로 그것이다.
REBIRTH의 모태인 RE:CODE는 FnC코오롱에서 2012년 내놓은 ‘리디자인 브랜드’로, 생산되었지만 미처 팔리지 못하여 처분될 위기에 놓인 재고 제품들을 RESTRUCTURE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브랜드였다. RECYCLE을 넘어 이른바 UPCYCLE을 지향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단순히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 빈티지와도, 또는 재고를 저렴하게 처분하는 세일 상품과도 확연히 구분되었다. 그리고 몇 해를 지나며 RE:CODE는 REBIRTH로 탈바꿈했다. 전위적인 디자인은 보다 일상적인 것이 되었고, 가격대는 더욱 ‘REasonable’해졌다.
소각될 뻔한 재고들은 지적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와 함께 해체되고, 이는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소속/협업 디자이너들에 의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한다. 재고 셔츠와 니트가 만나 독특한 레이어링의 2-in-1 아이템이 되고, 포멀한 남성용 수트는 페미닌한 여성용 베스트로 REbirth한다. 참 짜릿한 재탄생이다!
REBIRTH의 리디자인은 그 윤리적/경제적 가치를 차치하고서라도, 멋지다. 재탄생한 제품의 구조적 모양새가 종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닮았다. 해체와 재조립 과정에 디자이너들의 손길과 감성이 직접 닿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기도 하다. 순환과 공유의 가치는 창조적이며 지속가능한 아이디어를 만날 때 사람들에게 선택받고 사랑받게 됨을 절감하며, 나는 오늘도 코오롱 온라인몰에 접속한다. REBIRTH는 재고가 많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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