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규모가 작아 다른 영화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영화 한 편이 4월 21일 개봉했다. 아일랜드-영국-캐나다 합작영화인 <브루클린>은 아일랜드 소설가 콜름 토이빈의 원작을 영국 인기 소설가 닉 혼비가 각색하고 영화 <보이A>를 만든 존 크로울리가 연출한 작품이다. BFI와 BBC 등 영국 공영기관이 1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6천만 달러의 짭짤한 수입을 올린 독립영화로 작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극찬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195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브루클린>은 지난 2월 개봉한 <캐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캐롤>이 성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두 여성의 이야기였다면 <브루클린>은 이민자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이 다르다. 제목처럼 <캐롤>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지만 <브루클린>은 장소가 곧 주제인 영화다.

아일랜드에서 온 에이리스(시얼샤 로넌)는 브루클린의 하숙집에 살면서 낮에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고 밤엔 부기를 배운다. 경리가 되어 뉴욕에 정착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녀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댄스파티에서 우연히 이탈리아계 이민자 토니(에모리 코헨)를 만나 결혼하는데 가족 문제로 아일랜드로 돌아갔다가 그곳에서 또다른 남자 짐(돔놀 글리슨)을 만나 고민에 빠진다. 영화는 아일랜드와 뉴욕을 오가며 에이리스가 어떻게 성장해가는지를 감성적인 터치로 보여준다.

 

브루클린

 

영화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성이라는 ‘캔디 스토리’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그보다는 비행기가 흔하지 않던 시대의 이민이 더 호기심을 끈다. 이국 땅에서 살고 있거나 살아본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더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낯선 곳에서 인간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하고, 평소에 하지 않던 요리, 목공예 등에 도전하기도 한다. 향수병에 걸려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도 있다.

에이리스 역시 그런 과정을 겪는다. 백화점 근무 시간에는 얼른 퇴근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고, 거리에서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으면 이 사람들과 나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아 아무런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고향에 두고 온 엄마, 언니 생각에 눈물이 쏟아진다.

그러나 이미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한 에이리스에게 고향은 예전의 고향일 수 없다. 그녀에겐 아일랜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고, 잠시 향수에 젖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고향을 떠나온 이유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와 뉴욕,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낄 수 없게 된 그녀는 이제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영화는 꽤 길게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에서 아일랜드계는 주류와 비주류를 오간다.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있던 19세기 중반부터 많은 수의 아일랜드인이 미국행을 감행했는데 1910년 뉴욕의 아일랜드인 수는 이미 더블린의 인구보다  많아지기 시작해 지금 미국에서 아일랜드계 인구는 10%나 될 정도로 많다.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부시 등이 모두 아일랜드계일 정도로 엘리트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통 앵글로색슨이 아니어서 한때 비주류 취급을 받기도 했다. 상당수는 공사판에서 일하며 가난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아일랜드 액센트의 영어를 쓰면 놀림 받던 시대도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바로 이때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새 삶을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 여성은 꿋꿋하면서 영악하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영화는 이를 과장하지 않고 보여준다.

에이리스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은 실제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딸로, 부모가 모두 뉴욕으로 이주해 로넌을 낳았다. 우리에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케이크를 든 소녀로 친숙한 배우다. 그녀는 <어톤먼트>를 통해 2007년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는데 <브루클린>에서도 섬세한 표정과 동작이 빛을 발한다. <어바웃 타임>의 돔놀 글리슨이 에이리스를 망설이게 하는 고향의 부유한 남자친구 짐 역을 맡아 젠틀한 매력을 보여준다.

출처 : 유창의 창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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