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계를 뒤흔드는 양대산맥이 있습니다. PC에서는 오버워치, 모바일에서는 포켓몬go가 그것이지요. 두 게임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게임은 아니지만 특유의 게임성을 기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화를 창출해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포켓몬go는 국내 정식 출시 후 알아보기로 하고 오버워치를 한번 들여다봅시다.
블리자드, 또 한번 장르를 완성하다
발표하는 신작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블리자드입니다만 FPS(First Person Shooter : 1인칭 슈팅) 장르를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블리자드라고 한들, FPS를? 이제껏 블리자드가 성공을 거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은 리얼타임 시스템이라는 어느 정도의 공통점이 있었고, ‘그거라면 블리자드가 잘하지’ 하는 기대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FPS라고라고라?!
블리자드는 장르를 창조하지는 않지만 그 장르를 완성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리얼타임시뮬레이션(RTS)의 시초는 ‘듄(Dune)’ 시리즈이지만 워크래프트를 거쳐 스타크래프트로 완성됐고, 다중사용자온라인롤플레잉(MMORPG) 장르는 국산게임 ‘바람의 나라’가 세계 최초이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완성됩니다. 자, 그렇다면 블리자드가 FPS 장르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냐. 그 결과물인 오버워치를 보면 대답은 ‘그렇다’라고 해도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을 듯 합니다.
기존 게임들에서는 총을 갈기거나 범위공격을 주는 수류탄 같은 무기 정도가 전부였지만, 오버워치에선 각 캐릭터들의 무기나 스킬이 비슷한 유형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합니다. FPS에서 표창을 던질 줄, 포탑을 설치할 줄, 화살을 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들이 무려 22명이나 됩니다. 필자가 레벨 100을 넘기는 동안 플레이 해본 캐릭터도 4개 정도에 불과할 정도니 오버워치가 지겨워지려면 한참 멀지 않았나 싶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블리자드는 지속적으로 신규 영웅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신규 캐릭터인 ‘아나’가 추가됐는데, 당일엔 급기야 서버가 다운되는(공식적인 해명은 없지만)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캐릭터가 하나 추가될 때마다 선풍적인 화제를 몰고 온다면 오버워치의 장르적 특성은 더욱 완성형에 가까워질 겁니다. 역대 FPS 게임 중 이렇게 흥미 돋는 작품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뛰어난 접근성으로 정상에 등극하다
FPS는 매니아적인 성향이 짙은 장르입니다. 단순히 마우스를 총 쏘고 싶은 자리에 갖다 놓고 클릭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무기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되는 것은 물론, 민첩하게 상대의 시야를 피해 다니며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내가 먼저’ 적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어야 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보고 있으면 현기증 나기 딱 좋지요.
오버워치도 이러한 공식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만, 여타 게임보다 훨씬 단순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초보자도 쉽게 게임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적절한 캐릭터를 배치했습니다. 예컨대, 메르시 같은 경우는 우리 팀을 따라 다니며 치료만 해주어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팀원들의 칭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뛰어난 기동성과 높은 체력으로 생존성이 높은 디바 역시 초보자의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초보자가 하기 쉽다고 해서 약한 것도 절대 아닙니다.
혹자는 ‘최고의 플레이’라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유저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누가 못 했는지 알 수 없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블리자드의 탁월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6명이 한팀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분명 ‘구멍’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게임은 잘한 사람은 하이라이트 영상과 메달 부여 등으로 한껏 ‘칭찬’해주는 반면, 못한 사람에 대한 정보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누가 못했는지 알 수 있다면 그에게 욕이란 욕은 다 집중되겠지요. 이제 막 오버워치를 시작한 유저로선 다시 하기 꺼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버워치의 이런 시스템은 못하는 사람이라도 서로 믿고 가는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초보자로선 정신건강을 해칠 염려 없이 실력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접근성은 오버워치가 빠른 시간 안에 PC게임의 대세로 자리잡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200주가 넘게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리그오브레전드를 출시 한 달만에 2위로 끌어내리고 1위에 올랐다는 것은 평소에 FPS를 잘 하지 않던 유저들까지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게임에 머물지 않고 문화가 되다
블리자드가 출시한 게임은 거의 다 관련 소설책이 출간될 정도로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자랑합니다. 그만큼 스토리를 중시하는 블리자드인데, 출시 당시 오버워치는 유난히 빈약한(?) 스토리에 의아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블리자드는 각 캐릭터들의 상관관계와 사연들을 게임 출시 이후 단편 애니메이션과 만화로 하나씩 풀어놓고 있습니다. 이들은 영화 뺨치는 퀄리티는 기본이요, 유저들에게 ‘아! 얘랑 얘는 이런 관계였어?’ 하며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흥미진진함을 가져다 줍니다. 다음 애니메이션은 누구의 어떤 스토리가 될지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쯤되면 오버워치의 영화화 혹은 장편 애니화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 워크래프트가 영화화된 걸 보면, 오버워치라고 영화화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직 베일에 싸인 캐릭터가 워낙 많기 때문에 갈 길이 멀지만 오버워치를 단순히 게임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잠재력이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내외 커뮤니티에선 이미 오버워치의 각종 패러디물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석양이 진다’,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 ‘영웅은 죽지않아요’ 등 캐릭터의 대사는 유저들 사이에선 유행어가 됐습니다. 얼마 전 방송인 유병재씨가 SNS에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화물을 옮기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올린 바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왠 헛소린가 싶겠지만 오버워치 유저들이라면 폭소를 터트릴 만한 발언이지요.
캐릭터가 계속 추가되면서 오버워치의 이야깃거리는 더욱 풍성해질 겁니다. 또 어떤 패러디와 드립(!)들이 난무할지 기대됩니다.
필자 개인적 견해지만, 하필 블리자드가 FPS 장르를 택한 이유는 가상현실(VR) 게임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VR게임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출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FPS는 전용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VR에 가장 가까운 형태의 게임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직접 캐릭터가 되어 전장을 누비는 느낌, 생각만으로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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