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스타의 가십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의 관심거리이자 파파라치들의 입맛을 돋우는 먹잇감이다.
지금부터 50년 전, 당대 최고의 락 스타였던 믹 재거와 아트 씬을 주름잡던 화상 로버트 프레이저가 불법 약물 소지죄로 법원으로 호송되던 순간, 한 기자가 카메라를 높이 들어 사진을 찍었고, 이 이슈 아이콘들의 사진은 현대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이 되었다.
신문에 실린 이 두 아이콘의 사진은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의 시각을 통해 단박에 현대 사회와 현대 미술계의 상징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신문에 보도된 사진 속 두 사람의 모습을 그야말로 드라마틱 했다. 믹 재거는 수갑이 채워진 채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피하기 위해 손을 올렸고, 수갑으로 연결되어있던 프레이저(그는 아이러니 하게도 리처드 해밀턴의 아트딜러였다)의 손도 함께 올라가게 되는 긴박한 순간이 포착되었고, 리처드 해밀턴은 그 순간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변주된 연작 시리즈를 제작한다.
수갑 부분만 금속으로 처리하거나 기사가 보도된 신문들을 한데 모아 콜라쥬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윈징(Swingeing. 야단친다는 뜻으로, 당시 영국의 활기를 뜻하던 Swinging London의 패러디로 사용됐다)런던’ 시리즈는 그를 의심할 나위 없는 팝 아트의 선구자 자리에 올려 놓는다.
회고전의 형식을 빌어 제작 연도별로 작품을 나열하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작품을 주제별로 나누거나 연작 시리즈를 조명하는 등의 전시 기획은 그가 보여준 팝 아트씬의 영향력을 보여주기에 매우 적절해 보인다.
‘그녀-영어 원제 $he-‘라고 이름 붙여진 시리즈에서는 자본주의 사회 속 여성들의 욕망을 가전과 소비로 표현했다. 가전 브랜드가 각인된 곳에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어 기막힌 반전을 선보인 ‘토스트’ 시리즈에서는 대량생산된 가전제품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풍자했다.
리처드 해밀턴은 현대 미술이 가져야 하는 필수 조건인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위치의 업적을 남겼다.
많은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담은 연작 시리즈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리처드 해밀턴 만큼 기막힌 통찰력과 기술적 방식의 진화까지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작가가 활동했던 60여 년의 시간 동안 그가 선보인 작품 속에는 순수 회화부터 디지털 방식까지 다양한 기법들이 녹아있다.
리처드 해밀턴이 작가로서 처음 선보였던,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팝 아트 작품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 So Different, So Appealing?>를 보면 그가 생각하는 팝 아트라는 것이 어떤 건지 쉽게 감이 온다.
그는 팝 아트를 “대중적이고 덧없으며 확장할 수 있고, 싼 가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젊고 위트가 있으며 섹시하고 허울이 좋은, 매력적인 큰 사업” 이라는 것으로 정의 내렸고, 그 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변기’ 하나로 전 세계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뒤샹’의 회고전을 기획했던 그의 이력 또한 매우 흥미롭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첫 번째로 열리는 개인전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해밀턴 재단 소장품들과 함께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나 서울의 리움 미술관, 심지어 세계적인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 소장품까지 공수된 만큼 다시 보기 쉽지 않은 기회가 될 듯 하다.
지금 이곳에서 진행되는 다른 전시들도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얼마 전 리움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올라퍼 엘리아슨과 망가노 듀오의 작품들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리처드 해밀턴 : 연속적 강박>전
2017.11.3 – 2018.1.2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mmca.go.kr
(이미지 –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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