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정리한 적이 있다. 오늘은 4차산업혁명으로 예견되는 상황, 즉 우리에게 닥쳐 올 실질적인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앞서 설명한 1차 산업혁명부터 3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물 흐르듯이 서서히 일어났지만 분명한 노동시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재미있게도 변화의 축에 서 있는 사람들은 그 변화의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 예를들어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누구도 그 시기를 3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며, 그 시기가 사소하고도 거대한 대전환의 순간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 여타 다른 혁명과 다른 점이다. 바로 최초로 사전선언을 한 혁명이라는 것이다. (기사: 클라우스 슈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언하다)
|4차산업혁명이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
산업에 대한 최초의 사전 선언이 나온 후,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부분인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 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4차 산업혁명 이전의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생산 방법이 도입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이나, 조금 생소하지만 CPS(Cyber-Physical System,가상물리시스템)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생산방법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CPS이다. CPS란 디지털 기술이 현실의 물리 세계를 인간의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우리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기기, 사물인터넷을 사용하는 디바이스, 스크린 골프도 초보적인 가상물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이 혁명적으로 발전한다면, 제조 환경에서 스마트 기계시설, 스마트 물류 및 창고, 스마트 생산 시설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가상물리시스템은 자체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상호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컨트롤이 된다. 이렇게 중앙통제가 사라지고 부품과 기계설비들이 스스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의 노동력도 거의 필요하지 않다.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그 결과 소품종 다량 생산인 제조과정을 다품종 소량 생산 혹은 개별 주문생산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됨에 따라 제품의 공급에 혁신이 일어나고, 진정한 고객맞춤형 생산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화될까?
문제는 노동이 기계로 자동화 되면 결국 기계가 노동자를 대체하게 된다. 그리고 노동의 자동화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격차를 더욱 넓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인간의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이며 앞으로는 단순 노동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차원의 기술을 활용하는 직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기계로 대체되는 노동의 종말에 의해 사람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대량 실업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일자자리가 줄어드는 것 만이 우리의 미래는 아니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루덴스로의 회귀
상품 혹은 서비스를 얻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중 많은 비중이 인건비에 해당한다. 노동력을 덜 필요로 한다면 그만큼 물건의 단가도 저렴해진다. 그렇다면 인간이 물건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역시 절감될 것이다. 기초생활을 위한 비용이 절감되고,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잉여 시간을 소비할 무엇인가를 찾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까? 그냥 놀게 될 것이다.
여기서 99%의 인간이 백수 혹은 잉여인간이 되어서 집을 굴러다니는 상상은 하지말자. 현대에서 재해석된 놀이와 원래 놀이의 정의는 아주 다르다. 놀이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 알아보자.
놀이: 사람이 생계나 의무로서가 아니라 순전히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일정한 도구나 물건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행하는 모든 활동.
논다는 것은 단순히 멍하니 있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목적이 없는, 단순히 인간 스스로의 즐거움과 행복만을 고려한 모든 활동들을 말한다. 이런 사회의 모양새는 마치 인류 초기 사회의 모습과 유사할 수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놀이가 되는, 하위징아가 말했던 본래적 의미로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과 변화하는 가치
인간 노동력의 필요가 절감된다면 잉여 시간에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 먹고 사는 활동 이외에 어떤 것을이 가치 있고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될 것인가? 이는 우리가 어떻게 생산방법을 더 효율화 할 것인가만큼 중요한 것이다.
여태 많은 재화를 창출해내기 위해 ‘일’ 을 하는 것이 참된 인간의 덕목이었지만, 노동의 자동화로 먹고 살 걱정이 없어질 세상에서는 ‘놀이’가 ‘일’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사회에서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그 방법을 제시하는 일 역시 대단히 중요해 질 것이다.
노동의 종말과 다시 도래한 호모루덴스의 시대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어떻게 놀이하며 행복한 인간의 삶을 영위할지, 어떻게 인생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가치있게 살아갈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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