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선캄브리아대, 지상은 그야말로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였다. 반면 자외선을 막아주고, 온도 변화가 적은 물속은 시아노박테리아나 녹조류, 갈조류 따위들로 가득했다고. 이후 오르도비스기에 접어들자 육지로 올라오는 데 성공한 식물들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한다. 황무지 지구가 녹색행성이 되기까지, 고대식물들의 육상 진출기가 궁금하다.
우산이끼의 나비효과
고생대 최초로 육지 상륙작전에 성공한 식물, 우산이끼. 척박한 육지에 올라온 계기는 아마도 자의는 아니었을 듯싶다. 뜨거운 태양열로 뜨겁고 메마른 당대 육지 환경은 식물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바다 물결에 떠밀려 땅 위로 올라온 이끼는 말라비틀어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 썼을 터.

우선, 우산이끼는 수분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저장하는 능력을 길렀다. 메마른 육지에선 소량의 수분이라도 족족 모아야 살아갈 수 있다. 이끼는 자기 몸 10~20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데, 아주 오랜 생존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뿌리도 만들어냈다. 그나마 양지 바른 곳에 굳건히 자리 잡고, 바람에 쓸려 척박한 내륙으로 내몰리지 않을 장치가 필요했던 거다. 뿌리 덕에 수분과 양분을 얻는 것도 훨씬 수월해진다. 또 땅속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는 균류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고 번식한다. 우산이끼는 그렇게 사막과도 같은 육지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갈 방법을 찾아갔다.
육지 환경에 완벽 적응한 우산이끼의 개체수가 늘자 지구는 점점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광합성 덕에 대기 산소 비율이 높아지고, 물을 머금는 습성은 땅을 촉촉하게 만들어 지구는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변모하게 된다.
육상의 개척자 쿡소니아
이끼류를 제외한 식물들이 본격적으로 뭍으로 올라오기 시작한 실루리아기. 바다 속은 생존엔 적합했지만 온갖 생물로 가득해 포화상태였을 것이다. 바다 생물들 사이, 먹이와 서식지에 대한 경쟁이 심해지자 하나 둘 육지로 나오게 된 것이다.
식물 중 첫발을 내딛은 건 쿡소니아(Cooksonia)다. 수중에 있을 땐 몰속에 있는 양분을 온몸으로 흡수할 수 있었지만 육지 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쿡소니아는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표면적을 넓히기 시작한다. 고정된 자리에서 더 많은 물과 영양분이 있는 곳으로 뻗을 수 있도록 끝부분 감각도 발달시킨다.

뿌리에 에너지를 집중하자 몸을 더 단단히 지탱할 수 있는 효과까지 얻는다. 물과 양분이 고루 돌 수 있게 하는 줄기 속 관다발이 생기는데, 관다발식물의 시초라고 볼 수 있겠다. 줄기 표면에 있는 숨구멍으로 공기 중 가스 교환도 가능했던 듯하다. 육상식물이 흔치 않아 번식이 어려웠을 시절, 쿡소니아는 줄기 끝에 달린 트럼펫 모양의 포자낭을 통해 무성번식을 해나간다.
쿡소니아의 후손들은 진화를 계속 이어갔다. 수많은 잎을 만들어 태양빛을 더 잘 받아들이도록 했고, 빛이 약한 계절에는 땅에 떨어져 스스로 영양분이 되길 자처한다. 식물들이 계절 따라 잎이 지고 돋는 것은 고생대 만들어진 자급자족 생존본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