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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로 본 ‘생의 인문학’

JGJ

 

드라마 하나에 참 많은 것을 담았다. 공유, 이동욱의 브로맨스만으로도 벅차게 감사한데, 순간순간 훅 치고 들어오며 생과 사를 고민하게 하는 건 작가의 계획인지, 실수인지.

때 마침 그러니까 하필 연말에, 우리가 이 드라마에 빠져든 건 이렇게라도 생과 사의 의미를 돌아보라는 신의 계획인지 실수인지 역시 모르겠다. 시작이야 어떻든 간에, 그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를 따라가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면장면마다 설치된 장치들이 상징하는 ‘생’과 ‘사’의 의미를 나름 읽고 해석해봤다.

해석한 결과, 총평을 말하자면 갑작스럽게 손에 쥐어진 샌드위치와도 같았다.

– 드세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 정말 다 잊어야 하나요?
– 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  <도깨비> 2회 중

 

드라마 제 1화 중 저승사자 망각 카페 장면

드라마 <도깨비> 제 1화 중 저승사자 망각 카페 장면

 

죽음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와 죽음의 사자와 마주보고 앉게 된다. 그리고 사자가 끓여주는 차 한 잔을 마시고 이승에서의 기억을 지운다. 사연 많은 이승에서의 삶을 차 한 잔으로 잊는다는 것은 ‘단순함’과 ‘허무함’이라는 생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슬프고 상처가 된 기억과 복잡하게 얽힌 인연들, 시시때때로 떠올라서 기분 좋은 순간을 망친 것들. 이불킥하게 했던 것들을 결국에 잊는 것은 정말 신의 배려임에 틀림없다.

맨처음, 고통스러운 기억과 그로 인한 상처의 흔적은 발목에 감긴 쇠사슬 정도의 부담이다. 그냥 거동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상처와 고통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면 발목에 있던 그 쇠사슬은 점점 발목을 타고 올라와 온몸을 칭칭 감고, 그대로 굳어버린다. 마침내는 꼼짝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도저히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오래된 고통과 상처의 기억들을 그저 차 한 잔으로 잊을 수 있게 된다고 하니 이는 신의 배려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드라마 의 한 장면, 저승사자가 건네준 망각의 차를 마시면 이승의 모든 기억을 잊게 된다. 신의 배려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저승사자가 건네준 망각의 차를 마시면 이승의 모든 기억을 잊게 된다. 신의 배려.

 

동시에 기억을 잊게 해주는 ‘차 한 잔’이라는 장치가 갖는 지나친 ‘간단성’은 인생이란 결국 허무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 허무하기 때문에 후회없는 인생을 살라는 메시지는 덤으로 따라온다. 죽는다는 것은 복잡다단했던 삶이 무안할 정도로 간단하고 뒤끝 없다. 마치 뒷맛이 깔끔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처럼 말이다.

죽으면 그동안 했던 고민, 상처, 인연들 다 소용없다. 한마디로 죽으면 끝인 것이다.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들 차 한 잔에 잊는다. 그러니 이런 것들쯤이야 그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들 틈에 섞여 유유히 흐르게 놔두고 즐기는 데에 최선을 다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벗어나려고 이상한 데에서 힘 빼고, 웃을 시간에 왜 울었는지 인생은 후회투성이다.

이런 후회도 잊게 하니 망각은 또 한번 신의 배려가 아닐 수 없다.

 

드라마 저승사자의 망각카페 전경

드라마 <도깨비> 저승사자의 망각카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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