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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쏘아올린 작은 공_지구를 지구답게 만든 38억 년 전 이끼이야기

yubin2003

물속에서 물 밖으로 나오며 진화한 건 양서류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음습한 곳에 ‘끼어있는’ 이끼가 딱 그랬다. 이름부터 낮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엄청난 생존감각으로 38억 년을 버텼다. 심지어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딛고 있는 땅도 이끼의 작품이라는데.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 없던 황무지 지구의 프런티어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이끼가 만든 대기, 물에서 살던 이끼 이야기

여름철 부둣가나 잔잔한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초록 물때. 실은 조류(藻類)란 원생생물인데 38억 년 전 이끼의 모습이란다. 지각이 불덩이처럼 들끓고, 대기엔 가스와 이산화탄소가 가득하던 원시지구. 도저히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나마 태양열을 막는 물속에 몇몇 미생물이 있었지만, 먹을 게 많진 않았을 터.


자급자족을 위해 변이를 거듭하던 박테리아가 어느 날 광합성 세포(엽록소)를 획득하며 조류가 된다. 태양빛과 물, 이산화탄소만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진화. 부산물은 무려 산소다. 대기권 상층부로 올라간 산소는 햇빛과 충돌해 오존층까지 형성하는데. 이때 지구 생태계의 기본 골격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후, 조류는 다시 한 번 진화하며 현생 이끼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끼가 만든 토양,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서 살아남기

바다 속에서 평화롭게 살던 이끼. 육지에 자리 잡게 된 건 아마 자의는 아니었을 거다. 고생대 육지는 오존층이 두텁지 않아 여전히 뜨거웠다. 우연히 물살에 떠밀려 올라온 이끼는 말라비틀어지지 않기 위해 볕이 적당한 바위 밑으로 숨어든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엽록소는 이끼의 생존 치트키. 간간히 드는 햇빛과 수분,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기본적인 양분을 얻었다. 광합성으로 만든 당분 일부는 유기산으로 가공해 바위 표면에 내뿜었다. 암석을 녹여 인, 칼슘, 칼륨 등 무기물질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이끼는 임시거처였던 바위를 파먹으며 부족한 양분을 채웠다.


시간이 꽤 흘러 이끼 낀 바위는 서서히 부식돼 갔다. 갈라지고 쪼개져 돌멩이가 되고, 돌멩이는 마침내 흙이 됐다. 생태계를 이루는 또 하나의 필수 요소, 토양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끼가 만든 숲, 이끼는 아직도 목마르다

이끼는 최대한 물가 가까이 터를 잡았다. 수분이라면 족족 빨아들여 자기 몸 10~2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을 몸속에 저장했다. 사막에서 언제 마를지 모를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아등바등 모은 수분과 양분으로 땅은 촉촉해졌고, 땅속 균류와도 공생하며 토양은 더욱 비옥해진다. 이를 발판삼아 식물들이 하나, 둘 뭍으로 올라오는 데 성공. 점차 뿌리와 줄기, 잎의 모양을 갖춰가며 숲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오래 전 갈증을 잊지 못해선지 공생전략인지, 이끼는 태고의 생존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뿌리도 잎도 없다. 음습한 곳에 터를 잡고 고요히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 지구에 물이 넘칠 때 온몸으로 한껏 머금었다 부족할 땐 기꺼이 내어준다. 이끼의 옛말은 ‘잇기’였다. 끼어있다고 이끼가 아니라 된소리가 이름이 된 거다. 이 정도면 하늘과 땅을 잇는다고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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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bin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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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거쳐 현재 광고기획사에서 편집디자인, 출판 사업을 제안·총괄하는 에디터입니다. 다양한 기관과 기업 단행본 및 정기간행물 콘텐츠를 제안·기획·취재·집필합니다. 산업부, 조달청, 항우연 등 기관 온오프라인 매체에 전문 수준의 글을 실었습니다. 수주 제안 프레젠테이션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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