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왕절개 하반신마취는 정말정말 무섭다.
임신, 출산, 육아를 통틀어 가장 최악의 순간을 꼽으라면 수술대에 누워 하반신 마취가 된 채 의사쌤을 기다리던 5분 남짓의 시간이었다.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공포였다. 아무리 천천히 숨을 쉬어도 통제가 되지 않아 호흡곤란이 찾아올 정도였으니… 다시 출산한다면 처음부터 수면마취를 해달라고 할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아가를 볼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품에 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아기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2. 출산 후, 상상 이상으로 체력이 떨어진다.
아기를 낳자마자 산모에게는 자궁수축과 통증해소를 위한 많은 약들이 몸에 투여되지만 출산 후 체력회복은 온전히 산모의 몫이다. 그동안 건강관리를 얼마나 잘 했는지, 타고난 체력은 어느정도인지에 따라 출산 후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나름 건강체질이라 자부하고 살아왔는데 임신기간에 직장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붓기관리도, 체중관리도 하지 못했다. 조리원, 친정부모님이 안 계셨다면 도저히 육아를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3. 임부복은 출산 후에도 필요하다.
아기를 낳자마자 배가 쏘옥 들어가는 게 아닌 줄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느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상당 기간 임신기에 입었던 편안한 옷을 쭈욱 입어야 한다. 배가 들어간다고 해도, 출산 전의 탄력까지 다시 찾기는 힘들 것 같다. 튼살도 색이 옅어지기만 할 뿐, 없어지진 않는다.
4. 모유수유에 익숙해지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모유수유전문가, 모유수유전문병원 이런 게 많은 이유는 모유수유가 정말 힘들고, 정답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늘 브래지어에 패드를 붙이고 있어야 하고, 생리대처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고, 젖몸살(유선염)이 오지 않도록하면서 또 젖양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어쩌란말이냐!) 유축이나 마사지로 가슴을 관리해줘야 하고, 무엇보다도 젖빨기를 거부하는 아이를 인내심을 갖고 이끌어줘야 한다. 모유수유 자세도 엄마가 아기쪽으로 많이 들이밀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올 수 있으며, 유두상처, 사출반사는 매우 흔한 일이다. 그리고 임산부보다 더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해야 한다. 내 사랑 커피, 떡볶이.. 모두 안녕.
5. 삶의 중심이 바뀐다.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내겐 당연하지 않았던 변화 중 하나. 출산 후 내 뇌구조의 비율이 나0.9 남편0.1 아기 9 정도라고 할까. 나에 대한 관심도 없어서 맨날 그지꼴로 대충먹고 살지만 남편은 완전히 아웃오브안중이 된다. 거기까지만하면 다행이고 온갖 짜증과 불안함, 압박을 받아주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본능과 떨어진 체력, 호르몬 변화의 결과인 것 같지만 내가봐도 너무 심할 때가 많다.

6. 조리원 생활은 생각보다 우울했다.
만삭때 배가 너무 무거워서 출산 직후 홀가분하다는 느낌도 있었고,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기뻤지만 이상하게 무언가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이걸 쓰고 있는 나도 내가 이해가 안되는데 누가 이해하리.) 이성이 이렇게까지 기능하지 못하는 때가 또 있었을까. 그냥 모든 게 슬프고, 안타깝고, 무서웠다. 아마도 혼자여서 더 그러지 않았을까. 체력이 없다는 핑계로 수유실에서 다른 엄마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 말이라도 많이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7. 일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일상에선 당연하던 여유가 사라진다. 일단 아기가 깨지 않도록 늘 조용히 있어야 하고, 아기가 클수록 낮잠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하려고 하면 깨기 일쑤다. 먹고, 씻는 등의 생리적인 것들이나마 해결하면 다행이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쌓여있는 설거지와 정리되지 않은 살림들을 견뎌야 한다.
8. 신생아 시기는 아기도 정말 힘들다.
신생아는 한 달에 3~4cm씩 자란다. (참고로 사춘기 때도 고작 한 달에 1cm 큰다.)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크는 시기가 신생아 시기인데 몸만 크는 게 아니라, 장기도 뇌도 함께 발달하기 때문에 아기들은 폭풍같은 성장과 변화를 작은 몸으로 오롯이 견뎌야 한다. 그래서 자주 울고, 용쓰고, 깨고, 보챈다. 양육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괜찮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9. 생후6개월까진 엄마가 아니라도 괜찮다.
아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낯가림은 생후 6개월 정도에 시작된다. 그래서 배고프면 젖 주고, 기저귀 젖으면 갈아주고, 졸리면 재워주는 게 거의 전부. 놀아주는 것도 장난감 몇 가지만 있으면 어렵진 않다. 사람들은 “몇 살까진 반드시 엄마가 아기를 키워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적어도 6개월 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엄마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이 6개월 동안이 아닐까 싶다.

10. 아기가 주는 행복은 상상이상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물으면 1초도 고민 없이 아이를 낳은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겪은 행복이 계곡물처럼 빠르게 구비구비 지나가는 거였다면 아이가 주는 행복은 잔잔한 호수처럼 늘 그자리에 있고, 깊고, 넓은 행복이라고나 할까. 아이로 인해 양쪽 집안 모두 더 복작거리게 되었고, 특히 남편, 부모님이 아이를 보는 눈에 사랑이 뚝뚝 흘러 넘치는 것을 보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더욱 견고해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냥 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엄마이기 때문에 아프거나 다치면 안 되고,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이런 막중한 책임감이 그저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