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조금 있음)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주연 칼라 구기노, 브루스 그린우드
개봉 미개봉(넷플릭스)
제럴드(브루스 그린우드)와 그의 아내 제시(칼라 구기노)가 성적인 긴장감을 회복하고자 외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날을 기다리며 비아그라까지 챙긴 제럴드는 도착하자 마자 제시를 침대로 이끈다. 침대에 제시의 양 팔을 묶고,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게임처럼 실현해 나가려고 하는 제럴드와 달리 제시는 이 게임에 흥을 못 느끼고 그만두고 싶어한다.
두 사람의 불협화음 같은 대화가 침대 위에서 이어지다가 갑자기 바닥으로 쓰러지는 제럴드. 양 팔이 묶인 채 꼼짝 못하는 제시는 갑자기 심장마비가 온 듯 쓰러진 제럴드가 그냥 장난친 것이길 바라며, 간절히 남편을 부른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나는 제럴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제시.
그런데 바닥에는 제럴드의 쓰러진 몸이 그대로 있다.
일어나서 말하는 제럴드는 누구인가?
여기서부터 영화의 장르가 바뀐다.
그냥 중년부부의 위기를 그린 드라마나,
외딴 곳에서 범죄에 노출된 부부를 그린 스릴러 정도라고 생각을 했는데,
영화는 호러, 드라마, 스릴러, 귀신(?) 이 모든 장르를 섞은 채로 관객을 낯선 곳으로 이끈다.
제럴드의 영혼이 일어나 아내의 소극적임, 평소의 불만들을
늘어놓고 있는 사이, 제시의 또 다른 자아(마음의 목소리)가 나타나 제럴드와 입씨름 대결을 펼친다.
역시나 제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마음의 소리로,
평소 가부장적이고, 여성을 무시해왔던 남편에 대한 독설을 서슴치 않는다.
“당신은 힘들면 도망치려고 하잖아. 해결하지 않고”
제럴드는 제시에게 소극적이고, 자신 스스로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해나간 적 없는 사람이라며 몰아 부친다. 지금 제시가 처한 이 상황 또한 헤쳐나가지 않고 누군가 도와주길 기다릴 거라며 모욕을 준다.
거기에 맞서, 제시의 또다른 자아는 침착하게 상황을 풀어나갈 것을 본인에게 주문한다. 그리고 두 주인공 외에 제 3의 주인공인 들개가 바닥에 쓰러진 제럴드의 몸과 제시를 노리며 영화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유지된다.
“네가 이렇게 된 데에는 ‘그’에게도 책임이 있어”
그렇게 모노드라마처럼 두 사람의 말싸움과, 들개의 위협으로
영화가 흘러가다가 제시는 자신의 근본적인 두려움에 가닿게 된다.
제시가 그동안 삶을 살면서 가장 무서웠지만 가장 들춰보기 힘들었던 과거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천천히 드러난다.
들개가 옆에서 위협하고, 손은 묶여있는 현재의 자신은 과거의 그 기억 속에 항상 묶여있던 자신과 너무도 닮아 있다. 이제서야 그 상처가 분명히 보인다.
침대에 묶여있는 자신을 풀어내려면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거의 상처도 직면하지 않는다면 항상 그대로 내 팔목을 붙잡고 있을 것이다.
침대에 나를 묶어놓은 수갑처럼.
그리고, 그녀는 상상도 못할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몸을 풀어내고
자신의 과거에서도 자신을 해방시킨다.
이 영화는 스릴러의 외피를 쓴, 한 여성의 성장드라마다.
이렇게 기분좋게 뒤통수를 맞는 반전… 정말 오랜만이다.
영화의 연출이 너무 훌륭해서
마이크 플래너건의 영화를 더 살펴봤다.
[힐 하우스의 유령] 시리즈 또한 추천할 만하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우리가 흔히 두려워하는 어떤 존재나
기이한 현상 자체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두려움과 과거의 속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를 통해, 극에 대한 공감과 몰입감을 불러일이키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 보인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연출작은 앞으로도 계속 신뢰하고 볼 만 할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