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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편 안 보고 3편만 본 자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감상

mindovmatter
Guardians of the Galaxy Vol. 3 Wall paper

필자는 마블 영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다. 다만, 유튜브에 떠도는 마블 영화 요약본을 몇 가지 시청한 게 전부이다. 10여년 간 개봉된 수 많은 영화들을 유튜브 한 편으로 볼 수 있으니, 그 인기 많은 마블에 대한 궁금증을 채우기엔 편리하고 충분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여자친구가 예매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보게 되었다. 영화가 끝마치고 깨달았는데, 이 거 이 시리즈의 최종편이었다.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본 이 영화의 마지막 편을 본 감상은 “재밌는데?” 였다.

로켓이 음악을 듣는 모습과 함께 영화가 시작 된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웬 너구리가 Radiohead의 Creep을 듣는 모습이 나왔다. 시작부터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서 ‘내가 영화관을 잘못 들어왔구나’ 라고 생각했다. 매우 부자연스러운 그 장면들을 멍하니 보고 있다 보니, 어려서부터 그렇게 듣고 자랐던 Radiohead의 노래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노래를 속으로 따라 부르다보니, “노래 부르면서 걸어다니는 너구리”도 꽤나 아무렇지 않아졌다. 그 친구의 이름은 ‘로켓’이었다.

술에 취해있는 퀼

로켓이 노래를 부르면서 향한 곳은 술에 취해있는 무례한 백인 남성이 있는 곳이었다. 남성이 로켓을 보자마자 본인 엠피쓰리를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욕을 하길래 나는 원수지간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로켓이 들고 다니던 엠피쓰리도 그 백인 남성 ‘퀼’의 것이고, 퀼이 영화 후반 부에 엠피쓰리를 위해서 목숨을 거는 장면을 통해서 이 친구에게 이 엠피쓰리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담으로, 이 친구는 영화 내내 ‘퀼’이라고 불린다. 나는 퀼 말고는 다른 이름을 몰랐는데, 추후에 서칭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이 ‘스타 로드’인 것을. 하지만 영화 스토리 내에서도 ‘아무도 스타 로드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 이 영화의 재밌는 설정 중 하나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술에 취해 쓰러진 퀼을 안고 나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영화 시작과 함께  시작되었던 노래 Creep이 끝나가면서 드디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등장인물이 모두 나타난다. 내게는 WWE 프로레슬러 바티스타로 더욱 익숙한 드렉스, 파란 얼굴을 한 기계 네뷸라, 나무 그루트가 그 멤버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가갈 수 없는 여자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Creep을 통해 퀼이 실연의 상처를 겪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그의 동료가 그를 얼마나 신뢰하고 애정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출이었다. 내가 마블의 세계관을 몰라도, 1, 2편을 안 봤어도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이유는 이전 내용을 이렇게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감독의 연출 덕분이었다.

온 몸에 금색 라카를 칠한 워록

 모든 이야기의 발단은 온 몸에 금색 라카를 칠한 ‘워록’이라는 친구가 가오갤 멤버들의 행성(인지 우주선인지 불명) ‘노웨어’를 침략하면서 벌어진다. 나는 가오갤 멤버들의 생김새를 보고, 그들이 물리적으로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워록’이라는 친구는 가오갤 멤버 모두를 제압하고 로켓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네뷸라의 재치로 워록이라는 친구를 제압하지만, 로켓의 목숨은 위태로운 상태였으며, 그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가 만들어진 고향으로 돌아가서 도움을 받아야 했다. 말하는 너구리의 정체는 생체 실험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이 때부터 미루어 알 수 있다.

퀼의 어릴 적 사진을 보는 가모라

그리고 로켓의 고향으로 가는 중에 퀼이 그리워하던 그녀가 등장한다. ‘짐 캐리의 마스크(1994)’를 떠오르게 하는 초록 페인트를 뒤집어 쓴 ‘가모라’. 메인 히로인 치고는 꽤나 하드코어한 비쥬얼을 갖고 있어서, 중후한 목소리의 너구리가 익숙해질 즈음 내게 또 다른 충격을 선사했다. 가오갤 멤버는 모두 그녀가 죽은 줄 알고 있었는데, 또 다른 평행 세계의 그녀가 멤버들 앞에 등장했다는 설정인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동행하게 되는데, 가모라를 너무 사랑하는 퀼에 비해 그에 대해 전혀 모르는 가모라의 온도 차이가 재미를 만든다.

생체 실험을 자행하는 하이 에볼루셔너리

그리고 로켓을 다치게 만들고 납치하려고 하는 메인 빌런이 바로 ‘하이 에볼루셔너리'(high evolutionary)이다. 그의 이름이 이야기 하듯, 그는 고도의 기술 개발에 집착하는 광인이며, 그의 목적은 동물에게 고도의 지능을 주입하여 본인이 만든 ‘카운터 어스'(counter earth)에 살게 하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지구에서 다양한 동물을 데려다 지능을 주입하는 생체 실험을 자행하는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로켓이었다.

가오갤 멤버들은 죽을 위기의 로켓을 구하기 위해 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있는 ‘카운터 어스’로 향한다. 다양한 적들과 싸우면서 그가 태어난 카운터 어스로 다가갈수록 멤버들은 로켓의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된다.

생체 실험을 받는 라쿤, 로켓

영화를 모두 보고난 후, 이 영화는 로켓을 위한 헌정 영화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자존심 강하고 똑똑한 너구리 로켓의 연약하고 슬픈 과거는 모든 마블 스토리가 끝나고, 가오갤 시리즈가 끝나서야 밝혀지게 되었다. 그의 절절한 사연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마블과 가오갤 시리즈를 열심히 본 관객들에게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그가 귀염둥이 라쿤이라는 점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이 귀여운 생명체를 괴롭히는 모습은 꽤나 가슴 아프다.

가오갤 3의 OST TRACK

가오갤 3는 내 입장에서 꽤나 재밌는 영화였다. 우선, 괴상하고 익숙치 않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한 올드팝이 계속 흐르는 점은 이 영화에 대한 낯섦을 낮춰준다. 이 영화의 OST TRACK이 꽤나 인기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영화 관람 후에 한 동안 이 OST TRACK을 계속 듣게 되었다.


징그러운 괴물과 멍청한 드렉스

그리고 다르고 낯선 외면과 언뜻 나쁘고 멍청해 보이는 성격까지 갖춘 등장인물들은 스토리가 흐를수록 그들의 진정한 내면과 가치, 그리고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이 드러나는데, 이 점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흉폭할 줄 알았던 괴물이, 알고 보면, 순수한 강아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고, 힘만 세고 멍청한 줄 알았던 드렉스는, 아이들이 따르는 모습을 통해서,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안 어울리는 재료들이 한 데 섞여 짬뽕처럼 깊은 맛을 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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