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남녀가 서로에게 기댄 채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다. 곧이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대화 방면으로 가실 고객께서는 3호선으로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이 장면은 작중에서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을 짚어주고 있다. 말 그대로, 여자가 오래된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다른 남자에게 “갈아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덕우와 보경은 4년째 교제 중인 연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을 향하고 있다. 보경은 새로운 사람에게 설렘을 느끼고 싶어 하고, 덕우는 이런 변화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상황을 감각적이고 재치 있게 연출한다.
1. 연출
우선, 작중에 등장하는 노래는 장면들을 해학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덕우의 핸드폰 벨소리인, 장숙희의 <카드캡터체리>의 가사는 그의 대사로 인용되기도 한다. 덕우의 독백 “Catch you, Catch me.”가 그 예이다. 포대에 쌓인 채 홀로 노래 가사를 읊는 그의 모습에서, 보경이 자신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난다.
작중에는 세련된 은유가 대거 등장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상징물을 이용하여 여운을 만드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룬 상관물은 보경이 구입한 중고 선풍기이다. 이 선풍기는 풍향을 고정하지 못하고 돌아간다. 그리고 억지로 고정하면 둔탁한 소리가 난다. 이는 머물고 싶지만 머물 수 없는 복잡한 마음과 무겁고 답답한 심리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 인물
이 영화는 무엇보다 캐릭터 표현에 탁월하다. 작중 상황에 미루어보면, 보경은 <A Dangerous Woman>라는 부제에 걸맞은 위험한 여자다. 그러나 감독은 보경의 상황과 심리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따라서 관객은 오히려 보경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녀의 행동에 공감하게 된다. 실제로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의 주석을 보면, 이와 같은 감독의 말이 적혀있다.
“신뢰를 중요시하면서도, 나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음을 알고 있어 괴롭다. 한결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보경이가 밉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닌 척 하지 말기.”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 영화에는 악역이 없다. 관객은 보경이의 입장이 되었다가 덕우의 입장도 되어보며 두 사람의 관점을 모두 받아들이게 된다.
3. 비하인드 스토리
<4학년 보경이>의 감독인 이옥섭과 배우로 출연한 구교환은 연인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영화를 다시 보니, 충격을 받았다. 베드신 연출을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감독은 남자친구인 구교환에게 그런 역할을 부여했을까. 공과 사를 구분하여 작품을 찍는다고 해도, 연인 사이에서 이러한 합의를 보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감독은 구교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더 완성도 높은 연출을 위해서 그를 배우로 캐스팅했는지도 모르겠다. 새삼 작품의 내용 이외의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내년에 독립영화를 직접 촬영하게 될 입장으로서, 더 좋은 영화를 찍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더욱 고민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