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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후 불안하기만 한 당신에게

somieun

“오늘부터 당장 ㅇㅇ하는  것을 멈추세요”, “이것이 아이의 발달을 망친다?” 와 같은 쇼츠나 릴스의 제목과 컨텐츠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보고있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아우성이다. 역대 최저점을 찍어버린 출산율도 아니고 급변해가는 사회의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내가 못 배운 탓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도 아니다. 내가 이토록 불안한 이유는 누구 때문인가.

임신 기간을 거쳐 출산을 하고 격동의 신생아기를 지나 엄마라는 타이틀이 겨우 익숙해질 즈음에는 이미 온갖 미디어와 정보들이 가하는 가스라이팅에 정신이 지배되어 매일을 불안에 떨며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기 위해 소비를 한다. 그렇게 사들인, 사용법도 활용법도 모를 수많은 유아용품들.

나의 불안을 부추기는 그 무언가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불안을 없애보려 합당하고 합리적이라 여기는 소비를 함에도 어떻게 불안은 커지기만 하는 것인가.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혹시나 내 판단력에 문제가 생겨버린 것일까. 계속해서 나에게 끝도 없고 답도 없는 질문을 던지기만 할 뿐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어주진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마케팅의 대상은 오로지 여성에게 집중되어있다. 여자인 나를 위한 소비, 엄마로서의 소비, 아내로서의 소비, 며느리로서의 소비, 여자친구로서의 소비.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내가 여자로 태어난 이상 쓰기 싫어도 죽을 때까지 돈을 쓰고 소비하게 되어있다. 소비는 자고로 만족과 합리성인데 엄마가 하는 소비는 왜 불안감만 커지는가.

가장 먼저 엄마가 된 당신이 가장 처음 이해하고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은 없다. 고로 같은 아이도 없다. 같은 배로 태어난 형제 자매도 모두 저마다 다른 성향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직업도 삶의 형태도 취향도 모두 다르다. 가만히 기억해보라. 세상에 쏟아지는 육아 정보와 육아서에는 보편적인 이론들을 요리조리 표현을 바꾸어 나열해두고 당신을 훈육한다. 마치 아이를 키우는데 큰 잘못을 저지른 것마냥.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 다른데? 그렇다고 정보와 이론들을 배척하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수많은 정보들과 이론들을 토대로 양육의 기준을 삼되 나를 평가하는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평가는 스트레스다. 단언컨대 이것이 당신이 불안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더 쉽게 이해를 돕기 위해 이유식을 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태어나 이유식을 먹는 시기는 생애 통틀어 6개월 정도이다. 이유식을 통해 얻는 교육적, 영양학적 효과와 기준을 삼아야 하는 큰 부분은 알러지 여부, 다양한 식재료의 경험, 입으로 느끼는 감각, 먹는 즐거움의 앎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대부분 유아식 시장은 프리미엄 식자재, 고급 조리도구, 시기별 섭취량, 시기별 사야 하는 챌린지로 가득하다. 6개월은 인간의 생애에서 찰나 같은 순간이지만 분명 아이에겐 중요한 순간이다. 이유식이 가지는 본질을 벗어나 내가 무엇에 그토록 열중했는지는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보자. 최고급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식기? 귀엽고 예쁜 수저? 아니면 매일같이 알록달록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던 큐브샷? 유명 인플루언서가 공구하는 식재료? 누군가가 말한 그대로 따라하지 않으면 잘못하는 것 같고 도태되는 것 같은 그 기분. 우리 아이는 왜 거부할까? 왜 먹지 않을까? 나는 왜 부지런하지 못할까? 그 물건을 샀어야 하나?
그 무엇이 되었든 그것은 당신만의 잘못이 아니다.

그럼 누구의 잘못인 거지?
물건을 만들고 마케팅을 하고 판매를 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각 부분에서 분명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는 이 상황에 유아동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전략은 더 다양하게 당신의 감정선을 파고들어 불안하게 할 것이다. 그래야 자본이 돌고 돌아 사회가 유지되니까.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속출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굳이 가해자를 꼽으라면 처음 엄마가 된 나의 정서적 고립감, 혼란스러움, 외로움. 모든 게 처음인 당신에게 세상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책임을 떠맡기는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내 안에 있는 형체 없는 가해자를 스스로 없애려는 노력이 약간은 필요하다. 정말 너무한 게 맞지만 그래야 나의 불안이 가라앉고 안정적인 육아와 정신의 평화가 뒤따라온다.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을 당신의 가치관을 가지길 바란다. 하지만 그 뿌리가 바르고 단단해야 하며 세상의 다양성에 유연해야 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독서가 도움이 된다. 편독은 안된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야 한다. 책을 통해 각종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쇼츠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도는 파악될 지식을 얻어야 한다. 이것은 자녀를 양육하는데도 필요하고 세상을 살아가는데도 필요하다. 더불어 온갖 자극적인 방법으로 현혹하는 컨텐츠들의 타이틀에 휘둘리지 않을 정신력도 길러진다. 아직 책만한 스승이 없다는 당연하고 고루한 말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정말 쉽지 않다. 아기를 낳고 나서 막창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물론 로켓 프레시가 있지만 노포 느낌 물씬 풍기는 막창집을 가서 여유롭게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편안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고소한 막창 한 판 구워 먹는 게 지금은 가장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짧디 짧은 컨텐츠도 몇 개씩 보다보 면 1-20분 훌쩍 넘긴다. 나의 불안감을 키우기만 했던 그 짧은 시간을 책에게 양보만 해줘라. 정말 그거면 충분하다.

결국은 책 읽으라는 고리타분한 잔소리를 아주 정성스럽고 길게도 했다. 근데 어떡하나? 정도에 결코 지름길은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유아기 언어발달의 문해 환경에서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을 노출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는 틀림없는 사실도 알리면서 고리타분한 잔소리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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