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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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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 줍는 노인. 우리는 이들을 거리에서 자주 마주합니다. 일상 속 자연스러운 풍경과도 같아 크게 눈여겨 보지 않거나, 시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젊었을 때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늙어서 고생한다는 식으로 빈정대기도 하죠.
  하지만 이 책은 폐지 줍는 노인들을 사회학적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도대체 이들이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조명하고, 이들을 단순히 ‘폐지 줍는 노인’이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준철 작가 

  연구자이며 작가입니다.단행본으로 <가난의 문법>(2020)을 썼고, 학술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2020) “청계천에서 난지도로 – 공간정보의 생산과 도시하층민 이동의 관계에 대하여>(2023)”을 썼습니다.

꾸준히 도시 빈곤 문제를 연구하며 <한국일보>에서는 2022년 「쓰레기의 문법」 칼럼 시리즈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도시와 쓰레기를 주제로 밀도 있는 글들이 펼쳐집니다. 힌남노, 줍깅, 고물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본질은 잃지 않는 힘이 있었어요. 여러분도 꼭 들어가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소장각 함께 보기
* 여성과 남성의 생애경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폐지 줍는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많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생애 경로’의 차이.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남성 노인은 출생-진학-취업-결혼-은퇴로 이어지는 ‘사회적 경로‘를 거쳐 나이들지만, 여성 노인은 출생-진학-잠깐의취업-결혼-육아-자녀와의 분리로 이어지는 ‘개인화 경로‘를 거칩니다. 
  그간 여성 노인의 삶은 남성인 파트너, 그리고 그의 임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재편되어왔습니다. 
  현재 여성 노인들은 직접 임금노동자가 될 기회가 별로 없었고, 경력이나 숙련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이들이 나이 들어 고를 수 있는 노동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죠. 
  * 이전의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들을 ‘재활용품 수집 노인‘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히 ‘폐지 줍는’이라고 표현할 때, 이 현상의 문제를 은폐하고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 노인들은 폐품을 줍고 판매하며 생활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들을 규정할 단어가 필요하죠.
 * 윤영자는 그들의 대표가 아닌 ‘평균의 노인’이며,
이 이유 때문에 그 어디에도 없는 존재다. 
  작가는 여러 명의 노인을 취재하고, ‘윤영자’라는 가상의 노인을 만들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1945년생인 윤영자는 45년도 출생등록자 중 가장 많은 이름을 골라 지은 것입니다. 남편이나 자식 이름들도 마찬가지고요. 윤영자와 가족의 학력, 출생, 결혼 여부와 때는 1945년 ‘일반적인 생애주기’를 거쳤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을 반영했습니다.
  이렇게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요.
  1. 자료가 불균형하게 수집되었다는 점
2. 조사에서 만난 이들의 개인적 사연을 누구도 알아볼 수 없게끔 하려는 것
  저는 읽으면서 어느새 윤영자의 삶에 빠져들어버렸는데요. 꼭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인 것처럼 생생한 인물상이었습니다.
  * 노인들에게 가난은 경쟁을 통해 드러난다. 
  작가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활을 한 단어로 정리합니다. 바로 ‘경쟁‘인데요. 이들의 삶을 이렇게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게, 책이 나오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열심히 그들의 삶에 밀착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현장이 그려지는 분석이라 인상 깊었어요.
  고물 줍기는 타이밍이 중요한 일입니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이죠. 그들은 그렇기에 같은 구역 내에서 서로 경쟁합니다. 먼저 일어나거나,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가게와 모종의 거래를 하기도 하죠.
  이런 노인들의 실태를 알고, 악용하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박스 나온 걸 드릴 테니 건물 청소를 해달라’는 건물주도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노동을 무상 요구하는 것이죠. 하지만 노인에게는 그 제안이 오히려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 노인은 젊은 세대와 부유한 계층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는 셈이다. 
  착취하는 세대와 계층은 재활용품 수집에 나선 노인들을 보며 1) 골목에는 상자가 널려 있고 2) 노인들은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지점을, 작가는 지적합니다.
  종이상자의 생산·배출량이 늘어나는 현상은 노인 착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죠. 배달과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종이상자 사용량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젊고 부유한 소비자들은 폐품 배출과 처리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죠. 그들은 종류에 따라 ‘분리수거’를 하면 자신의 책임을 완수했다고 여깁니다.
  심지어는, 종이박스가 늘어나면 노인들이 수집할 것도 생기니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사실 상품과 함께 포장재를 생산한 제조업자와 소비자에 포장재를 처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틈을 타 노인들이 재활용품을 낚아챈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는 이렇습니다.
 “기술적 진보와 기업 조직의 변화, (소비자의)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을 사용하는 습관, (불완전한) 도시 당국의 쓰레기 수거 시스템, 그리고 생산자가 생산품의
처리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상황이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을 존재하게 한다.” 
 이외에도, 경쟁적 구조 속 여성 노인이 처한 열악한 상황은 어떤 게 있는지, 노인들의 삶이 순전히 ‘개인의 잘못’ 때문에 생겨나는 것인지, 정부의 역할은 어떤 게 필요한지, 현실적인 국가 대책으로는 어떤 게 있는지 등 깊고 다양한 주제로 ‘재활용품 수집 노인’에 대해 다룹니다. 
 읽으면서, 오랜만에 만난 좋은 책이란 느낌이 빡! 왔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작가가 원고를 집필하기 전 취재부터 얼마나 충실히 또 깊이 있게 노인들의 삶을 지켜보았는지가 느껴졌기 때문인데요😂 인터뷰도, 그들에게 거절 당한 날도, 연구한 시간도 아주 길었구나, 하고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작가의 노고가 엿보이는 글은 좋을 수밖에 없죠.
  한 번도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는 이들의 이야기였어요. 제게는 너무 먼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저와는 관련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작가는 이런 오만하고 시혜적인 태도를 경계하며,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재활용 수집 노동’은 현대사의 풍파를 겪으며, 스스로 고단하게 적응해야 했을 그들이 택한 최선의 방법임을 상기시켜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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