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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마다 낭만이 묻어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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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마다 낭만이 묻어나는 도시, 요코하마

어느 도시든 그 도시만의 분위기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과 인천만 해도 도시의 색과 냄새가 확연히 다르다. 도쿄의 이미지는 화려하고, 교토는 고즈넉하다. 나에게는 이렇게 이미지가 떠오르는 도시가 있는 반면 다소 생소한 도시도 있다. 일본에서 ‘로맨틱한 도시’라는 형용사가 따른다는 요코하마에 다녀왔다.

에디터·포토그래퍼 정혜미

취재협조 요코하마 관광컨벤션뷰로

저, 요코하마 출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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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는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낭만이 있는 항구 도시라고 여겨진다. 누구나 요코하마 출신이라고 하면 ‘좀 세련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랑스러운 말에 미소가 지어졌다. 요코하마는 도쿄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보통 도쿄 여행을 계획하면서 하루 또는 반나절을 할애해서 다녀온다. 하지만 제대로 도시를 경험하려면 하루는 부족하다.

요코하마는 전통과 현대 문화, 서양의 건축물까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다. 특히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데, 아이스크림이나 가스 등 서양 문물이 요코하마의 바샤미치를 통해 처음으로 일본에 들어왔다고 한다. 바샤미치는 개항 후 요코하마로 몰려든 많은 외국인을 위해 마차와 인력거가 다닐 수 있도록 정비한 가로수길인데,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축물이 많이 있다. 그런 낭만적인 도시 무드로 인해 일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배경 장소로도 자주 등장한다. 명소로 손꼽히는 대관람차는 시계가 달린 관람차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로 밤에는 화려한 불빛으로 빛난다.

섬 하나에 공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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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만큼 높게 쌓은 메밀국수를 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요코하마의 직장인들도 점심을 위해 줄을 서는 맛집이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혼자 와서 식사하는 모습이 왠지 소박한 일본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하나의 섬을 거대한 공원으로 꾸며 놓은 ‘요코하마 핫케이지마 시 파라다이스’로 출발했다. 이곳은 수족관을 비롯해 놀이공원, 레스토랑 등을 갖춘 테마공원이다. 모든 공원은 무료개방인데(놀이기구나 수족관 관람 시에는 비용 발생), 공원을 개인의 것처럼 깨끗하게 사용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놀라웠다.

먼저 수족관을 둘러보았다. 7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와 돌고래가 물속을 헤엄치며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쿠아리움과 공연장을 구경하고 오랜만에 롤러코스터를 타러 갔다. 마침 석양이 지고 있었다. 바다와 땅을 아우르며 지어진 롤러코스터와 그 뒤로 겹쳐진 지는 노을의 모습이 낭만의 도시다웠다. 잠시 석양을 바라보다 드디어 기구에 탑승했다. 별로 무섭지 않다며 큰소리를 쳤는데, 막상 놀이기구가 출발하려고 하니 심장이 두근댔다. 어린애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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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모든 작품을 좋아한다. 당연히 그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의 작품에도 관심을 가졌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1963년의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코쿠리코 언덕’을 찾았다.

항구가 보이는 언덕이란 뜻의 ‘미나토노미에루오카 공원’은 일찍부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요코하마에서 외교관과 서양 상인들이 모여 살던 지역인 야마테에 자리하고 있다. 야마테는 요코하마를 더욱 낭만적으로 보여주는 동네다. 옛 서양식 저택들이 아직도 잘 남아있어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기분이다. 몇몇 서양 저택은 무료로 공개되어 구경할 수도 있다. 베릭홀과 에리스만 저택, 영국관 등이 유명한데, 우리는 베릭홀을 둘러보았다.

베릭홀은 영국인 무역상이던 B.R베릭 씨의 저택으로 1930년에 설계되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주택으로 사용된 후, 1956년에 유족이 종교법인 가톨릭마리아회에 기부하여 2000년까지 학교 기숙사로 운영된 곳이다. 야마테에서는 현존하는 세계대전 전의 주택 중 최대 규모인데, 600평 대지에 스페인 스타일을 기초로 하여 이슬람 양식을 도입한 건축물이다. 내부를 돌아보는데,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세트장 같았다. 거실과 연결된 실내 테라스처럼 만들어진 곳에서 잠시 앉아 오후의 햇살을 온몸으로 맞았다.

그 나라 예법으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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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요코하마는 서울보다 한결 따뜻하다. 물론 저녁에는 몹시 싸늘한 편이지만, 낮에는 한국의 가을 날씨 같다. 우리는 따스한 낮 햇살을 만끽하며 요코하마의 전통과 역사를 느껴보고 싶었다. 요즘 한국으로 여행 오는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다양한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일본에 왔으니 전통 의상을 입고 돌아다니자고 했다.

어릴 적 보던 순정 만화책에서 신년이면 여주인공이 기모노를 차려입은 것을 보고 언젠가 한 번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는 전통 의상 중 기모노 위에 또 하나의 치마를 덧대 입는 하카마를 입어보았다. 이곳에서 하카마를 입고 다니는 것을 ‘하이카라 스타일’이라고 한다. 일본 노천 온천에서 입는 유카타와는 전혀 다르고 입는 예법도 달라 누군가 입혀주어야만 입을 수 있는 전통 의상이다. 어릴 적 기대하던 딱 그 모습이었다. 단장을 마치고 우리는 산케이엔 정원三溪園을 찾았다.

옛 부호의 개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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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엔 정원은 네 개의 도쿄돔이 들어갈 만한 규모의 큰 정원이다. 이곳은 옛 요코하마의 부호였던 하라 산케이가 1902년부터 20년에 걸쳐 완성한 개인 정원이다. 1906년에 일반인에게 공개된 외원과 산케이가 개인 정원으로 사용하던 내원의 두 개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개된 곳만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이곳은 사계절 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봄엔 벚꽃과 목련 등 봄꽃이 만발하고, 여름엔 푸르른 나무와 무궁화, 연꽃이 향긋한 내음을 내뿜는다. 가을엔 단연 단풍으로 정원이 물들고, 겨울에 내린 눈으로 덮인 정원의 모습도 절경이라 한다. 아쉽게도 우린 눈이 쌓여있거나 꽃이 만발한 풍경을 보진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 고즈넉한 멋이 있었다.

정원을 걷다가 다도 전문가에게 다도를 배웠다. 다도는 차를 달여 손님에게 권하거나 마실 때 꼭 지켜야 할 예법이다.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께서 차를 달이는 법과 손동작, 마시는 방법 등을 시범으로 보여주셨다. 그분의 말씀에 따라 말차를 달였다. 예법에 맞게 인사를 하고 차와 한국의 다식 같은 일본 전통 과자를 먹었다. 보통 말차를 마시면 쓰다고 느꼈는데, 어디서 마신 말차보다도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났다.

대관람차, 낭만, 조용한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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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따뜻한 노천탕에서 피로를 풀고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잤더니 아침부터 몸이 개운했다.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오전에는 아카렌가 창고에 들렀다. 붉은 벽돌의 창고라고도 불리는 아카렌가 창고는 1910년 전후로 지어진 창고, 우체국, 은행 등의 건물을 외부는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를 개조하여 카페와 레스토랑, 쇼핑몰 등으로 만든 곳이다. 항만 옆에 자리해 요코하마에서는 데이트 장소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잠시 창고 주위를 둘러보다 대관람차를 타러 갔다. 마무리는 역시 대관람차를 타고 내려와 야경을 보는 것이었다. 바람이 꽤 불어 대관람차가 돌다가 꼭대기 즈음에서 잠시 멈춰 있기도 하여 같이 탄 일행들이 난리가 났는데, 그마저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요코하마에는 야경을 볼 만한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 전망대와 오산바시 국제 여객선 터미널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해가 지면서 어둠이 깔리기 바로 직전의 야경이 가장 아름다웠다. 오묘한 빛으로 물든 하늘과 대관람차를 비롯해 하나둘 불이 켜지는 도시의 모습이 낭만적인 밤을 보내기엔 완벽했다.


myhaemi

매거진 에디터 10년 이상 / 다수의 브랜드 북(에어비앤비, 와디즈, 래미안, 아로마티카 등) 제작(PM) / 브랜드(이솝, 탐스, 샘표 등), 여행, 피쳐, 라이프에 관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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