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콘텐츠 마케팅 전문 회사 콘텐타 매거진

한국 영화, ‘천만 관객’ 흥행 뒤의 현실을 바라보라

gasi44

 

작년 여름 한국 영화는 참으로 뜨거웠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두 명의 감독인 류승완과 최동훈이 각각 <베테랑>과 <암살>로 비슷한 시기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강우석의 <실미도>와 강제규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동시기 개봉 영화 중에 나란히 천만 관객을 달성한 이래 두 번째 벌어진 사례였다. 언론은 이 흥행 기록에 대해 ‘쌍천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 영화는 이로써 2011년 처음으로 국적별 총관객 1억 명을 넘은 이래 5년 연속으로 1억 관객을 달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 지적하듯 이 흥행 성적이 한국 영화의 모든 부분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베테랑>과 <암살>은 나쁘지 않은 대중 영화였고, 이 두 영화가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한 것은 분명 영화의 품질에 견주어 볼 때 아깝지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 영화의 흥행은 한국 영화 전체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한국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이들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방향일 것인가. 2015년 올해의 한국 영화를 결산하기 위해서는 ‘쌍천만’이라는 흥행 성적표 뒷면에 가려져 있는 모습들을 봐야만 한다.

 

그 많은 관객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

mediaus_20151230_한국영화결산_사진1

2006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개봉 첫 주부터 600여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것이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2015년 한국 영화에서 첫 주 스크린 600개는 더 이상 놀라운 수치도 아니다.

 

2006년 봉준호의 <괴물>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작품에 대한 찬사 섞인 발언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도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의견 중 하나는 <괴물>이 배급사인 쇼박스의 힘을 이용해 무수한 스크린을 처음부터 확보했기에 압도적인 흥행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의견은 해당 주장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이가 영화계의 뉴라이트를 자처하며 목소리를 높인 최공재 감독이었기에 바로 무시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이야기는 앞으로의 한국 영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상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괴물>이 개봉 첫 주부터 600개의 스크린을 잡은 것으로 논란이 되었다면, 2015년 현재 600개의 스크린은 대형 배급사의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당연히 확보해야 할 스크린수가 되었다. 2006년 이후 계속 멀티플렉스가 지방 소도시에도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전체 극장수도 증가했지만 그 수는 2006년 1880개 스크린에서 2012년 2081개 스크린으로 200여개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형 배급사가 자사의 영화를 위해 확보하는 스크린수는 전체 스크린수의 증가에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모양새가 되었다.

2010년 <아이언맨 2>가 개봉 첫 주 921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2011년 결국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과 <트랜스포머 3>가 각각 1024개 스크린, 1409개 스크린을 확보하면서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 영화를 잠식한다는 반발 여론이 흘러나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 영화는 미국 직배사에서 배급하는 영화가 아니라 미국 파라마운트 사와 손을 잡은 CJ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배급을 담당한 영화였다.) 정작 적극적으로 스크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작품은 한국 영화가 되었다.

2012년 쇼박스의 <도둑들>과 CJ E&M의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각각 1091개, 1001개 스크린을 확보한 이래 2013년에는 총 3편의 한국 영화가 (쇼박스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CJ <설국열차>), 2014년에는 5편(CJ <명량> <수상한 그녀> <국제시장>, 쇼박스 <군도 : 민란의 시대>, 롯데 <역린>), 2015년에는 무려 7편의 영화가 개봉 첫 주부터 1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게 되었다. (CJ <베테랑> <검은 사제들> <히말라야>, 쇼박스 <암살> <내부자들> <사도>, NEW <연평해전>) 2014년의 <군도>가 시원치 않았던 것을 제외하면 스크린을 1000개 이상 모은 대부분의 영화는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동시에 이는 향후 멀티플렉스의 특정 영화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직 2016년이 채 반도 지나지 않은 2월 현재, 쇼박스가 배급한 <검사외전>은 CJ E&M이 수입 배급한 <쿵푸팬더 3>와 더불어 1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동시에 압도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시장은 커졌지만, 시스템은 구축되고 있는가

특정 영화의 시장 독식은 어떤 의미에선 시장 전체의 크기를 키우는 것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특정 영화에만 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 수익 상위 10편이 한국 영화 전체 수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2010년 52.1%에서 2015년 12월 말까지 63.4%로 약 10% 상승했다. 이렇게만 따지면 큰 감흥이 오지 않지만, 전체 개봉 영화와 같이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2010년에는 한국 영화가 총 142편이 개봉했고, 2015년 12월 말까지는 한국 영화가 총 252편 개봉했다. 2010년에는 상위 10편이 벌고 간 나머지 48.9%의 수익을 나머지 132편이 나눠 가졌다면, 2015년에는 나머지 36.6%의 수익을 나머지 242편이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배급의 힘이 약한 중소 배급사나 독립, 예술영화 배급사의 것이 되고 만다.

 

mediaus_20151230_한국영화결산_사진2

한국 영화는 계속 성장하고 있으나 그 성장은 모두에게 공평히 돌아가지 못한다. 지난 12월 초에 막을 내린 서울독립영화제 2015의 부대행사로 열린 ‘한국영화 스태프 열린토론’의 현장 사진. (사진제공=서울독립영화제)

 

그렇다면 대형 배급사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과연 영화를 만든 모두에게 제대로 돌아갔을까. 그렇지 않다. 2015년 3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발표한 ‘2014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화산업노조의 운동 등으로 표준계약서가 도입된 이래 계약서를 쓰지 않고 영화를 제작한 스태프들의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평균적인 스태프들의 일 년 소득은 10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총 70.4%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작비 별로 소득을 분류한 결과에서도 제작비가 50억 이상인 영화의 경우에도 대다수의 제작인원들은 제작기간 동안 한 작품당 1000만원도 안 되는 소득을 받는 상황이다.

동시에 거액을 들인 작품들이 박스오피스에 등장한 이후 관객들에게 혹평을 들어 시장에 참패하는 경우도 속속 보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바로 돈은 돈대로 쓰고 정작 실속이 없었던 사례의 대표 사례이다. 2015년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총 8편의 영화를 개봉했지만 이 중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민규동의 <간신>에 불과했다. 모든 영화들이 시장에서 참패했고, 특히 120억의 제작비를 들인 <협녀, 칼의 기억>과 100억의 제작비가 들어간 <조선마술사>가 수익을 각각 33억과 46억 밖에 거두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CJ E&M 역시 <베테랑>과 <검은 사제들>, <히말라야>로 흥행 몰이에 나섰지만 <쎄시봉>, <손님>, <은밀한 유혹>이 흥행 참패를 기록하며 한국 영화의 프로덕션 관리에 대한 강한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영화 정책기관인 영진위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물론 영진위가 관여한 영화산업복지고용위원회가 영화 제작 스태프의 복지 문제에 대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해당 위원회가 영화 스태프의 노동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영화산업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온전히 영진위의 공으로 돌리긴 쉽지 않다. 대신 독립영화 지원 정책을 상의도 없이 개악하거나, 스크린 독점 문제에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에 개입하게 만드는 등 시장 개선을 위해 제도를 연구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게 된지 오래다.

mediaus_20151230_한국영화결산_사진3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진흥법 4조에 나와 있듯이 ‘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한국영화 및 영화산업의 진흥’을 설립목적으로 두고 있다. 지금 영화진흥위원회는 대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시장의 독점이 가속화되지만 정작 이를 만드는 스탭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고 이에 대한 감시의 시선도 약해지는 가운데 과연 2016년에는 어떤 일들이 찾아오게 될 것인가. 이미 연초부터 <검사외전>과 <쿵푸팬더 3>가 한국에 존재하는 상영관 대부분을 확보하며 시장을 뒤집어 놓은지 오래다. 두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캐롤>은 20만 관객을 모으며 쏠쏠한 흥행과 호평을 얻었지만 이 영화 또한 <쿵푸팬더 3>를 배급한 CJ E&M과 같은 그룹에 속한 동시에 한국 최대의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는 CGV에서 배급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벌써부터 절망을 말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 계속 영화시장의 거인들을 잡아 쥘 고삐를 만들 생각도 없이 가만히 놓고 있다가는 결국 모든 것이 파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세요 ?

[button size=”large” color=”contenta” style=”none” new_window=”true” link=”https://magazine.contenta.co/consulting”]콘텐츠 작가에게 콘텐츠 주문하기[/button]

 


gasi44
https://www.facebook.com/skyjets

2005년 지금은 사라진 [만화언론 만]에서 객원필진으로 글을 쓴 이후 2006년엔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강풀 특별전의 전시물 기획에 참여하고 2009-2010년엔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의 문화 담당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2013년에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에서 진행하는 평론-리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시사IN]이 연말마다 선정하는 오늘의 책의 만화 부문 선정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스] [슬로우뉴스] [직썰] [팝업시네마]의 필진으로 활동하며 만화, 영화, 그리고 서브컬쳐에 대한 평론이나 리뷰를 쓰고 있으며, 또한 2014년부터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격월간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중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