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콘텐츠 마케팅 전문 회사 콘텐타 매거진

영상시대, 텍스트의 가치

samija

텍스트는 궁극의 플랫폼이자 콘텐츠다. 텍스트의 유통기한은 인류문명의 수명과 같다. 더 길 수도 있다. 인간과 문명의 본질은 생김새나 구조물이 아니라 그 말과 생각이기 때문이다. 말과 생각을 공유하고 저장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가 텍스트다. 텍스트는 사물이 아닌 정신이므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영상은 텍스트를 나르는 하나의 틀(platform)이다. 영상과 이미지는 아무리 화려하고 세련되었어도 텍스트(말과 생각)를 구현하고 돕는 수단일 뿐이다. 이미지는 말 앞에 세운 종이고 텍스트는 그 말을 탄 상전이다.

글의 시대가 가고 영상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지금은 영상시대라는 말은 (수익 창출을 위한) 영상기반 플랫폼이 대유행이라는 뜻이고, ‘지금은 페이스북의 시대’, ‘지금은 싸이월드의 시대’라는 말과 본질상 다르지 않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영상의 내용인 콘텐츠는 곧 텍스트이고 텍스트는 생각이다. 그리고 플랫폼의 가치는 그 플랫폼이 실어 나르는 콘텐츠가 지닌 가치의 총량을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 저커버그가 당신에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매일 같이 묻는 것이다. 콘텐츠는 플랫폼이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연료이고 그 중에서도 양질의 콘텐츠는 플랫폼을 명차로 만들어주는 고급휘발유다. 즉 효용가치가 있고 수명이 긴 말과 생각, 그것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텍스트다.

영상시대는 TV의 발명으로 막을 올렸다. 지금 각광받는 유튜브는 확장된 TV다. 유튜브의 로고를 보면 붉은 색 브라운관 한가운데 흰색 플레이버튼이 있다. 원하는 내용을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고 다시 볼 수 있으며 시청 중에도 마우스 클릭으로 투박하지만 검색도 할 수 있다. SNS 기능도 더해졌다. 누구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자는 기왕에 발품을 팔아 대가를 지불해야 소비할 수 있었던 정보들, 때로는 전문적인 내용조차 어느 정도 무료로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유튜브는 그저 TV가 더 편리해지고 내용이 무한정 다양해진데다 모바일 기기 안에 담겨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도 할 수 있고 수익창출까지 가능해진 하나의 혁신적인 틀일 뿐이다.

영상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역설적으로 텍스트는 더욱 중요해졌다. 텍스트가 있어야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범람하는 영상들 가운데 퀄리티의 차이를 만드는 것 또한 그 내용이고 텍스트이다. 양질의 영상 콘텐츠가 반드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회수의 확보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적인 영상 제작이 목표가 아니라면, 지속적인 시청자들을 염두에 둔 영상 제작이 목표라면, 속이 꽉 찬 텍스트는 필수적이다.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급속한 성장은 특별히 우리 사회에 전에 없던 글쓰기 열풍을 일으켰다. 글을 꼭 써야만 했던 사람들을 제외하면 우리는 과거에 글을 별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벗어난 얘기지만 글(텍스트)을 써보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주제에 관해 생각을 깊이 해본 일이 없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 생각을 별로 해본 일이 없다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한 재료가 없다는 말도 된다. 글을 쓰기 위한 재료가 없는데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쓴 글은 글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텍스트의 원재료인 생각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 즉 텍스트의 소비(읽기)로 강화되고 완성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글쓰기 열풍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독서 열풍이란 말은 들어본 일이 없다. 독서가 생활화된 서구에 비해 우리의 독서량은 항상 뒤쳐져 왔고, 그나마도 감성적인 글들이 출판시장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독서의 식단이 편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글을 쓰면서 읽지 않는 것은 넌센스다. 수레바퀴 한쪽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과 같다.

영상 콘텐츠의 소비는 줄지 않을 것이다. 태생적으로 ‘읽기’가 ‘시청’보다 어렵기 때문이고 미래의 새로운 영상 소비자들이 계속 태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급정보와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일반 대중의 수요 역시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텍스트 기반 콘텐츠가 될 수밖에 없다. 경계가 허물어지긴 했어도 영상은 대중을 위해 재미있고 편히 볼 수 있는 내용을 지향하고 텍스트는 영상보다 다소 불편하지만 심화된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 입문하기 위한 짧은 개론적 정보야 얼마든지 유튜브 영상으로 얻을 수 있지만 그 내용이 전문적일수록, 방대해지고 깊이를 요구할수록 결론은 꽉 짜여진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방대하고 깊은 내용은 빠른 검색을 요구한다. 그 점에서도 텍스트가 영상보다 우위다.

어쩌면 앞으로 영상 플랫폼으로 검색하는 사람들과 문자 기반 검색을 하는 사람들로 계층이 나뉘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후자가 자본과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알려진 대로 글로벌 대기업 아마존은 회의시간에 파워포인트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창안한 6페이지 보고서 양식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의 회의시간은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 같은 분위기라고 한다. 텍스트는 현재도 미래에도 리더의 소통방식이자 무기다. 리더는 텍스트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선택하고 걸러내는 사람이다. 문해력과 글 쓰는 능력을 갖춘 리더가 성공한다.

독서인구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종이로 만든 책 읽기 열풍은 아마도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술했듯 콘텐츠의 범람에 따라 ‘퀄리티’에 대한 갈증과 수요 역시 늘어날 것이고 양질의 텍스트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나 기업의 가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다. 디즈니도 따지고 보면 텍스트를 이미지로 만들어 쌓아 올린 왕국이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도 텍스트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