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대표이사는 말 그대로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기업은 대부분 주식회사로 법인 형태를 띠지만, 법인은 말 그대로 법적 서류상에 존재하는 회사이며, 소비자와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가 인식하는 기업은 그 기업의 사람, 그 중에서도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말할 때 갤럭시 휴대전화, TV, 반도체, 가전제품을 말하지만, 더 자주 회자되는 것은 바로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윤종용 전 부회장, 황창규 전 사장 등이다. 외부의 이해관계자가 이해하는 기업은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 사람으로 구성된다.
한국 CEO는 은둔형 경영인
기업경영에 있어 한국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과 커다란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CEO reputation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한국 기업 CEO는 대부분 “경영자는 실적과 숫자로 말하지, 외부에 비치는 모습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 Show)를 보자. 이 전시회는 1년 동안 IT산업의 트렌드와 흐름, 중요 이슈를 토론하는 자리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를 비롯해 주요 글로벌 IT 기업 CEO 들이 연사로 참여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IT산업의 트렌드와 방향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친다.
IT산업에서는 한국도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필자의 기억으로 CES에 연사로 참석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처음에는 영어의 문제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으면 prompter를 보면서 하거나, 동시통역을 이용하면 된다. 그것보다는 글로벌 IT 산업의 흐름에 대해 당당하게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CES에 참석한 사람들은 당연히 IT산업의 트렌드와 키워드를 알고 싶어하는데, 그것을 제시하는 CEO와 그렇지 않은 CEO가 있을 때, 누구를 더 선호하고 비즈니스를 함께 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알게 하라
기업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CEO의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개발하면, 소비자와 투자자가 언젠가는 알아줄 거야”
맞는 말이다. 문제는 알아줄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기업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CEO가 명확하게 회사의 비전과 추구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 신제품의 핵심적 특징은 무엇인지를 설명해줘야 오해의 소지가 줄어든다. 또한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만 팔아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회사의 비전을 팔아야 한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편의성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제품도 좋지만, 세상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회사에 매료된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대부분 그러하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기성 사회의 질서를 깨면서, 기업과 중간 유통상이 아닌 최종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려는 기업에 눈길이 간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CEO가 나서야 한다
본업을 멀리하면서까지 대외 활동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CEO의 본질은 무엇보다 기업경영을 잘 하는 것이다. 빠르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며, 소비자와 임직원, 주주들의 기대치를 맞춰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회사가 무엇을 하려는지, 어떤 꿈과 비전을 갖고 일하는지, 기업을 운영하는 철학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 형태가 청춘 콘서트이든, 연설과 기고문이든, 블로그 운영이든 어떤 형태로든 표현돼야 한다. 연설이나 소셜 미디어처럼 청중을 직접 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기고문이나 자사 매체의 글을 통해 의견을 널리 알리면 된다.
침묵은 금이다. 그러나 CEO의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